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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사실’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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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사실’이 중요하다

2심 재판부가 ‘성남지역 주민’을 뺀 이유가 좀 그렇지?

벼리 | 기사입력 2007/06/10 [22:49]

‘공소사실’이 중요하다

2심 재판부가 ‘성남지역 주민’을 뺀 이유가 좀 그렇지?

벼리 | 입력 : 2007/06/10 [22:49]
전에 이렇게 썼다.

“어떤 법적인 판단이 내려질 경우, 그것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심증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합리적인 의심이 모든 의문, 모든 불신을 뜻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것은 다만 논리적으로나 경험적으로 공소사실과 다른 사실일 수 있는 의심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돼지고기는 술과 어울린다’ 참조)

요악하면 ‘공소사실에 대한 어떤 법적인 판단은 논리적으로나 경험적으로나 공소사실과 다른 사실일 수 있는 의심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요약해서 말하면 ‘공소사실에 대한 어떤 법적인 판단은 공소사실에 대한 확인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논리적인 측면에서 공소사실을 전제로, 어떤 법적인 판단을 결론으로 볼 경우, 이 전제와 결론을 잇는 논증은 논증 자체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신뢰할 수 있는 전제 곧 공소사실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가 있다.

▲ 벌금 70만원으로 시장직을 유지하게된 이대엽시장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서울 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는 모습.     ©조덕원

결론부터 말하자면 2심 재판부는 법률적 판단에 앞서 공소사실, 그 공소사실의 의미를 정확히 하지 않았다. 그럼 2심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한 부분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은 무엇인가? 전에 이렇게 정리한 바 있다.

“피고인 이대엽과 이춘식이 2006년 5월 9일 3시 경 신한타워 7층 이대엽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춘식이 이대엽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준비 지시에 따라 다과회 음식으로 식사류인 ‘돼지고기 편육’ 75만원을 준비하고, 이대엽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가한 한나라당 당원 및 성남지역 주민 등 1,500명에게 제공, 기부행위를 했다”(‘돼지고기는 술과 어울린다’ 참조)

이에 대한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이렇다.

“2006년 5월 9일 3시 경 신한타워 7층 이대엽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춘식이 이대엽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준비 지시에 따라 다과회 음식으로 식사류인 ‘돼지고기 수육’ 75만원을 준비하고, 이대엽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가한 한나라당 당원 및 성남지역 주민 등 1,500명에게 제공, 기부행위를 했다”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담당검사 소진)이 제기한 공소사실 중 ‘돼지고기 편육’을 1심 재판부가 ‘돼지고기 수육’으로 바꿔 부른 것은 “돼지고기를 삶아 썬 것으로 돼지고기 수육에 해당된다”는 이유에서다. 기부행위에 해당되는 ‘물품’의 이름을 정확히 함으로써 공소사실을 보다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신뢰할 수 있는 전제로부터 법적인 판단을 이끌어내겠다는 1심 재판부의 의도로 읽혀진다. 그렇다.

돼지고기 편육이 아니라 돼지고기 수육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검찰의 공소사실, 1심 재판부의 판단에 대해 범죄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즉 다음과 같이 본 것이다.

“피고인들이 이대엽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가한 한나라당 당원 등 1,500명에게 삶은 돼지고기를 제공했다”

우선 1심 재판부가 신뢰할 수 있는 전제로부터 법적인 판단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기부행위에 해당되는 물품의 이름이 ‘돼지고기 수육’임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2심 재판부는 이를 ‘삶은 돼지고기’로 고쳐 불렀다. 의도는? 이에 관해 전에 이렇게 썼다.

“논증은 엄격해야 한다. 어떤 논증은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 한 용어의 의미를 이런 의미에서 저런 의미로 슬그머니 바꾸기도 한다. 이런 엉터리 논증을 ‘다의성(equivocation)의 오류’라고 한다. 1심 재판부가 사용한 용어인 돼지고기 수육은 이런 다의성의 오류를 피하고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을 아주 명확하게 한 업적이 있다. 그러나 이런 1심 재판부의 사려 깊은 정의는 2심 재판부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2심 재판부가 선고에서 쓴 용어는 1심 재판부가 피고인들의 기부행위를 엄밀하게 규정한 ‘돼지고기 수육’이 아닌 ‘삶은 돼지고기’이기 때문.”(‘삶은 돼지고기라니?’ 참조)

덧붙여 이렇게 썼다.

“놀라운 것은 2심 재판부가 선고에서 ‘삶은 돼지고기’라는 용어를 쓰면서 왜 이런 용어를 썼는지 그 이유를 전혀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재판을 지켜보면서 이 점이 매우 의아스러웠다. 1심 재판부가 용어 사용에서 명확히 한 돼지고기 수육은 기부행위냐 아니냐를 가리는 핵심적인 용어다. 혹시 2심 재판부는 이 핵심적인 단어의 의미를 애매모호하게 처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대체 무슨 이유였을까?”(‘삶은 돼지고기라니?’ 참조)

누가 낫나? 성남의 판사들이 낫고 서울의 판사들이 못하다는 판단이다.

다음으로 검찰의 공소사실에 분명히 명시되어 있고 1심 재판부도 분명히 명시한 ‘성남지역 주민’이 사라져 버렸다! 2심 재판부는 대신 1,500명 앞에 ‘한나라당 당원’을 명시했다! 무슨 뜻일까?

돼지고기 수육이 다과가 아닌 것은 지금까지 여러 각도에서 누누이 밝힌 대로 다과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2심 재판부처럼 돼지고기 수육을 아무리 삶은 돼지고기로 바꿔 부른다고 해서 다과가 되는 것이 아닌 것도 분명하다. 아니 백보, 천보, 만보를 양보해 돼지고기 수육이 다과라 치자. 2심 재판부가 판단한 대로 돼지고기 수육이 다과라 치자.

돼지고기 수육을 다과로 볼 경우 공직선거법 및 규칙에는 기부행위에서 제외되는 예외조항이 있다. 예외조항은 두 개다.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 선거사무소…를 방문하는 자에게 다과ㆍ떡ㆍ김밥ㆍ음료(주류는 제외한다) 등 다과류의 음식물을 제공하는 행위”(공직선거법 112조 2항 1호 마목)

“선거사무소…안에서 개최하는 개소식…에서 참석한 정당의 간부·당원들이나 선거사무관계자들에게 통상적인 범위 안에서 다과류의 음식물을 제공하는 행위”(공직선거관리규칙 50조 5항 2호)

그러나 공직선거법 112조 2항 1호 마목의 취지는 명백히 정당활동에 관련된 것이며 개별적·일상적으로 ‘방문’하는 자에게 다과를 제공한다는 뜻이지 일시에 1,500명이 넘는 사람들(당원이든 일반 지역주민이든)을 ‘초청’해 다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또 공직선거관리규칙 50조 5항 2호의 취지는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다과를 제공하는 상대방을 ‘정당의 간부·당원들이나 선거사무관계자들’로 한정한다는 뜻이지 일반 지역주민에게 다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이춘식씨, 이대엽 시장이 일시에 1,500명을 초청해 돼지고기를 수육을 제공한 것은 돼지고기 수육이 다과라 쳐도 첫 번째 예외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성남지역 주민 등 1,500명에게 돼지고기 수육을 제공한 것은 돼지고기 수육이 다과라 쳐도 두 번째 예외조항에 해당되지 않는다. 어떤 예외조항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따라서 돼지고기 수육이 다과이든 아니든 이춘식씨, 이대엽 시장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삶은 돼지고기를 성남지역 주민 등 1,500명에게 제공한 것은 (음식물의 종류가 다과이든 식사이든 가리지 않는) “물품의 제공”(공직선거법 112조 1항)에 의한 ‘기부행위’에 해당된다.

바로 이 같은 기부행위라는 이유에서 검찰은 기부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113조와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법 257조를 적용해 공소사실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이자 1심 재판부의 판단인 “피고인들이 이대엽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가한 한나라당 당원 및 성남지역 주민 등 1,500명에게 돼지고기 수육을 제공했다”에서 ‘성남지역 주민’을 빼고 “피고인들이 이대엽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가한 한나라당 당원 등 1,500명에게 삶은 돼지고기를 제공했다”고 달리 판단했다.

결국 2심 재판부는 결코 적용할 수도 적용해서도 안 되는 두 개의 예외조항 중 하나인 공직선거관리규칙 50조 5항 2호를 적용한 셈이다. 실제로 2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취지를 개소식에 참석한 정당의 간부·당원들이나 선거사무관계자들이 아닌 일반 지역주민들에게 음식물을 제공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것이 바로 2심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인 ‘한나라당 당원 및 성남지역 주민 등 1,500명’ 중 ‘성남지역 주민’을 지우고 ‘한나라당 당원 등 1,500명’으로 달리 판단한 이유다.

2심 재판부가 ‘한나라당 당원 등 1,500명’이란 판단을 통해 돼지고기 수육을 다과로 판단하는데 써먹은 것은 이미 밝힌 바 있다.

즉 2심 재판부는 제공된 돼지고기 수육을 ‘75만원 나누기 1,500명’ 해서 1인당 제공된 양이 소량이고 그 가격이  ‘5백원’에 불과하다고 판단했으며, 아울러 음료수·김밥·과일·떡·삶은 돼지고기(돼지고기 수육) 등 1인당 제공된 음식물 가액의 합계가 3천원을 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것이다(‘초딩산수야 고딩수학이야?’ 참조)

그러나 3천원이 넘지 않으면 다과는 허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이끌어내기 위해 도입된 이 이상한 계산법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2심 재판부는 1,500명이 모두 한나라당 당원이라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증명해보라! 설령 증명한다 해도 이는 “한나라당 당원 및 성남지역 주민 등 1,500명”이라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것이다!

이제 분명해졌다. 2심 재판부는 “한나라당 당원 및 성남지역 주민 등 1,500명”을 온전하게 판단한 것이 아니라 성남지역 주민은 빼고, 한나라당 당원 등 1,500명만 써먹었다. 이것은 자의적인 것이다! 이 같은 자의성을 범한 이유는? 돼지고기 수육을 다과로 보고 한나라당 당원에게만 제공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다!

2심 재판부는 결국 신뢰할 수 있는 전제 곧 공소사실에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의미를 흔들어댔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법률적 판단에 앞서 공소사실, 그 공소사실의 의미를 정확히 하는 것은 중요하다. 어떤 법률적 판단이 결론이라면 공소사실은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전제는 신뢰되어야 하며 결코 흔들려서는 안 된다.

다시 한 번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정말 제대로 된 판단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벼리는 법률전문가가 아니다. 차라리 문외한에 가깝다. 그러나 재판을 지켜보면서 의문이 끊이지 않았다. 그 의문의 핵심은 2심 재판부가 문제를 복잡하게 이끌어간다는 점에 있다. 이 점이 정말 이상하다. 왜 문제를 복잡하게 이끌어갔을까?

다시 한 번 말한다. 벼리는 법률전문가가 아니다, 차라리 문외한에 가깝다. 그렇다고 상식마저 무너뜨리진 않는다. 술과 어울리는 돼지고기 수육을 바삭바삭한 과자라고 우기지는 않는다. 오히려 2심 재판부의 판단에 지금까지 이런저런 문제제기를 해온 것은 철저히 ‘상식’에 기댄 것이다. 그리고 이 상식의 논리는 지금까지 선거판을 취재해온 경험에 의존하고 있다.

선거판의 경험에도 어긋나고 이에 기초한 상식에도 위배된 법률적 판단. 그것은 ‘권위’를 인정받을 수 없다. 벼리가 상식을 가진 이들과 함께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상식에 기초하되 상식보다 뛰어난 대법원의 법률적 판단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이 정확하다는 이대엽 시장의 말이 맞는지 벼리의 말이 맞는지 아니면 이보다 나은 말이 있는지 기다려보자. 그간 담론해온 내용을 두 가지로 요약, 정리한다. 다음과 같다.

1) 돼지고기 수육은 삶은 돼지고기가 아니며 다과가 아니다.
2) 돼지고기 수육이 다과이든 아니든 돼지고기 수육 제공은 기부행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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