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기업형 슈퍼! 10만 중소상인 몰락의 길로…

대기업이 재래시장과 골목상권까지 침을 흘리는 형국을 어지할꼬?

오인호 | 기사입력 2009/10/14 [00:04]

기업형 슈퍼! 10만 중소상인 몰락의 길로…

대기업이 재래시장과 골목상권까지 침을 흘리는 형국을 어지할꼬?

오인호 | 입력 : 2009/10/14 [00:04]
추석을 앞두고  광주시에 이마트가 들어섰다. 이번 입주로 광주뿐만아니라 분당, 용인, 수지, 여주 그리고 이천 등지에서 사람들이 몰려 추석때는 무려 10만명이 몰렸다고 한다. 지금 현 시청주변에 공사중인 신세계 쉐덴빌에 이마트 에브리데이가 4,500평 규모로 입정이 확정됐다.

중앙시장 상인회부회장 신근식(전국대형마트규제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씨는 "152개의 재래시장이 SSM(기업형슈퍼마켓)이 들어서면 향후 10년 안에 유통환경이 바뀔 것이다"고 토로했다. 

▲ SSM과 황소개구리를 비교하여 항의 시위를 하는 장면     ©오인호
  
2년전 전국 재래시장 상인단체와 연대해 서울역 앞에서 3000명이 참석한 '대형 할인마트 규탄' 집회를 이끌어낸 바 있는 전국소상공인단체연합회장 김경배씨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시적으로 SSM이 깨끗한 환경에 저렴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대형마트에 의해서 상품의 규격이 많지 줄었다. 두루마리 화장지의 길이는 원래 70미터였는데, 대형마트가 제품 단가를 내리면서 35미터까지 줄었다. 소비자는 그저 24매라고만 생각하지, 몇 미터인지는 생각 못한다. 우유도 전부 1L였는데, 대형마트가 생기면서 900ml가 생겼다. 설탕 역시 원래 3kg 외에는 없었는데, 대형마트 때문에 2.7kg이 만들어졌다. 과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가 세밀하게 안 봐서 그렇지, 가격은 실질적으로 6% 정도 차이에 불과하다. 물론 야채, 과일은 대형마트가 훨씬 비싸다. "라고 말하였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야탐홈플러스 과일가격과 성남행복한생협에서 판매하는 같은 물품의 가격을 비교해 보았다. 홈플러스 물건이 더 비쌌다. 일반적으로 생협물건은 친환경 유기농물건으로 비싼 것으로 알려져있다.  

주위에 기업형 슈퍼마켓이 입점한 이후 주변 상가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었는지, 분당의 한 동네 슈퍼마켓과 아파트 단지 내 상가 등을 밀착 취재해 살펴본다.
 
골목 상권을 형성하고 있던 동네 슈퍼마켓, 정육점, 반찬 가게, 문구점 등의 상점은 기업형 슈퍼마켓이 근처에 입점한 이후 매출액이 30~50% 줄고 폐업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로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자영업자. 1년 만에 자영업 종사자가 30만명 줄었다. 특히 수도권 보다는 지방, 규모가 큰 업체보다는 작은 업체가 더 큰 타격을 입었다.
 
경남 마산의 경우 외환위기 전 32개였던 재래시장이 15개로 줄었고 마산 중심가인 창동의 경우 저녁 8시만 돼도 문을 닫는 상점이 속출하는 등 경기 불황의 직격탄을 받고 있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가 고령화 되면서사회안전망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영세업자들이 폐업한 뒤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체근로자의 1/3, 720만 명에 이르는 자영업자가 몰락할 경우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성남시의 경우 자영업에 종사하는 가구가 10만에 이른다. 이들의 몰락은 바로 35만명의 성남시민이 도시빈민으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한다. 
 
▲ SSM 대책 촉구 기자회견 장면     ©오인호

다음은 성남시 수정구 태평동에서 슈퍼를 경영하는 한 분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 SSM(기업형 슈퍼마켓)이라고 들어 보셨나?

수정구 태평 4동에 이마트 everyday가 입점할 때 반대 성명도 하고 해서 그리고 수진동에 홈플러스가 있어서 잘 알고 있다. 

- 최근 SSM 매장이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사실 저희 슈퍼도 L마트에서 제안이 들어 온 적이 있다. 저희와 동일한 이름의 슈퍼가 5개 있는데 이를 모두 넘기라는 제안이 있었다. 그러나 저는 그 제의를 거절했다. 물론 저 개인적으로는 돈이 되겠지만 도의적으로 저희가 매장을 넘길 경우 동네 상권이 모두 무너질 것이 뻔 할텐데 도저히 양심상 그럴 수 없었다. 사실 성남에 경제적 어려움으로 마땅히 자본이 빈약한 사람들이 할 것이 없어서 하는 소형 슈퍼도 많다. 이러한 분들이 모두 서민인데 그리고 각 슈퍼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그렇고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된다. SSM이 들어오면 말이다.

-. 왜 SSM이 들어오면 동네 슈퍼가 망하게 된다고 생각하는가?

먼저 구색력이 동네 슈퍼는 떨어진다. 오뎅 하나만 보더라도 기업형 슈퍼에서는 여러 가지 상품이 있는데 저희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여름에 아이를 유모차에 실은 주부가 에어콘이 잘 나오는 매장에서 시원하게 장을 볼 텐데 저희가 경쟁이 되겠는가? SSM에서는 할인매장용 물건을 판매하고 저희는 소매점용을 판매한다. 여기서부터 저희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
 
사실 물건의 질이 차이가 있지만 소비자들은 단순한 가격 비교만 하지 성분의 차이를 분석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된장의 경우 저희가 국내산을 70% 사용한 물건을 판매한다면 SSM에서는 중국산이 50% 들어 있는 물건을 팔더라도 소비자들은 그 가격의 차이만 보지 실제 성분은 안중에도 없게 된다. 자연 저희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SSM은 저희와 규모가 비슷해도 이렇게 할인 매장의 물건을 팔 수 있다. 저희가 하면 불법이다. 법과 제도에서 불공정한 경기를 요구하고 있다. 대형 매장에서 PB(주문생산상품)이 문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러한 문제가 앞으로 계속 벌어질 것이다. 

-. 왜 갑자기 SSM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는가?

시 당국이나 기득권을 대변하는 시의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서 무관심한 것이 사실이다. 대형매장은 이런 분들과 접촉하기 쉽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저희는 어떻게 그런 분들을 만날 수 있나? 먹고 살기도 빠듯한데 말이다. 

-. 동네 슈퍼와 SSM 매장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요즘 성남에 노인분들이 많이 사시는데 그분들이 두부를 한모 사려고 팔백원을 들고 오신다. 판두부를 사시는 거죠. 그런데 SSM에 가면 우리 콩으로 만든 2천 팔백원이고 수입콩 제품도 천 7 백원한다. 이런 노인분들은 못 사 드시는 거죠. 교육받은 SSM 매장의 직원들이 어쩌면 저희보다 더 친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친절함은 바로 계산된 친절이다. 돈을 벌기 위한 친절이죠. 저희는 정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어떤 분이 지난달에는 잘 버시다가 요즘 일이 없어서 라면을 살 돈도 없다고 치자. SSM 매장에서 이 분이 외상거래를 할 수 있나? 저희는 정 때문에 드린다는 거죠. 라면 한 두 번은 말이다. 물건을 파는 사람의 마음 곧 진정성에서 차이가 있다고 본다. 

- SSM이 들어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하는가?

우선 대리점이 먼저 망할 것이다. 왜냐하면 동네 슈퍼가 문을 닫아서 혹은 구매력이 떨어져서 물건을 구입하지 못하면 대리점이 먼저 망하고 그리고 동네 슈퍼 재래시장 모두 전멸할 것이다. 대형 매장과 대기업만 살고 모든 중소상인들은 빈민이 되는 것이죠. 
 
  • 기업형 슈퍼! 10만 중소상인 몰락의 길로…
  • 많이 본 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