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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은의 좌절과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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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은의 좌절과 우리

풀뿌리 지방자치와 좋은 지역언론을 꿈꾸며…

한덕승 | 기사입력 2011/02/21 [00:18]

최보은의 좌절과 우리

풀뿌리 지방자치와 좋은 지역언론을 꿈꾸며…

한덕승 | 입력 : 2011/02/21 [00:18]
▲ 한덕승 성남투데이 기획편집위원.     ©성남투데이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스러져가 우리를 안타깝게 한  故 최고은 시나리오 작가과 비슷한 이름의 최보은을 기억하시나요. 한겨레신문과 씨네21기자로서 도발적이고 정열적인 글쓰기로 필명을 날렸던 최게바라. 소위 잘 나가다가 2005년 고향인 진주신문 편집국장으로 변신했던 당찬 여성.
 
그는 보수적인 진주지역에 “자본을 위해서도, 권력을 위해서도, 명예를 위해서도 조심하지 않겠다”고 지면을 통해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그의 선전포고에 선배인 김선주 전 한겨레신문 논설주간은 “수 많은 적장을 남강에 묻고 살아서 돌아오라”고 격려했었지요. 그의 선전포고문을 읽으면서 가슴이 뛰는 나를 발견합니다.

그의 새로운 삶의 모색과 자유정신은 지역에서 비슷한 길을 가려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줍니다. 그는 명예를 위해 춥고 배고픈 길을 가겠다는 차원도 뛰어 넘었습니다. “틀 지워진 세상에서 틀 없는 소리, 철없는 소리 지껄이다 놀다 가는 것이 진주신문의 존재 이유이자 사명일지 모른다.”고 했으니까요.

필자는 첫 번째 글을 쓰면서 조심스럽다고 했습니다. 글쓰기는 필연코 치열함을 동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과정에서 상처입을 사람들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습니다. 현실에 발 딛고 살면서 언론인으로서 업을 짓지 않는 글쓰기가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

한편 조심스럽다는 표현은 필자인 제 내면의 문제에서도 비롯됩니다. ‘최보은의 정신에 공감하면서도 나는 무엇을 조심스러워 하는 걸까? 권력과 자본은 분명 아니다. 그렇다면 명예일까.’ 그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에 걸림없이 자유롭게 말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것도 재고 저것도 재는 버릇이 있습니다. 나를 감시하는 초자아의 시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번민과 한계 속에서도 저는 저만의 길을 가야겠지요. 거침없는 글쓰기 보다는 조심스럽게 헤아려서 쓰겠습니다. 자본과 권력에는 굽히지 않겠으나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역의 의미있는 변화를 조금이나마 가져오고 싶습니다.
 
적대와 증오, 분노의 글쓰기 보다는 소통과 성찰의 글쓰기를 하렵니다. 중도적 글쓰기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정치적 양 극단의 중간에 서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분법적인 주장의 모순을 지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입니다.

마치 글이 정치인의 어법을 흉내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비록 초짜이지만 필자도 이제 지역 언론인입니다. 제 나름의 사명과 각오를 밝혀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언론인 취급을 받지 못하는 일차적 책임은 지역 언론인 스스로에게 있다고 봅니다. 언론인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있어야 겠지요. 3류 대우를 받고 있지만, 제대로 된 언론인이 되겠다는 꿈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지역 정치의 수준과 지역 언론의 수준은 비례합니다.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지역 언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다시 최보은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최보은은 철수했습니다. 한 달여 만에 일을 그만 두었습니다. 적장을 남강에 묻기는커녕 칼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내부 갈등으로 사표를 냈다고 합니다. 물론 그에게 한계가 있었겠으나 최보은의 실패는 지역 언론이 처한 현실이 결코 녹녹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봅니다.

비록 실패했으나 새로운 시도와 자유정신만으로도 큰 의미를 던져 준 최보은에게 감사를 전하면서 그에게 부족했던 것이 혹시 이런 경구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자신의 대의를 훌륭하게 추진할 수 있고 그러한 사실을 의식하고 있는 사람은 자신의 적대자들에 대해서 대체로 화해적인 기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대의가 좋다고 믿지만 그것을 수호하는 데 자신이 능숙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 사람들은 자신의 대의를 적대하는 자에게 원한과 화해할 수 없는 증오를 품게 된다.” <니체의 ‘아침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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