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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은 왜 그랬을까?

MBC의 <나는 가수다>를 보고

한덕승 | 기사입력 2011/03/22 [13:37]

김제동은 왜 그랬을까?

MBC의 <나는 가수다>를 보고

한덕승 | 입력 : 2011/03/22 [13:37]
▲ 한덕승 기획편집위원     ©성남투데이
문화방송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발이 비판수준을 넘어 분노에 이르고 있다.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 운동까지 벌어질 정도다.

평소 좋아하던 가수인 이소라의 노래를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서 필자도 당일 프로그램을 지켜봤다. 볼 만했고 들을 만했다. 김건모의 탈락이 발표된 순간의 정적과 여가수들의 눈물까지도 살짝 감동이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급반전. 이소라는 “나 방송 못해”라는 발언을 하고 퇴장했고 이어서 김제동은 재도전 기회를 제작진에게 제안했다. 그 뒤의 과정은 모두가 알고 있듯이, 시한폭탄을 넘겨받은 김건모의 선택에 의한 재도전 결정.

이건 아니었다. 같이 지켜보던 아들은 “말도 안 돼! 정엽이 탈락 했어도 재도전 기회를 줄 수 있겠어?” “쓰레기야!”라면서 흥분했다. 자신의 견해에 대한 공감의 표현이 미온적이라고 판단했는지 아들 녀석은 나한테까지 시비를 걸었다.

이런 저런 논란의 와중에 필자는 윤도현의 발언과 김제동 행동의 의미를 곱씹고 싶다. 다른 출연자들보다 지나온 행적에서 보건데, 두 사람이 상식에 가까운 인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1위를 한 윤도현은 자신이 탈락했으면 포기했을 거라며 김건모의 재도전 결정을 용기있는 행동이라고 했다. 그에게는 재도전이 어떤 의미인지, 애초에 합의된 룰을 깨뜨리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선배에 대한 예우만 있을 뿐이다. 진정한 용기는 탈락을 수용하는 것이고 룰을 지키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아니 탈락을 받아들이는 것은 용기도 아니요 지극히 당연한 상식이다. 용기란 말은 아무 때나 사용하는 것이 아닐터.

소위 ‘의식있는 개그맨’ 소리를 듣는 김제동의 행동은 더욱 의아했다. 그는 왜 재도전 제안을 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김제동의 이미지는 소신이 뚜렷한 사람, 할 말은 하는 사람, 그리고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날의 행동은 이미지와 맞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김건모가 친한 선배이기 때문일까? 최고의 앨범 판매량을 자랑하는 국민가수라서, 그의 탈락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걸까? 아들 녀석의 말처럼 후배 가수들이 탈락해도 그런 제안을 했을까?

여러 가지 의문이 든다. 만약 의문이 사실이라면 이는 권력의 문제다. 소유로서의 권력이 아니라 출연자들 전체에 작동하고 있는 관계로서의 권력 말이다. 권력이 작동하고 있었다. 김건모가 권력자라는 것이 아니라, 출연자 전체의 내면에 선배와 국민가수라는 무의식적 인정과 권력이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누구도 “이건 아닙니다. 룰은 지켜야 합니다.”라고 말한 사람이 없었다.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닌 몇몇 출연자들의 어색한 몸짓만 있었을 뿐.

이런 현상은 우리 사회 도처에서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시의회 회의장에서, 시장실에서, 청와대에서. <나는 가수다>에서 보여준 제작진과 출연자들의 모습은 대한민국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제동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솔직하게, 자신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를 말했으면 한다. 있는 그대로의 본인의 고백은 스스로는 물론이요 우리들의 변화를 위한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마침 김제동이 3월말에 성남에 온다고 한다. 그의 콘서트에 참가해서 묻고 싶다. “김제동씨! 왜 그랬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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