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남FC 구단주 이재명 성남시장이 2014 K-리그 클래식에서 1부리그 잔류를 확정하자 기뻐하고 있는 모습     ©성남투데이

매서운 칼바람이 퇴근을 재촉하는 12월 1일 저녁 7시14분 기자 앞으로 보도자료가 왔다.

 

이례적인 성남FC의 보도자료. 저녁 7시47분 성남FC 홍보커뮤니티팀장님께서 이메일로 보도자료를 송부했다고 문자까지 보내셨다. 또한 밤 10시18분 기자회견 예고 문자도 왔다.

 

차근차근 읽어보니 팩트는 하나였다. ‘이재명 시장은 프로축구연맹 상벌위에 출석해 징계부당성을 밝히고 이번 사건을 프로축구계의 정화계기로 만들겠다는 주장’과 함께 ‘징계회부와 관련해 2일 오전 11시30분 성남시청 율동관에서 직접 이재명 구단주가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이었다.

 

 

왜 이런 보도자료를 보냈을까?

후속취재를 진행하다 이날 흥미로운 스포츠 기사가 보도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4 현대오일뱅크 K리그 대상 시상식에 앞서 정기이사회를 열고 SNS를 통해 팀이 오심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이재명 성남 구단주에 대한 징계안을 토의했고, 이사회는 프로연맹이 이재명 구단주를 상벌위원회에 회부해야한다고 의견을 모았으며, 프로연맹 역시 조만간 상벌위원회에 이재명 구단주를 회부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이재명 구단주 VS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참으로 곤란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심판 비평 금지 규정에 따라 SNS에 판정 논란을 거론한 이재명 구단주를 징계위에 회부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특히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이재명 구단주가 위반했다고 주장한 근거조항은 ‘인터뷰에서는 경기의 판정이나 심판과 관련하여 일체의 부정적인 언급이나 표현을 할 수 없다. 본 항은 K리그 소속 선수 및 코칭스태프, 구단 임직원 등 모든 관계자에게 적용된다. 이를 위반하면 제재를 부과한다’고 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또 다른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단순히 생각해보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이라는 거대한 조직과 이재명 구단주 개인의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성남FC의 태생은 성남시민프로축구단이다.

 

즉 혈세를 투입해 운영되는 성남FC의 주인은 100만 성남시민이다. 그리고 이재명 구단주는 100만 성남시민으로부터 위임받아 대표구단주로서 역할을 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구단의 진짜 임원은 100만 성남시민이다.

 

더불어 판정 논란은 축구팬들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던 논란거리다. 성남FC 팬들이라면 당시 판정에 아쉬워하며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해왔다.

 

그렇다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성남FC 구단주가 SNS를 통해 마지막 경기 직전 지난날을 떠올리며 판정 논란에 대한 푸념에 대해 징계회부감이 될 수 있을까를 먼저 생각해야한다. 만약 징계회부감이 확실하다면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성남FC 실질적 임원이자 주인인 100만 성남시민을 대상으로 먼저 징계회부를 해야 마땅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 구단주 VS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곤란하며, ‘성남시민프로축구단 VS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시선으로 바라봐야한다.

 

▲ 성남FC 최종전에서 곽해성이 골을 넣고 앞서나가자 이재명 구단주가 주먹을 불끈쥐고 기뻐하고 있다.     © 성남투데이

 

어쨌든 전투력 강한 이재명 구단주는 전쟁에 나설 준비가 끝난 것 같다.

이재명 구단주는 이번 징계회부에 대해 “건전한 비평을 통해 오류를 시정할 기회를 봉쇄하고 프로축구 발전을 가로막는 반민주적 폭거이자, 범할 수 없는 성역을 설정한 시대착오적 조치”라고 단정하고 상벌위 회부를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이번 사태를 심판비평 절대금지라는 성역을 설정하고 잘못된 경기운영을 방치하며 K-리그 발전과 국민적 관심을 가로막는 악습을 철폐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성남FC 홈페이지에 어느 한 시민팬은 다음과 같은 글을 올리며 이재명 구단주를 응원했다.

“구단주님 전투력 강한거야 누구나 잘 알고 있듯 앞으로도 성남을 향한 공격, 구단주에 대한 공격에 굴하지 말고 힘껏 싸워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이다.

 

 

판을 키울 줄 아는 이재명 구단주, 그로 인해 프로축구계도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구단주는 성남시장이 되기 전, 그러니까 정치 입문 전부터 판을 키울 줄 알았던 인물 같다.

 

MB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일본과의 정상회담 당시, 일본 총리가 ‘독도를 일본 교과서에 쓰겠다’고 하였을 때 MB는 대답으로 ‘지금은 때가 아니다 기다려달라’고 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고 이에 대한 독도시민소송단 대리인으로 자청해 이재명 변호사는 대통령과 맞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또한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으로 당선되고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모라토리움을 선언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을 혁신시키겠다는 취지의 발언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야할 말이 있을 때 무슨일이 생기더라도 반드시 꼭 해버리는 그의 모습에는 우발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고도의 심리전과 셈법이 숨어있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든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이재명 구단주를 징계하겠다고 나설 태세지만 상벌위원회가 진행이 되면 될수록 연맹이 스스로 파놓은 늪에 빠질 위험이 높다. 성남FC 팬들은 이재명 구단주를 징계하기 전에 우리를 먼저 징계하라고 나설 수도 있다. 만약 그런 가정이 현실화된다면 연맹은 팬도 징계하겠다며 상벌위원회를 개최할 수 있을까?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성남FC는 마지막 경기가 끝날 때까지 강등위기에 처해 있었고 마지막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9위로 시즌을 마쳤다. 잔류에는 성공했으나 성남FC 이재명 구단주의 징계회부와 관련된 논의로 인해 파장은 일파만파로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상벌위가 열리면 출석해 징계부당성을 당당히 밝히고 이번 사건은 프로축구계의 정화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이재명 성남FC 구단주의 기자회견은 오는 2일 열릴 예정이다.

 

하나만 더 붙여야겠다. 만약 연맹이 이재명 구단주 하나만 두고 전투력이 강하다고 판단했다면 큰 오산이다. 예전부터 일당백으로 불리며 유명세를 탄 성남FC 서포터즈들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벌써부터 연맹을 상대로 이를 갈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으니...

 

상벌위원회가 개최되는 날, 한국프로축구연맹 사무실이 있는 축구회관 앞에서 연맹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릴지도 모르니 두고 볼 일이다.

 

▲ 지난 2013년 10월 성남시민구단 재창단 관련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감사함을 표하고 있는 성남FC 서포터즈들     © 성남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