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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세계에 바로 알리는 ‘풀뿌리 외교관’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

이채연 기자 | 기사입력 2003/11/05 [03:09]

한국을 세계에 바로 알리는 ‘풀뿌리 외교관’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

이채연 기자 | 입력 : 2003/11/05 [03:09]

영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에서 어린 꼬마는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라’는 선생님의 과제를 받고 피라미드식 도움 주기 운동을 시작한다. 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은 사람은 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의 박기태대표와 운영진들     ©우리뉴스

이와 똑같은 방식으로 세계에 ‘아름다운 한국 알리기’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바로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www.prkorea.com)의 박기태 대표와 운영진들. 서울 남대문 3평 짜리 사무실에서 전 세계에 한국을 홍보하고 있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회원 6천여 명 ‘한국 알리기’ 역할
“외무고시를 통과한 사람만 외교관이 되는 건 아니죠. 한국을 알리는 사람은 누구나 외교관이라는 것이 우리들의 생각입니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해외 친구들과 펜팔을 하면서 외국어와 한국 역사도 공부하고 자연스럽게 한국을 알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라를 움직이는 건 이런 작은 힘이 하나가 될 때 가능하죠. 그래서 우리들은 풀뿌리 외교관입니다.”

‘반크’(VANK·Voluntary agency network of Korea)는 지난 99년 1월부터 한국 학생들이 이메일로 외국 학생, 한인교포, 입양아들에게 올바른 한국의 정보를 알려주는 ‘사이버 외교 사절단’이자 ‘사이버 관광 가이드’의 역할을 하고 있는 순수한 민간 한국 홍보 단체. 현재 회원은 6,0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반크의 역사는 아름다운 한국을 만들어 보자며 5명의 운영진이 똘똘 뭉치면서 시작되었다. 박기태(대표), 이정애(월드컵 홍보팀장), 도희선(교육부 팀장), 이선희(교류부 팀장), 이재영(국제부 팀장)씨 등이 그들. 그저 가장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펜팔이었기 때문에 시작하게 됐다는 박기태 대표는 “다른 친구들처럼 해외로 배낭 여행을 다닐 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어 인터넷으로 외국 친구 5명과 펜팔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단순히 영어 공부하면서 해외 친구도 사귄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일인데 외국 친구들이 한국과 서울에 대해 자세히 소개해 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이 저처럼 펜팔로 한국을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개인 사이트를 만들었죠.”

항의메일 보내 ‘동해’ 표기 바로 잡기도
박대표가 혼자서 만든 개인 사이트에 친구 이선희씨가 대학원에 진학할 등록금을 투자했다. 이어 대전에서 연구소 일을 하던 초기 반크의 회원인 도희선씨가 퇴직금을 모두 털어 넣으면서 본격적으로 반크의 깃발을 꽂게 되었다. 이후 무역회사를 다니던 이재영씨와 포드 자동차 회사를 다니던 이정애씨가 반크의 매력에 푹 빠지면서 회원에서 운영진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수만 명을 자랑하는 많은 인터넷 사이트에 비하면 6,000여 명의 회원 수는 작게만 보인다. 하지만 운영진과 회원들이 지금껏 이뤄낸 일들은 놀라울 정도. 이들은 미국 지리학회에서 발행되는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 지오그래픽>에 항의서한을 보내 지난 2001년 1월, 동해의 잘못된 명칭인 일본해(Sea of Japan)를 동해(East Sea)와 함께 표기하겠다는 발표를 얻어냈다. 이어 세계 최대의 여행 잡지인 호주 <론리플레닛>에도 동해를 표기하게 했고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6.7%’이라는 60년대 수치를 ‘9%’로 수정하도록 했다.

이처럼 반크가 추진하고 있는 일은 단순한 한국 홍보가 아닌 한국을 ‘바로’ 알리는 일. 그래서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매체와 사이트, 기관들을 상대로 회원들과 함께 잘못 알려진 한국을 바로 잡기 위한 항의 메일을 보내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한국어가 제 2외국어로 채택되는 게 목표
인터뷰 내내 자신은 이름만 대표일 뿐 5명의 운영진과 회원들이 반크의 대표라며 얼굴을 붉히는 박 대표도 그동안 어려웠던 일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떨구고 만다. 회원들에게 받는 평생 회비 2만원이 대부분의 수입인 반크는 좋아하는 일을 하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불평할 수 없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잊고 살뿐이라고. 하지만 이런 반크의 열정은 조용히 회원들을 감동시킨다.

“중학생 회원이 청와대에 ‘인터넷으로 한국을 홍보하는 자랑스런 반크의 회원’이라는 메일을 보냈어요. 그래서 저희 사이트가 청와대의 청소년 추천 사이트가 됐고 서울시에서도 음란 사이트에 대항하는 최고의 사이트로 선정됐죠.”

이처럼 반크의 순수한 뜻을 알아주는 회원들이 있어 보람을 느낀다는 박기태 대표는 올해 또 다른 씨앗을 뿌릴 계획에 들떠 있다. 바로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축제 월드컵의 홍보다. 현재 이정애 팀장이 회원들에게 제공할 월드컵 홍보 자료 준비를 끝냈고 회원들은 이 자료를 받아 해외 친구들에게 알릴 것이다. 그러나 반크의 꿈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외국에서 한국어가 제 2외국어로 채택되고 20만 명의 회원을 모아 한국을 바로 알리는 범국민적인 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저희의 꿈입니다. 그래서 훗날 저희 아이들이 외국에 나갔을 때 ‘동남아시아의 어느 작은 나라’가 아닌 당당한 한국으로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고 싶어요.”   

가장 평범한 펜팔을 가장 빛나게 활용하고 싶었다는 초심으로 언제나 회원들의 보모이고 싶다는 반크의 박 대표와 운영진들. 젊음을 값지게 쓸 수 있어 행복할 뿐이라는 그들에게서 이미 ‘아름다운 한국 만들기’는 시작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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