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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교육, 그리고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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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교육, 그리고 5월!

【연재기획】교육을 묻다…평화와 상생의 교육 해방구를 만들자!

조주현 | 기사입력 2011/05/19 [23:49]

전쟁과 교육, 그리고 5월!

【연재기획】교육을 묻다…평화와 상생의 교육 해방구를 만들자!

조주현 | 입력 : 2011/05/19 [23:49]
사람을 살리기 위한 교육이 거꾸로 고통이 되고 있다. 그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또한 교육을 바꾸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새로운 미래는 교육의 변화를 통해서 가능하다. 이렇듯 교육이 모두의 삶에 중차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논의는 특정한 부류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에 성남투데이는 기획연재 ‘교육을 묻다’를 통해 현실 교육의 문제를 다양한 시각으로 진단해보고 이에 대한 해법을 지역사회에서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 디딤돌 조주현 대표교사     © 성남투데이
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스승의 날 등 중요한 기념일이 많다. 5월의 주인공 모두는 가정과 사회를 이루는 핵심 구성원이다. 이들이 행복해야 우리 사회가 행복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의 우리 현실은 기념일의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최근 '2011 한국 어린이·청소년 행복지수의 국제 비교'를 발표했다. '주관적 건강' '학교생활 만족도' '삶의 만족도' '소속감' '주변상황 적응' '외로움' 등 6가지 영역에 대한 응답률을 수치화한 주관적 행복지수에서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65.98점으로 OECD 23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스페인(113.6점)보다 47.6점이 낮고, OECD 평균(100점)에는 34점이나 모자란다. 겨우 '꼴찌'를 면한 헝가리(86.7점)보다도 무려 20점 이상이나 차이 난다. 2009년 64.3점, 2010년 65.1점에 이어 3년 연속 '꼴찌'를 차지하고 있다.

한마디로 대한민국 5월 기념일의 가장 큰 주인공인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이 땅에 사는 것이 매우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아동과 청소년이 절대적 시간을 투여하고 있는 학교와 교육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5월의 날 주인공들은 학생, 교사, 학부모라는 이름으로 대부분 교육과 관련되어 있다.

‘입시전쟁’이라는 말만큼 한국의 교육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은 없다. 부모와 아이들에게는 입시지옥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이 세상에 살면서 저 세상의 지옥을 맛본다고 했을까. 그것도 초중고 12년을 전쟁터에서 살아야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교육은 그야말로 끔찍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 수 있는 가장 큰 지옥은 전쟁이다. 그래서 입시전쟁과 입시지옥이라는 말은 자연스런 댓구를 이룬다. 실제적으로 우리사회 청소년에게 나타나는 입시교육의 폐해는 전쟁의 폐해와 거의 흡사하다.

2009년 미국 병무청은 ‘이라크 참전용사 세 명중 한명이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즉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겪고 있으며 이들의 자살률은 역대 최고치’라는 발표를 했다. 한국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이들 대부분은 입시전쟁의 피해자들이다. 어른들이 만든 전쟁에서 힘없는 아이들이 희생이 되는 것이다. 지구상의 여느 전쟁의 경우처럼 말이다.

또한 우리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던 카이스트 학생들의 연이은 자살도 같은 맥락에 있다. 대한민국에서 카이스트학생은 어찌되었던 입시전쟁의 승리자들이다. 그만큼 각자는 누구보다도 치열한 입시전쟁을 겪었을 것이다. 위의 미국 사례에서 보듯이 인간성을 파괴하는 전쟁의 후유증은 승리자라고 피해가지 않는다. 얼마나 전쟁을 심하게 겪었느냐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번 카이스트 자살사태는 입시전쟁으로 인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를 치유하기에도 벅찬 학생들을 또 다른 양상의 국제전쟁(국제 대학경쟁력 강화, 전면 영어수업 등)에 강제 동원한 것이 직접원인이 됐다. 그리고 징벌적 등록금제도 도입은 이 전쟁의 양상을 극심하게 격화시키는 도화선이 된 것이다.

마른 걸레에서 물기 짜듯이 이미 경쟁에서 승리한 자조차 더 심한 경쟁으로 끌고 가려 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무한경쟁과 그것에서  승리하는 것이 교육의 전부인양 생각하는 우리사회의 전쟁유발자들(서남표 총장을 비롯한 MB정권의 교육관료, 다수의 기업인이 포함된 카이스트의 이사진 구성과 잘 맞아떨어진다)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우리의 자식들이 전쟁에 동원되는 줄도 모르고 거기에 휩쓸리고 있는 대다수 우리 자신들도 전쟁방조자 쯤 되는 것은 아닐까.

이렇듯 무한경쟁이 승리의 조건인 전쟁유발자들에게 다수의 희생은 애초부터 안중에도 없다. 학교부적응, 기초학습 부진 등 교실에서 소외된 모든 아이들(특히 학교밖청소년은 교육당국에 있어서 전사자일 뿐이다.)에게 국가가 아무런 대책이 없듯이 말이다. ‘꼴찌가 행복한 교실’은 전쟁이 없는 그야말로 아주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이다.

정체성 상실 등 인간성 파괴 이외에도 전쟁의 폐해는 세대를 넘어 막대하다. 어마어마한 교육전쟁 비용은 오직 전쟁유발자와 군수산업의 배만 불리는 것이다. OECD의 발표에 따르면 공교육비와 사교육비를 포함한 전체 교육비는 GDP의 7%로 2010년 70조원에 이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국방비 예산 31조원보다 2배가 훨씬 넘는 규모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교육비용을 들여 수행하는 것이 겨우 아이들의 행복과 거리가 너무도 먼 입시전쟁일 뿐이다. 아무리 쏟아 부어도 대학등록금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으며 또 다시 취업전쟁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대로 가면 하나의 담론으로서 교육망국론이 아니라 실제로 전쟁 같은 입시교육과 돈만 먹는 전쟁폐허가 된 대학 때문에 이 대한민국이 망할 것이다.

최근 진보적 교육감들이 입시교육을 극복하고자 혁신학교, 창의지성 중심의 중고 교육과정 개편 등 고민에 찬 정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제대로 실현될 지에 대해 그 취지와 무관하게 비관적 생각이 앞선다. 그 이유는 지나온 수 십 년간의 대한민국 교육정책이 번번이 입시라는 전쟁의 화마 속으로 빨려 들어감을 목도했기 때문이다.

해법은 전쟁을 중단 시키는 것 밖에 없다. 한번 시작한 전쟁을 중단시키는 것은 혁명만큼이나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 빨리 전쟁을 중단하는 것이 우리 아이들을 살리고 우리 미래를 살리는 것이다. 물론 전쟁유발자들이 전쟁을 스스로 중단하리라는 기대는 허망한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전쟁을 거부하거나 전쟁을 기피하는 것이다. 김상봉교수(전남대 철학과)는 ‘학교를 버리고 시장을 떠나라’는 책에서 이러한 전쟁거부를 ‘내부로 망명하기 또는 스스로 낙오자 되기’라고 표현했다.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에서 살아날 수 있는 길은 없다. 불안과 공포를 딛고 뗏목을 띠우던 구명보트에 올라타던 아니면 구명조끼 하나 입고라도 바다에 뛰어들어야 살 수 있는 것이다.

입시전쟁을 종식하고, 상생의 교육을 구현하는 것이 작금의 현실에서 가능하기나 한 이야기일까? 그렇다.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패전의 암운 속에서 울렸던 사즉생(死則生)의 외침은 수치적 가능성이 아니었다. 믿고 행한 자만이 확인 할 수 있었던 외침이었다. 31년 전 오월이 그랬듯이. /학교밖청소년배움공동체 디딤돌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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