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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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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벼리 | 기사입력 2008/12/29 [03:06]

사랑

벼리 | 입력 : 2008/12/29 [03:06]
▲ 얕은 사랑은 사라지고 깊은 사랑만 남으리, 둘이 보았던 언덕 위 저 푸른 소나무처럼.     © 2008 벼리

두 개의 아니 전혀 다른 사랑이, 사랑의 유형이 있는 것 같다. ‘하나가 되려는 사랑’이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랑 곧 ‘하나가 되지 않으려는 사랑’이 있다. 하나가 되려는 사랑은 갖으려 하고, 갖으려 하므로 내세우려 하고, 내세우려 하므로 내 안에 끌어들이려 한다. 갖으려 하고, 내세우려 하고, 내 안에 끌어들이려 하는 이 모든 행위는 놀랍게도 ‘맹목적’이다. 맹목이야말로 하나가 되려는 모든 ‘사랑의 족쇄’다. 하나가 되지 않으려는 사랑은 드물다. 그것이 드문 것은 갖으려 하지 않고, 내세우려 하지 않으며, 내 안에 끌어들이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대로’(롤랑 바르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가 되지 않으려는 사랑이다. 왜 하나가 되지 않으려는 걸까? 그대라는 존재의 힘을 맛보는 까닭이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그대는 언제나 나를 깨우는 어떤 것이다. 발부리에 차이는 돌, 뒤돌아섰을 때 환하게 피어 있는 꽃, 황량한 들판에서 쏜살같이 내게 달려오는 말, 작렬하는 태양을 가리는 한 줌의 구름과 같은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하나가 되지 않으려는 ‘사랑의 마술’이다. 이런 사랑은 나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다. 자기애에 빠진 사람이 있다. 반면 자기와 결코 하나가 되지 않으려고 마음 먹은 사람도 있다. 그는 ‘의심하는 cogito'(데카르트)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 역시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이런 글을 쓰는 그에게 연인은 커피 향기와 함께 한 구절 싯구를 들려준다.

얕은 사랑은 사라지고 깊은 사랑만 남으리
둘이 보았던 언덕 위 저 푸른 소나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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