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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늙는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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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늙는다는 것

<벼리의 돋보기> 우공이산에서 배운다

벼리 | 기사입력 2008/12/15 [14:47]

잘 늙는다는 것

<벼리의 돋보기> 우공이산에서 배운다

벼리 | 입력 : 2008/12/15 [14:47]
어떻게 늙는 것이 잘 늙는 일인지 생각할 때가 있다. 생활 주변에서 직접적으로 관계하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탓이다. 가까운 이들과의 대화에서도 늙음은 종종 얘깃거리로 떠오른다. 대화가 자기의 객관화라는 관점에서는 대화에 참여한 이들에겐 남에게 비쳐지는 자기문제로서 즉 사회문제라는 인식틀에서 늙음이란 문제에 직면해 있는 셈이다. 인간은 언제나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내 경우, 늙음의 표상으로 삼는 것은 우공이다. 《열자》 탕문편에 나오는 우화인 이른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나이가 90세가 넘었다는 그 주인공이다. 우공은 내겐, 말하자면 영화 속 주인공과 같은 사람이다. 이 경우 영화란 그냥 영화가 아니다. 영화보다 아름다운 영화 어쩌면 이 세상에는 없는 영화라는 생각도 든다. 우공을 흠모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그리고 이 이유들은 우공이산이란 고사(故事)에서 내가 발견한 가르침 같은 것이다.
 
▲ 성남시의회 제158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새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는 이대엽 시장     ©성남투데이

첫째, 우공이산에선 지(智)와 우(愚)라는 짝개념의 관계와 의미를 완전히 전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자손들과 함께 거대한 산의 돌을 깨고 흙을 퍼 나르는 우공을 지혜롭지 못하다며 비웃는 노인의 이름이 지수(智叟)라는 사실에서, 동시에 이 일을 자자손손 그치지 않고 해나간다면 산은 불어나지 않으므로 평평해질 것이라고 답하는 노인의 이름이 우공(愚公)이라는 사실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이는 통념을 깨는 것이다. 같은 것을 철학자 헤겔도 우리에게 들려준다. 헤겔은 노인의 지혜에 대해 “주관적 활동과 세계의 보조가 완전히 일치하는, 즉 생명력을 상실한 것”(《정신철학》)이라고 말했다. 이는 노인의 지혜란 대상에 대한 관심을 상실한, 즉 생명력을 상실한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우공의 답변과 헤겔의 말에서 강하게 이는 느낌이 있다. “(이놈의 늙은이) 다 아는 것처럼 굴지 말란 말이야!”

둘째, 우공이산에선 입신양명(立身揚名)의 의미가 제시된다는 점이다. 이 고사는 우공이 노인의 지혜와는 전혀 다른 대상적 활동으로서 자신은 물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로운 산을 옮기는 행위, 그리고 그것이 상제로 상징되는 민심을 획득해 마침내 산을 옮기는 일에 성공하게 된다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곧 입신양명이란 내게도 이롭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로운 입신양명이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이런 일화의 가르침은 ‘누구를 위한 입신양명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이 답변이 지금 우리에게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은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입신양명이란 것을 다른 사람이라는 사회적인 문맥을 이탈시켜 개인의 영화로 치부하는 경향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 나돌고 있는 소위 인물들의 전기들(거의 대필작가들이 돈을 받고 써준 것들이다) 역시 이런 경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말하자면 ‘마이 웨이’인 것이다.

요컨대 우공을 흠모하는 이유라면, 그것은 늙어서도 노인의 지혜를 내세운다거나 나의 이로움만 생각하지 않는 것, 오히려 젊은 사람 못지않게 남에게도 이로움을 줄 수 있는 대상적 활동에 충실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잘 늙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잘 늙지 않는 방법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실은 지행합일의 정신에 따라 나이를 먹어가는 내 자신부터 이런 태도를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최근 일부 지방지 기자들이 성남시와 마산시의 교류활동 차 마산시를 찾은 이대엽 시장을 두고 “금의환향”으로 그려 구토감을 느낀 적이 있었다. 내가 시장이라면 공적인 행위를 사적인 것으로 전락시켜서는 안 된다고 그 기자들에게 항의했을 것이다. 또 한 지역신문은 그를 “몇 번이고 쓰러져도 일어서서 최선을 다해 종착지점으로 달려가는 영화 ‘마이 웨이’의 주인공”으로 그려 왜 이런 전기(?)기사가 나오게 되었는지 뒤통수를 긁적거리고 말았다.

나는 얼마 전 의회에서 있은 이 시장의 시정연설에 대해 “무능력과 사유화된 권력을 가리는 ‘변장’에 불과하다. 그것은 ‘근무 중 이상무!’와 같은 것이다”라고 쓴 적이 있다. 그 시정연설을 마치고 돌아온 순간을 그 지역신문은 이렇게 그렸다. “지난 20일 오후 2시 30분께 시장 집무실에서 만난 이 시장은 시의회 정례회에서 내년도 성남시 시정방침에 대한 연설을 막 마치고 사무실에서 자장면으로 점심을 대신했다. 그리고 무엇을 구상하는지 깊은 상념에 젖어 있었다.”

실은 그것이 무엇이든 구상에 앞서 시장이라면 각종 정책보고서를 읽고, 지역의 주요 현안들을 검토하며, 간부들과의 격의없는 논의를 마다하지 않는 그런 모습이 우선이다. 그리고 이런 시장으로부터 나오는 발언들은 시민에게 의미있게 다가오는 말들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모습은 언론을 통해 소개된 적도, 이 시장 스스로도 밝힌 바 없다. 오죽했으면 그가 재선되었을 때 내가 시장실에서 그에게 시장 말에 쓸 만한 게 없다고 한 마디 들려주었을까.

게다가 그는 꼼짝없이 자리를 지켜야 할 의회에서도 엉덩이를 못 붙이고 자주 자리를 뜬다. 때문에 나는 최근 김대진 의장에게 공개적으로 시장에게 주의 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 적이 있다. 늙음을 쓰고 있는 지금, 정말 궁금한 것은 성남시장이 어떤 노인이냐 하는 것 즉 이대엽 시장이 어떻게 늙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사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잘 늙는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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