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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짝’ 뛰는 개구리와 함께 찾아오는 봄

경칩의 대표음식은 개구리알?…미제(美帝) 개구리의 토종 생태계 공습

성남투데이 | 기사입력 2010/03/05 [10:21]

‘폴짝’ 뛰는 개구리와 함께 찾아오는 봄

경칩의 대표음식은 개구리알?…미제(美帝) 개구리의 토종 생태계 공습

성남투데이 | 입력 : 2010/03/05 [10:21]
▲ 6일 경칩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개구리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사진제공;민중의 소리)     ©성남투데이
오는 6일은 절기상 '경칩'이다. 경칩은 날씨가 따뜻해 산천초목에서 싹이 나고 겨울 내 잠자던 동물들이 땅속에서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동물이 바로 개구리다. 봄을 뜻하는 영어 단어 'spring'도 터져 오르는 꽃망울과 함께 폴짝 뛰어 오르는 개구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봄이면 개구리가 왕왕 울어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고 아이들은 개구리를 잡으러 쫓아다니며 온 몸이 흙탕물이 됐던 것과 달리, 요즘 도시에서 개구리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외래종 개구리들의 '침공'과 더불어 개구리가 산란을 할 물웅덩이나 개울들이 사라지면서 토종 개구리들을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개구리'란 종으로 보자면 양서강 무미목에 속하는 개구리 종류를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개구리종에는 무당개구리, 두꺼비, 청개구리, 맹꽁이, 개구리 등의 각과가 속해있다.

이 중 우리에게 친근한 개구리로는 '청개구리'가 있다. 청개구리는 몸길이가 2.5~4cm 정도 되며 수원청개구리, 나무개구리라고도 한다. 등부분의 색깔 변화가 많아 위협에 처했을 때 색깔을 바꾸는 '보호색' 전술을 쓰는 동물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청개구리는 산지나 평지의 풀이나 나무 위에서 살고 산란기는 5~7월이다. 논이나 괸 물에 모여 작은 알덩어리를 산란한다. 수컷은 턱 밑에 큰 울음주머니를 가지고 있어, 산란기나 습도가 높은 날 큰 소리로 운다.

이렇게 비 오는 날 크게 우는 청개구리의 습성 때문에 '엄마 말을 안 듣는 청개구리'로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있다. 민담 속에서 청개구리는 엄마가 무슨 말을 하면 그 반대로만 하는 동물이다. 그러자 청개구리 엄마는 아이가 '반대로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죽으면 연못가에 묻어다오'라고 유언을 남긴다. 하지만 그제서야 잘못을 깨닫고 엄마의 말 그대로 연못가에 엄마를 묻은 청개구리는, 장대비가 쏟아질 때마다 무덤이 떠내려갈까봐 구슬프게 운다는 얘기다.

청개구리 외에도 우리에게 친숙한 개구리로 '참개구리'가 있다. 참개구리는 '논개구리'라고도 불리며 몸길이는 6~9cm 정도 된다. 암컷의 등쪽에는 흰 바탕에 불규칙한 큰 검은색 무늬가 있으며 수컷은 대개 황색을 띤 갈색이며 검은색 무늬가 거의 없다. 4~6월에 못자리나 논.연못 등에서 산란하며, 알은 물속에 잠겨있는 상태에서 부화한다. 한국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개구리로 예전에는 식용으로 많이 잡혔다.

알록달록한 '무당개구리'는 몸길이가 4~5cm 정도 되며, 등쪽에 오돌오돌한 돌기가 솟아있다. 검은 빛을 띤 녹색과 푸른빛을 띤 갈색 바탕에 검은색 무늬가 흩어져 있다. 연못이나 산골짜기의 맑은 물에 서식하며 겨울에는 돌 밑이나 땅속에서 겨울잠을 잔다. 적이 나타나면 앞다리를 높이 쳐들고 드러누워 몸을 움츠린 뒤 배의 붉은 색으로 경계하는 습성이 있다. 한국 북부지방에서는 평지에 산란하고 서식하지만 남부 지방에서는 주로 산골짜기 맑은 물에 산다.
 
▲ 4~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진행된 개구리특별전에 뿔개구리가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사진제공 민중의소리)     © 성남투데이

이외에 두꺼비과와 맹꽁이과도 큰 의미에서는 개구리에 속한다.

두꺼비의 경우 우리에게 친숙한데 외형 때문에 '두꺼비 같은 자식을 낳으라'는 축원의 의미로도 쓰이며, 집지킴이와 재복의 상징으로도 여겨진다. 두꺼비는 주로 육상 생활을 하고 한국, 일본, 중국 몽골 등지에 서식한다.

맹꽁이는 쟁기발개구리라고 하며 몸통이 부풀어있고 머리쪽이 짧아 몸 전체가 동글동글한 모양이다. 장마철에 만들어진 웅덩이나 괸 물에 알을 낳고, 한국과 중국 북동부 지방에 분포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꽥꽥 대는 맹꽁이 울음소리 때문인지 '맹꽁이 같다'고 하면 '야무지지 못하고 말이나 하는 짓이 답답한 사람'을 놀리는 말로 쓰인다.

이외에 개구리 종류 중 '황소개구리'가 있다. 황소개구리는 12~20cm의 대형 개구리로, 연못이나 웅덩이에 살며 거의 물가를 벗어나지 않지만 비오는 밤에는 멀리까지 이동한다. 뒷다리의 물갈퀴가 발달해 헤엄을 잘 치며, 특히 알덩이가 매우 큰데 무려 6천개에서 4만개의 알이 들어있어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한다.

식용으로 알맞고 번식력이 뛰어나 각국에서 수입해 키워왔으며 우리나라도 오래 전에 수입해 와 넓적다리 근육 등을 요리해 먹기도 한다. 하지만 황소개구리가 들어와 엄청난 속도로 번식하면서 기존 먹이사슬을 무너뜨리는 등 생태계 질서를 교란하고 있다는 지적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지영 기자 jjy@vop.co.kr>
 
▲ 경칩(6일)을 앞두고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여린 개구리 특별전의 황소개구리의 모습. (사진제공;민중의소리)    © 성남투데이

경칩의 대표음식은 개구리알?
개구리 깨어난다는 경칩날 우리 선조들의 문화

 
경칩은 24절기 중 우수 다음에 오는 절기로 양력 3월 5일에서 6일이다. 음력으로는 이월절이라고 한다.
흔히들 개구리가 나오는 날로 알고 있는 대로 날씨가 따뜻해서 초목에서 싹이 돋고 동면하던 동물이 땅속에서 깨어나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입춘이 봄이 오기 시작하는 때라면 경칩이 지나면 완연한 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대륙에서 남하하는 한랭전선이 통과하면서 천둥이 많이 울린다. 해서 땅속에 있던 개구리가 놀라서 튀어나온다는 말도 있다.

개구리알을 먹는다?

우리 선조들은 경칩에 흙일을 하면 일년내내 탈이 없다고 해서 담을 쌓는 일을 많이 했고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벽을 바르기도 했다. 한 해 농사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집과 논밭을 가꾸는 시기가 바로 이 때다.

싹이 돋아나는 시기인 만큼 한 해 농사를 가늠해보는 전통도 있다. 이 시기에는 보리싹이 돋아나는데 그 성장상태를 보고 1년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고 한다.

세시기에 따르면 이 시기에 개구리의 알이 몸을 보한다고 해서 논이나 물 웅덩이를 찾아 개구리 알을 건져먹기도 했다고 한다.

단풍나무나 고로쇠 나무 밑동에 상처를 내면 수액이 나오는데 이 물을 마시면 위병과 성병에 효과가 있고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이 물은 꼭 경칩 전후 10일간만 나온다. 약의 효험을 얻으려면 3일동안 한 말 정도 받아서 마셔야 하는데, 고로쇠 수액은 구름이 끼거나 바람이 불어 일기가 불순하면 나오지 않는다고 한다.

봄나물로 비타민 보충도

정월 대보름부터 우리 선조들은 봄나물을 즐겨 먹었다. 경칩은 싹이 돋아나는 시기로 싱싱한 봄나물을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이 날씨가 풀리면서 신진대사가 활발해지고 각종 영양소 소모가 많아진다. 비타민을 비롯한 무기질 등 영양소 부족으로 춘곤증이 오고 쉽게 피로해 진다.

봄나물은 이런 잃었던 입맛을 돌아오게 하고 부족한 영양분을 채워주는 소중한 음식이다. 봄나물에서 느껴지는 알싸한 쓴맛은 허열을 내려주고 몸이 나른하고 무거워지는 증상을 다스려준다고 한다. 봄나물 하나로 생기를 되찾는 것이다. <김동현 기자 mailto@vop.co.kr>
 
▲ 호수에서 올챙이가 되길 기다리고 있는 개구리알.(사진제공;민중의소리)     © 성남투데이

미제(美帝) 개구리의 토종 생태계 공습

'경칩' 하면 떠오르는 건 개구리다. 예로부터 조상들은 흔히 경칩을 개구리가 나오는 날로 생각해왔다. 이처럼 개구리는 우리민족에게 친근한 존재다. 이런 개구리들 사이에서 '동종잔상(同種殘傷)'의 비극이 닥쳤는데, 약 15년 전 국내 생태계를 잠식한 한 사건이 있었다. 바로 미제(美帝) 개구리의 토종 생태계 공습 사건이다. 황소개구리라고 널리 알려진 길이 30cm 남짓한 이 거대한 개구리는 90년대 중후반 토종 생태계를 잠식하며, 전국의 저수지를 황폐화시켰다.

황소개구리는 뱀까지 집어삼키는 무서운 포식성으로 기존이 먹이사슬 체계를 교란시켰고, 이와 더불어 어마어마한 번식력으로 생태계 질서는 혼란에 휩싸였다. 이에 환경단체를 비롯해 전국민이 나서 황소개구리 퇴치에 나서는 등 전국은 한동안 '황소개구리 퇴치 정국?'으로 시끌시끌했던 적이 있었다.

황소개구리 사태는 보릿고개 시절을 겪던 60~70년대 국민들의 단백질 섭취율을 높이겠다는 명목으로 정부 차원에서 미국으로부터 황소개구리를 들여오면서 시작됐다. 30cm 남짓한 이 개구리를 양식해서 국민들에게 식용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당시 정부의 의도였다. 그러나 이를 양식.공급하기로 했던 양식업체가 부도난 뒤, 관리가 허술해지면서 황소개구리가 생태계에 유입되기 시작했다.

전국적인 황소개구리 퇴치작전에 황소개구리 개체수는 지난 1997년을 기점으로 점차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다가 지난 2008년 전라도 무안과 나주 저수지 등지에서 개체수가 큰 폭으로 늘어나는 양상을 보여, 해당 지역 농가는 잠시 공포에 떨기도 했다.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 한편 미제 황소개구리의 토종화 현상도 점차 눈에 띄고 있다. 복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황소개구리와 토종개구리의 유전자(DNA) 특정 부위의 염기서열이 변화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는 황소개구리가 국내 생태계 환경에 맞게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실례로 한 다큐멘터리 방송에서는 뱀을 포식했던 황소개구리가 이제는 뱀의 먹이가 되는 현장도 카메라에 포착된 바 있다.

또다른 재미있는 연구조사 결과도 발표됐다. 생태계 '공공의 적'이었던 황소개구리에 대한 생소함과 거부감을 극복한 포식자들이 황소개구리를 무차별 공격해 황소개구리의 수가 70% 이상 줄었다는 것이다. 최근 부쩍 증가한 너구리와 백로, 논병아리, 해오라기 등이 황소개구리를 먹는 대표적인 포식자로 알려져 있고, 황소개구리의 알과 올챙이들은 소금쟁이와 잠자리, 애벌레들의 먹잇감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황소개구리의 개체 수는 줄었지만 분포 지역은 이미 전국적으로 널리 퍼져있다. 심지어 황소개구리는 육지를 넘어 여러 섬들로 확산됐다. 전남 신안군 일대 섬들이 그 대표적인 피해지역이다. 섬 주민들은 황소개구리와의 2차 전쟁을 한창 진행중이다. 미제 개구리의 토종 생태계 공습의 끝은 과연 어디까지일지 의문이다.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 이기사는 민중의소리(www.vop.co.kr)와의 기사제휴 협약에 따른 게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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