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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값 인상 또 꺼내든 MB정부의 속내는

작년엔 "세수 확대", 올해는 "국민건강"?
부자감세로 부족한 세수 메우려 분위기 띄워

성남투데이 | 기사입력 2010/03/09 [05:54]

담배값 인상 또 꺼내든 MB정부의 속내는

작년엔 "세수 확대", 올해는 "국민건강"?
부자감세로 부족한 세수 메우려 분위기 띄워

성남투데이 | 입력 : 2010/03/09 [05:54]

지난해 6월 담배값 인상을 추진하다 실패했던 이명박 정부가 최근 또다시 "국민 건강"을 이유로 들며 담배값을 올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부자감세로 인한 재정적자를 서민부담만 가중시키는 담배값 인상으로 메우려 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난해 국내 성인 남녀 흡연율이 재차 상승하는 가운데 비가격 금연정책을 골자로 한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입법 대기 중"이라며 "개정 법안으로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는 가격 인상을 통해서 흡연율을 낮추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     © 성남투데이

지난해 6~7월에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경제부처와 조세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이 "세수 확보" 차원에서 담배값 인상 필요성을 주장한 반면 전 장관은 "국민 건강"을 내세우며 총대를 매는 분위기다. 10개월만에 담배값 인상 주장이 나오면서 정부가 6월 지방선거 이후 담배값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표면적인 담배값 인상 근거의 무게중심은 "국민 건강" 증진으로 옮겨갔지만 의도는 지난해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이명박 정부 들어 부자감세, 4대강 사업 등으로 확대된 국가부채와 재정적자를 담배값 인상으로 메우려는 의도가 깔린 것.

실제 최근 남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국가부채 규모는 710조원에 달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9월말 현재 ▲일반정부와 공기업의 부채를 합한 공공부채는 610조8천74억원이며 여기에 ▲공적금융기관의 부채 154조763억원과 ▲공적금융기관이 정부로부터 차입한데 따른 중복상계액 (50조원 안팎)을 제외한 100조원을 더하면 정부.공기업.공적금융기관 부채액은 GDP대비 69% 수준이다.

재정적자 역시 지난해 재정적자를 51조원으로 끌어 올렸으며,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도 외환위기 직후 수준인 5.1%에 달한다.

이같은 국가부채.재정적자 확대는 4대강 사업 등 대형국책 사업과 부자감세 정책이 원인이라는 점은 정부도 인정한 바 있다.

지난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종합부동산세.법인세.소득세 등에 대한 감세조치로 이명박 정부 집권 기간인 2008~2012년 동안 매년 전년 대비 세수 감소액은 88조7천억원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특히 이 기간 동안 세제개편으로 인한 세수 감소규모는 총 99조원에 달하는 상황이다.
▲ 흡연량은 줄어들었으나 소비량은 증가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     © 성남투데이

한편 "국민 건강" 증진 차원에서 담배값을 올려야 흡연률이 줄어든다는 주장도 과거 담배값 인상 사례를 되짚어 보면 현실과 크게 차이가 난다.

담배.술 등 개인이나 기업의 행위가 다른 경제 주체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외부불경제'에 대해 무겁게 세금을 물려 이용을 억제하겠다는 일종의 '죄악세'가 소비 감소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

실제 지난 2004년 12월 정부가 담배값을 25% 인상했으나 이때부터 2007년까지의 담배 판매량은 2003년 수준과 거의 같았다. 이런 점을 근거로 증권가에서는 이미 담배값을 올려도 소비가 줄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KT&G의 주가에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지방선거 후 '담배값 인상' 분위기 띄우나
야당 "재정적자 서민부담으로 메우려 해" 비판

전재희 보건복지부장관이 국민건강을 이유로, 국회에 제출된 비가격정책 관련 법안이 효과가 없으면 담배값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담배값 인상은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정부가 부자들에 대해서는 감세정책을 써서 세수 감수를 초래해놓고, 담배값을 올려서 빈 곳간을 채우려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6월 지방선거를 코 앞에 두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여당이 당장 담배값 인상을 추진할 가능성은 낮다. 정부는 작년 6~7월에도 담배값 인상을 들고 나왔으나, 한나라당이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민심의 이반을 우려해 "담배값 인상 논의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또 전재희 장관은 비가격 정책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 시행한 후에도 금연효과가 없으면 담배값을 올려야한다고 해 당장 추진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는 담배곽에 흡연 경고 그림을 도입하고,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등 다양한 비가격 정책을 추진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 6건이 제출돼 있다. 해당법안을 국회절차에 따라 처리해 시행하고도 금연효과가 없으면 담배값 인상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 기획재정위 조세법안 소위원회 소속 김종률, 오제세, 백재현,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정부가 추진중인 감세정책을 '무차별적 감세'라고 규정하고  '선별적 감세안'으로 맞불을 놓는 기자회견을 갖고있다.   ©성남투데이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표의 부담이 사라지면 정부여당은 부자감세로 부족한 세수를 채우기 위해 언제든지 담배값 인상의 유혹을 느낄 수 있다. 이를 감안해 전재희 장관이 총대를 메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이에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오제세 의원은 "재정적자를 서민부담으로 메우려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국민의 건강 걱정을 하는 것은 좋지만 담배값 인상은 서민부담이 크기 때문에 우리당은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 이기사는 민중의소리(www.vop.co.kr)와의 기사제휴 협약에 따른 게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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