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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년(丁亥年) 새해엔 동락태평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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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년(丁亥年) 새해엔 동락태평하세!

“시청사이전, 날치기 통과 등 야만의 광기 몰아내야”
[신년 특별기고] 성남환경운동연합 하동근 공동대표

하동근 | 기사입력 2007/01/02 [03:40]

정해년(丁亥年) 새해엔 동락태평하세!

“시청사이전, 날치기 통과 등 야만의 광기 몰아내야”
[신년 특별기고] 성남환경운동연합 하동근 공동대표

하동근 | 입력 : 2007/01/02 [03:40]
아디오스 2006! 정해년 해맞이 굿판이 벌어지는 수어장대로 오르는 길은 새벽 6시인데도 만원이었다. 아마도 30여 년 동안 이곳에서 처음 보는 인파일 것이다. 지화문(남문)에서 발원하는 단대천 주 계곡도 놀란 것일까. 계곡물소리 외에는 모든 새와 벌레들이 잠잠하다. 무조건 위로 위로만 오르는 말없는 행렬이 마치 ‘꽃들에게 희망을’에나오는 애벌레기둥을 연상시킨다. 무엇을 기대한 행군일까?

「증여론」을 쓴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에 따르면 특정한 시기를 정해서 이전의 것들을 ‘망각시키고’ 새롭게 시작하는 의식이나, 제도가 모든 인류에 보편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이를테면 유태인들은 50년을 주기로 노예를 풀어주고 채권채무관계를 청산하는 ‘희년제도’를 발전시켜왔다. 세상의 부는 일정한데 많이 거둬들인 사람은 다른 사람의 몫을 빼앗은 것이 되고, 그런 관계가 일정수준을 넘어서면 사회의 불안정이 극한을 넘어서 존재의 기반을 상실하게 될 터. 현실적실성에 대한 가치판단을 유보한다면 매우 현명한 제도다.

▲ 성남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이자, 성남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하동근 공동대표     ©조덕원
 
희년제도의 소극적 형태로 현재에 까지 남아있는 망년회를 생각하게 된다. 상대가 청산해주지 않는다면 이쪽에서라도 잊어버리면 일정정도의 정신적 청산이 이뤄진다. 망각하지 못한다면 불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우리 주변엔 늘어져있다. 망각은 희망의 조건인 셈이다. 그러나 망각은 쉽지 않다. 무언가 새로운 매개체가 필요하다. 새해 첫날에 떠오르는 태양이야말로 많은 민족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읽어내게 하는 망각의 매개체였다.

오늘은 새롭게 떠오르는 해의 스펙터클을 감상할 수 있으려나. 성남시민들에게 단순히 환경적 가치를 넘어서서 사회적 종교적 기능도 갖는 고마운 남한산성!

그런데 이 망년의 의식이 부족단위, 씨족단위로 이뤄진다. 공동체 전체가 함께하지 않는 망각은 일방적일 뿐이기 때문에. 이것이 공동체를 묶어내는 원시부족의 지혜였단다. 그래서 Adios!(신의 은총 속으로/망각 속으로) 병술년 이여!

그런데 말이다. 정치 고따우로 할 꺼야? 성남의 시의원들은 단식투쟁 중인데 동네가 함께 모든 걸 잊자고 할 수가 없지 않나? 지난연말에 동네 시의회에서 벌어진 광기를 잊어버리자고 하기에는 그 생채기가 이제 시작되고 있으니, 이 지점에서 망각을 얘기하자면 기만이고 미친 짓이잖아? 이런! 잊어버릴 형편조차 못되네.

분당의 문화의 거리는 성남시 문화행정의 천박한 문화인식을 말해주는 대표선수다. 체게바라를 티셔츠로 소비하는 격이다. 인사동을 동네 입구의 ‘고갈비 집’에서 소주 먹기로 즐기는 수준이다. 그래도 잊어버리려고 했는데 올해에 똑같은 문화의 거리를 구시가지에 만들기 위한 용역작업에 들어간단다. 잊을 수가 있을까?

시청사를 몇 천, 몇 백억 들여서 건설하면 천박한 인식이 갑자기 수준 높아져 일류행정이 펼쳐지는 것일까? 하드웨어만 건설하면 소프트웨어는 절로 따라오게 되어있다는 신화는 이제 폐기(비신화화)되어야 한다. 광주대단지 건설에서 최고의 히트작은 “선입주 후건설”이었다. 그 냉혹한 신화가 신화가 아닌 현실이었다. 그 신화와 현실의 만남이 저 유명한 8.10 광주대단지사건인 것이다. 그런데 또 시청을 옮기잰다. 그 신화에 한번 기대보잔다. 그 폭력적 신화에 말이다. 그것을 어떻게 잊을까?

공동체적 망각 제의가 불가능한 동네가 되어버린 꼴이다. 광기와 신화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최소한의 진정효과를 위한 의식도 불가능하다. 이 동네를 어찌할 것인가?

그러나 잊기엔 아쉬운 일들도 많았다. 동네가 이젠 제정신 차리고 돌아갈 수도 있다는 희망을 시의회와 시민사회에서 발견할 수 있었음을 놓쳐서는 안된다. 훌륭한 활동가들과 자기를 던져서 동네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우리 동네엔 생각 외로 많다. 성남동네가 이제 더 이상  외롭지 않은 것이다.

“동락태평하세!”는 ‘태평4동 마을 만들기’ 기획의 이름이었다. ‘동네(洞)가 즐거우면’ 혹은 ‘함께(同 )즐거우면’ 태평일 것이라는 중의적인 표현으로 멋들어진 표현이다.

그렇다 ‘야만과 광기’가 지배하는 시대의 맞은편은 ‘동락태평’이 있다. ‘과학과 이성이 지배하는’ 사회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하자. 공동체가 중심에 있지 않는 과학과 이성은 냉혹하고 차거운 기계사회일 뿐이기 때문이다.

야만과 광기를 몰아내는 것은 동락태평일 수 있다는 말이다. 동락태평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소수 이익을 위해서 시청을 이전하겠는가? 동락태평을 느끼는 사람들이 문화를 껍데기로만 받아들이겠는가? 동락태평과 날치기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누가 동락태평의 꿈을 실현하는가? 주민들, 시민사회, 정치사회가 함께 만들어내는 환상을 새해 아침이니까 가져보는 것도 가능한 것이 아닐까? 새해엔 동락태평하세! 동.락.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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