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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중의 코미디’, 시립박물관 추진

문화재단, 문화복지국 각각 다른 곳에 추진(?!)

벼리 | 기사입력 2006/08/21 [04:48]

‘코미디 중의 코미디’, 시립박물관 추진

문화재단, 문화복지국 각각 다른 곳에 추진(?!)

벼리 | 입력 : 2006/08/21 [04:48]
성남시가 코미디 중의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다. 하나의 사업을 서로 다른 곳에 추진하겠다고 엉터리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일단 포복절도했지만 바로 잇따른 것은 깊은 한숨이다. 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우려에서다.

성남시는 오는 24일부터 열리는 제138회 임시회에 대비해 성남시의회에 ‘2006년도 주요업무보고’ 자료를 최근 제출했다. 이 자료를 통해 성남시 문화복지국 및 성남문화재단은 각각 앞으로 시의회 및 시민사회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시립박물관 건립계획의 개요, 추진상황, 향후계획 등을 밝히고 있다.

▲ 사진 왼쪽이 문화재단이 제출한 자료, 오른쪽이 문화복지국이 제출한 자료. 시립박물관의 사업명이 각각 다르고, 특히 부지 위치가 다르게 표기되어 있어 코미디 중의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행정에서 결코 있을 수 없는 일!     ©성남투데이

불이 날 정도로 눈에 번쩍 뜨이는 것은 시립박물관 건립 위치를 문화복지국(국장 박혁서)은 ‘분당구 하산운동 산4-11번지 일원’으로, 문화재단(상임이사 이종덕)은 ‘분당구 백현동 근린공원 10호 내’로 각각 다른 곳으로 보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은 성남시의 이름으로 추진하는 사업인데 똑같은 사업을 서로 다른 곳에 추진하겠다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한 셈. 하이 코미디, 코미디 중의 코미디다. 한 마디로 성남시가 어떤 수준에서 시립박물관을 추진하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다.

이 같은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한 것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갖는다. 사업을 추진하는 성남시와 이 사업을 사실상 위임받아 추진하고 있는 문화재단이 동상이몽이라는 것, 성남시가 정책조정기능이 없다는 중요 사례가 되고 있다는 것.

똑같은 사업에 대해 문화복지국은 ‘성남시 공연예술박물관 건립계획’으로, 문화재단은 ‘성남시립박물관 건립방안 추진’으로 각각 다르게 ‘사업명’을 밝히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같은 코미디 같고 코미디로만 보고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은 시 집행부조차 무시하는 문화재단의 오만한 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화복지국이 문화재단이 밝히고 있는 위치에 시립박물관 건립을 추진할 경우 “건립비를 시에서 부담하는 재정적 부담과 건립기간 지연의 문제점이 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을 봐서도 알 수 있다.

시립박물관은 토지공사가 신도시로 개발되는 판교개발지역인 분당구 하산운동 산 4-11번지 일원에 박물관, 홍보관, 도서관이 들어서는 복합시설로 이미 추진 중에 있다. 토지공사는 지난 해 말 작품 공모까지 결정한 상태다.

따라서 특히 문화복지국이 전액 시비부담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것은 정책 결정에서 다른 어떤 판단요인들보다 시민의 부담을 줄이자는 판단을 우선시한 지극히 당연하고 합리적인 판단이다.

반대로 문화재단은 주요업무보고 자료 어디에서도 시비조달 방식이 아닌 다른 재원확보 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한 마디로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성남시는 예산이나 지원하라는 식이라고 밖에는 볼 수 없다.

더구나 문화재단은 시의회에 보고조차 되지 않고 시민사회의 공론화도 거치지 않는 상황에서 성남의 정체성 문제와 충돌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는 공연예술박물관 추진을 이미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문화재단이 제출한 주요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문화재단은 1차로 성남아트센터 미술관 수장고를 ‘임시 작품 보관소’로 활용하고 추가로 소장품 보관 장소를 확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미 공연예술계 원로 및 인사 명단 작업을 1차 완료했으며 올해 6월 9일 한 공연예술계 원로 유족과 유품기증 구두 합의를 한 바 있음도 밝히고 있다.

아울러 공연예술계 원로들의 소장품을 기증받기 위한 ‘소장품 수집위원회’ 구성 및 담당 전문인력 충원 등 시스템 구축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 문화재단은 담당 전문인력 충원을 위한 문화재단 정관 변경안을 이번 시의회 임시회에 제출해 놓고 있는 상태다.

이미 시립박물관이 공연예술박물관 쪽으로 상당히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문화재단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성남시의회, 성남지역사회는 따라오라는 오만함으로 비쳐질 가능성이 높다.

성남의 정체성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시립박물관 건립 추진에서 시와 문화재단의 엇박자는 코미디 중의 코미디다. 결코 그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어 민선3기 내내 좌충우돌을 되풀이해온 이대엽호가 민선4기에도 또다시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사업추진의 파트너인 시 집행부를 무시하고 시 정책의 결정주체인 시의회의 이해와 동의, 시민사회의 공론화도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시립박물관을 일방적으로 공연예술박물관으로 가져가겠다는 문화재단의 태도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들을 던지게 한다.

‘이대엽호는 과연 누구를 위해 문화재단을 만들었는가?’
‘문화재단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 또 다른 하이 코미디 하나 추가 :  성남시는 이번 주요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이대엽 시장의 선거공약인 돔구장도, 피크닉공원 및 화합의 광장도 모두 시청사를 옮기겠다는 중원구 여수동 26번지 일원에다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말하자면 같은 장소에 두 개의 공약사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러다간 서민들의 꿈인 여수동 국민임대주택단지는 사라지고 이 시장의 또 다른 공약사업들 가령 밀리언파크도, 웰빙대공원도 여수동에다 추진하겠다고 시가 나설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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