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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학교폭력의 가해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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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학교폭력의 가해자인가?

【조주현의 교육칼럼】 땜질식 처방 소용없어…폐쇄적 학교권력 감시하고 견제해야

조주현 | 기사입력 2012/02/01 [03:03]

누가 학교폭력의 가해자인가?

【조주현의 교육칼럼】 땜질식 처방 소용없어…폐쇄적 학교권력 감시하고 견제해야

조주현 | 입력 : 2012/02/01 [03:03]
▲ 디딤돌 조주현 대표교사     
최근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계기로 각급 교육청이나 교과부가 하루가 멀다고 학교폭력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학생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한다. 학교폭력 가해자를 강제전학 시킨다. 학교폭력 가해자를 위한 대안학교를 설립한다. 학교폭력 상담전화를 117로 통합한다. 가해자와 그 학부모가 함께 봉사활동을 하게한다, 등등. 대부분이 피해자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가해자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이다.

이러한 땜질식 처방이 별무 소용임은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실. 오히려 그 후유증이 우려된다. 그렇다고 더 이상의 대책을 기대하는 것도 난망하다. 다양한 학교 내 문제의 근본원인이 무엇인지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학교폭력의 가해자인가?’ 폭력을 직접 행사한 학생이 가해자인가? 이를 방관한 학생은? 최근 사례에서 보듯이 많은 수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며, 가해자 또한 더 큰 가해자의 피해자가 된다. 이렇듯 교내 폭력의 문제는 피해자와 가해자가 서로 얽혀있는 악순환이 있을 뿐이다. 약육강식의 사회 환경이 학교에 전이되어 학생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공격적 방어기제를 작동시킨다. 그것이 폭력이 되고, 집단따돌림이 되고, 무기력과 학교부적응 등의 양태로 나타난다.

살기 위해 서로에게 총구를 겨눌 수밖에 없는 전쟁터에서 소모품에 불과한 병사들에게 누구를 가해자 지목할 것인가. 현재 학교는 자본주의의 군대를 키우기 위한 훈련소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 훈련은 이미 모의전투를 넘어 어느 영화에서 본 듯한 실제 생존전투의 지경에 이르렀다. 대규모 집단 훈련소의 필연적 귀결이다.

전쟁의 피해는 눈에 보이는 피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마음의 피해가 더 크다. 사실 학교폭력 뿐 아니라 자살, 집단따돌림, 무기력, 우울증, 학교부적응 등은 모두 연관되어 있으며 이것의 근본은 마음의 문제에서 기인한다.

너무 자명하지만 학교폭력 문제는 처벌이 아니라 올바른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 성적과 입시로 마음에 병을 들게 하는 교육이 작금의 학교폭력의 원인이다. 마음을 치유하고 튼튼하게 하고 따듯한 마음을 가지게 하는 교육이 해결책이다.
 
따라서 가해자와 피해자 구분이 있을 수 없다. 다만 전쟁 피해자들이 있을 뿐이다. 전쟁에서 유일한 가해자는 전쟁유발자이다. 전쟁유발자는 누구인가. 무한 경쟁과 양극화로 생존권조차 보호받지 못하는 우리사회의 정글 자본주의체제가 그것 아닌가.

또한 반인간적 폐해를 극복하는 것을 지향해야 할 학교가 오히려 자본의 모순을 전면적으로 재생산하는 구조로 전락했다. 이 또한 전쟁유발자의 하수인에 불과한 것 아닌가. 이러한 원칙 없는 경쟁체제는 필연적으로 배제(집단 따돌림)와 약육강식(집단 폭력)의 행태를 강화시킨다.

학교폭력 뿐만 아니라 자살, 왕따, 무기력, 학교부적응, 학업중단 등의 총체적인 문제 원인은 사회 수준에도 못 미치는 학교체제의 낙후성도 한 몫하고 있다. 낙후성은 폐쇄성과 은폐로 나타난다. 1년 반이나 폭력에 시달린 어린 대구 중학생의 절절한 유서가 없었다면 예전처럼 단순한 자살로 은폐되고 말았을 것이다.

현재 드러난 모습으로 볼 때 학교체제는 군대와 감옥보다 폐쇄성이 덜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은폐는 불가침적 권력 체제에서 빈번히 발생한다. 지난해 해병대 총기난사사건에서 보듯이 군대 특히 해병대라는 폐쇄집단이 심각한 배제(기수열외)를 낳고 집단적 폭력의 피해자가 더 극단적인 폭력의 주체가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폐쇄성의 온상은 절대 권력인 것이다. 학교를 관리 감독하는 교육청은 최근까지도 학교에서 드러난 문제를 나서서 덮거나 은폐하기에 급급하다. 이처럼 학교는 스스로 그들의 폐쇄성을 극복하지 못한다. 참다운 인간교육을 위해 ‘닫힌 교문을 열고’자 했던 20세기 말 전교조 교사들의 자정의 노력이 실패로 돌아간 후에 교문은 더욱 강고히 닫혔다. 전혀 공적이지 않고 오히려 비인간적인 현재의 공교육체제는 급속히 낙후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학교체제는 궁극적으로 해체를 맞이할 것이다.

현재 학교체제가 창조적 해체에 이르기 까지 피해를 최소화 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은 신성불가침으로 군림하는 학교체제의 폐쇄적이고 무책임한 학교권력을 최대한 사회에 드러내고 개입하고 견제하고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학생성적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교육과 아이들의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폐쇄적 학교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여야 한다. 이제라도 시민사회가 이 역할을 해야 한다. 시민사회가 나서서 학교에 대한 사회적 압력과 제3자 개입도 필요하다. 견제장치 없는 교육당국의 대책들은 언제나 그렇듯이 비교육적이고 반인간적인 학교체제를 강화시킬 뿐이다. /학교밖청소년배움공동체디딤돌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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