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학교는 어떤 모습일까? 수영장, 공연장, 체육관 등 대학을 능가하는 시설, 세계화에 걸 맞는 원어민 교사와 화려한 커리큘럼. 조만간 제주와 송도에 생길 국제학교의 모습이다. 반면에 어떤 면에서 이것과 정반대의 시골 국제학교가 있다. 영화로부터 시작된 영화 같은 학교가 뜻밖의 상상을 보여준다.... <편집자 주>
한편의 영화, 지구학교를 만들다 아이들은 벼를 심고 흑돼지를 키운다. 책상과 의자도 직접 만든다. 교실은 대나무로 만들었다. 벽이 없는 교실에 햇살이 비추고 바람이 더위를 식힌다. 때론 천막이 교실이 된다. 피부색이 서로 다른 아이들은 강가와 진흙탕에서 뒹굴며 논다. 학교와 이어진 숲은 또 다른 교실이다. 오래 전 잊혀 진 추억 속 시골학교를 떠올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이것은 2008년 인도네시아 발리에 만들어진 그린스쿨(Green School)의 실제 모습이다. 거꾸로 시간이 흐른 듯한 이 시골학교를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문을 연지 3년 만에 40개국 이상에서 온 학생들과 세계 각지에서 찾아 온 교사들이 시골학교로 모여 들었다. 특별한 이 학교는 어느 평범한 은퇴자가 우연히 보게 된 한편의 영화로부터 시작되었다. 캐나다 조그만 시골에서 태어나 난독증을 앓던 존 하디(John Hardy)는 고통스런 학교생활을 견디다 못해 20대에 도망치듯 발리로 온다. 그는 발리에서 만난 아내와 함께 귀금속관련 사업을 하였고 2007년 은퇴한다. 편안한 노후를 꿈꾸던 그가 아내의 손에 이끌려 우연히 보게 된 영화 ‘불편한 진실’(엘 고어가 만든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은 평범한 은퇴자의 삶을 바꿔 놓고 말았다. 지구를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 그가 선택한 것은 학교를 만드는 일이었다. 그 학교가 미래를 바꾸고 있다. 그린스쿨의 교실과 사무실은 발리의 특산품인 대나무로 만들었다. 건축방식도 역시 지역의 전통양식인 대나무집 방식에 따랐다. 지역 특성을 골간으로 한 그린스쿨에 글로벌 기업의 미래 기술이 응축된다. 그린스쿨 취지에 동감한 프랑스 대체에너지 기업은 태양에너지 설비를 기증하였다. 독일기업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소용돌이 수력발전 시설을 지원했다. 여기서 생산되는 8,000와트의 전기는 학교의 전력을 충족시킨다. 퇴비를 만들어 내는 불편한 푸세식 화장실에서 아껴진 물과 대나무, 햇살, 바람, 강은 그린스쿨의 교육철학을 구현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학교, 마을을 바꾸다 그린스쿨은 인근 지역에 50,000그루의 대나무 묘목을 무료로 나누어 주어서 심게 하고 4년 후에는 학교가 그것을 다시 사들이는 지역사회 대나무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세계 40 여 개 국에서 500여명의 학생들이 찾아오는 이 학교는 정원의 20%를 발리 인근 지역사회 학생으로 채우고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학교 인근에 그린빌리지를 만들고 있다. 물론 대나무로 집을 짓고 있으며 식당과 카페가 들어선다. 학교에서 900m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이 마을이 완성되면 차를 타지 않아도 학교에 갈수 있게 된다. 학교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오래된 미래’가 있는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린스쿨은 지구, 교육, 기업, 마을, 전통이 학교라는 장을 통해서 어떻게 새로운 미래와 연결되는 지를 보여주는 한편의 영화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당연히 사람들이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든 이와 이를 본 어느 은퇴자, 발리 대나무건축 노동자들과 대체 에너지 기업가, 많은 장학금 기부자와 새로운 교육을 꿈꾸는 자원 활동가와 교사들이 그들이다. 자칫 누군가의 허황된 상상에서 끝날 일이 선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힘을 합하여 현실화 시킨 것이다.
‘오래된 미래’와 마을 만들기 반면 한국의 현실은 어떠한가. 재질(철근, 콘크리트)과 구조(일망감시체제, Panopticon)에서 감옥, 공장과 다를 바 없는 학교.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현실. 콘크리트 학교와 벽에 갇힌 교육이 바뀌지 않으면 아이들의 미래도 없다. 마찬가지로 콘크리트에 갇힌 분열된 삶으로는 생활의 미래가 없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은 이제 미래교육의 지표가 되고 있다. 만드는 마을은 또 다시 허물어진다. 마을은 뿌리 내리고 커가는 것이다. ‘오래된 미래’의 상상력이 해체된 마을을 복원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의 중심에는 교육의 미래가 있다. 어른들이 마을을 만들고 단지 아이들을 거기에 살게 하는 것은 또 다른 수용이다. 마을이 왜 필요한지를 아이들 스스로 느끼고 알아가는 것이 지역사회 공동체가 뿌리내리는 첩경이다. 그래서 마을 만들기는 미래교육에 대한 콘텐츠를 품어야 한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상상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시작이다. 발리의 그린스쿨은 이러한 고민의 실제적인 예가 될 수 있겠다. 존 하디는 그린스쿨의 경험을 통해 그것이 국경을 넘어 가능하다고 한다. “그린스쿨은 세상을 위해 만든 모델이고 발리를 위해 만든 모델입니다. 단지 이런 간단한 규칙을 따르기만 하면 됩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할 것, 환경을 우선순위로 둘 것, 그리고 우리 손자들이 어떻게 건물을 지을 것인지 생각해볼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학교밖청소년배움공동체 '디딤돌학교' 대표교사
#. 이 기사는 성남투데이가 새롭게 창간하는 월간지 ‘TONG’(通)에도 게재되어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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