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운근 성남환경운동연합사무국장   ©성남투데이

지율스님의 100일 단식으로 촉발된 천성산 관통터널이 온 국민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쟁점이 되는 것은 천성산 관통 터널이 천혜의 생태 보고로 불리는 주변 습지와 도룡뇽으로 대표되는 그 속의 생명에 미치는 영향이다.
 
영향이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고,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 환경운동단체의 입장이다. 이 부분에서 정부로 대표되는 개발론자들과 환경운동가들의 근본적인 시각 차이가 존재한다.
 
소위 개발론자들은 과학 혹은 과학적이라는 것에 대해 맹목에 가까운 신앙을 가지고 있다.(사실 별로 과학적이지도 않지만...) 이에 반해 환경운동가들은 과학기술이 갖는 한계에 주목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의 영역에서 과학기술을 강요받고 있기는 하지만...)
 
현대의 과학자들은 흔히 과학적으로 판단하여, 미래에 미칠 환경영향을 예측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거대하고 심오한 자연생태계는 종종, 아주 자주 이러한 예측을 깨트리고 예측불허한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준다. 환경에 대한 예측에서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이 이 부분이다.
 
99%의 확신 속에 진행된 일이 단 1%의 불확실성 속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물며 이렇게 논란이 많은 사업은 더 더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환경적으로 각성한 나라일수록 환경적 우려가 있는 국책사업을 진행하는 데에 돌다리를 두드리는 인내와 끈기를 잘 간직하고 있다.
 
환경오염 사고 중 가장 어려운 영역이 토양오염이다. 땅 속은 그 깊이만큼이나 변화무쌍하다. 어느 지역의 지하수 오염이 수백 m에서 수 km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천성산 터널의 문제도 땅 속 지하수의 문제이다. 문제는 그러한 가능성의 영역을 매우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화호가 실패한 국책사업이라는 것은 누구나 안다. 그러나 이 사업은 환경운동 진영의 거듭된 반대에도 온갖 과학적 이유로 강행되었다. 그리고 결과가 재앙으로 와서야 중단되었다. 그러나 이 실패한 국책사업이 주는 교훈은 새만금에 와서 모두 잊혀지고 온갖 논리로 재무장된다.
 
이 무장의 이유는 과학적인 데에 있지 않다. 단지 정치적일 뿐이다. 천성산도 마찬가지이다.
 
단지 1시간을 빨리 이동하기 위해서 수만년 이어온 생태계와 그 속의 생물들의 생존을 위협해야 할 권리가 과연 우리 인간에게 있는가? 사형제도가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돌이킬 수 없다는 데에 있듯이, 잘못된 결정은 그 땅의 도룡뇽들을 다시는 볼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 수 있다.
 
인간이 단지 1시간을 빨리 이동하기 위해서, 다른 수많은 생물들의 생존을 과학의 도마 위에 올려놓는다는 것은 지나치게 잔인한 일이다. 입장을 바꾸어 인간이 그 도마 위에 올라갔다고 생각해 보면 결론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그리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그런 연후에 진행해도 결코 늦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