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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꼬, 손발이 맞지 않네!

황당한 이대엽, 스타일 구긴 김문수

벼리 | 기사입력 2006/09/11 [22:39]

어쩔꼬, 손발이 맞지 않네!

황당한 이대엽, 스타일 구긴 김문수

벼리 | 입력 : 2006/09/11 [22:39]
동문서답. 이대엽 성남시장은 동쪽으로 묻고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서쪽으로 답했다. 엇박자. 끝내 손과 발이 따로 놀았다. 사전에 어찌 조율이 없었으랴!

김 지사가 당선 이후 성남시청을 첫 공식 방문한 자리. 이 시장의 건의 내용과 이에 대한 김 지사의 답변이 그랬다.

관찰자로선 ‘포복절도’할 수밖에!

(죄송합니다. 성남시의료원 관련 건의에 대한 도 관계자의 답변이 나왔을 때 나도 모르게 큰 소리로 웃어서. 하지만, 웃음이야말로 속일 수 없는 정직한 생리현상, 어찌 억지로 참을 수 있었겠습니까. 김 지사도 내 큰 웃음소리를 들었을 테고 이어진 그의 답변은? “시원치 않죠?”였습니다!)

결론은? 이 시장의 황당한 건의에 성남을 방문한 김 지사만 스타일 구기게 되었다. 매사 신중하기로 소문난 김 지사만 쓸만한 답을 주지 못해 결국 이날 자리는 ‘해프닝’으로 땡!

이 시장은 무엇을 건의하고 이에 김 지사는 어떻게 답했을까?

▲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청을 방문해 최홍철 부시장으로 시정 주요현안에 대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조덕원

▲ 성남시 의료원 건립-도비 50% 지원?

최홍철 부시장이 이 시장의 대리인 자격으로 김 지사에게 보고한 첫 번째 건의 내용이다. 부지매입비 263억원(지난번엔 357억원이라더니 또 바뀌었나?)을 제외한 사업비 1,612억원의 50%인 806억원을 도비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아니, 언제는 그 유명한 조선일보를 통해 전국에 시 재정사업으로 한다고 광을 팔더니 언제 또 바뀌었나? 전액 시비로 한다고 급선회하더니 대체 문서에 잉크 마른 지 얼마나 됐다고 웬 도비 50% 806억원?)

김 지사는 “예산규모가 커서 당장 구체적인 대답을 하기보다 좀더 검토해야 할 문제”라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암, 김 지사가 어떤 사람인데. 이어진 도 관계공무원의 구체적인 답변은 똥줄 탄 성남시 건의에 얼음짱 같은 찬물을 쫙! 끼얹는 발언.

“도립의료원의 기능이 공공병원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만성적인 적자운영을 되풀이하고 있는 상황에서 성남시가 요청한 성남시의료원 건립은 방대한 규모로 우선 사업규모 조정이 필요하다. 이를 전제로 도비 지원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그럼 그렇지! 성남에서 생각하는 성남시의료원을 도가 어찌 알 수 있겠나. 사업규모를 줄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그 속내, 타심통으로 들여다보자면 도가 성남시에 지원할 돈이 없다는 소리가 아니겠는가.

다시 이어진 김 지사의 답이 참으로 솔깃했다.

“답변이 시원치 않죠?”

이 시장의 건의에 김 지사의 답은 결국 동문서답에 다름 아니다. 촌평해보자. 내가 즐겨 듣는 한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부르는 노래에 이런 소절이 있다.

“말할 걸 말해야지~~”

▲ 성남시정 업무보고를 청취하고 있는 김문수 경기도지사.     ©조덕원


▲ 미금역사 성남의 교통허브 구축-이 시장이 책임질 일을…

신분당선 연장(정자~수원) 복선전철 환승역을 미금역에 설치해달라는 것이다. 성남시의료원 건립과 마찬가지로 이 시장의 시장선거 공약이다. 시장의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김 지사가 도와달라는 소리다. 글쎄? 시장의 공약이면 누가 해야 하나? 시장이 목숨 걸고 추진해야 하는 게 아닌가?

이 공약은 시장공약이란 사실은 쏙 빼놓고 ‘신분당선 연장에 따른 교통대책’이란 이름으로 포장해 김 지사에게 건의했다. 이 건의 내용이 지금 어떤 지경에 처해 있는가?

이미 건교부는 지난 7월 25일 건교부고시 제2006-281호를 통해 신분당선 연장 복선전철 환승역이 정자역으로 결정되었음을 분명히 했다. 이미 건교부가 성남시에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음은 물론이다.

땡! 이미 종친 일이다. 물 건너 간 일이다. 못알아 듣는가? 그럼 다시 한번 들려주자. 땡!

성남시로서는 더 이상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 시장공약? 이미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이미 철새처럼 저 하늘로 날아간 공약이다. 헌데 어떻게 김 지사가 무슨 재주가 있다고 해결해주나?

그래서 성남시가 꾀(?)를 냈다.

우선 “분당선 미금역은 연간 1천5백만 명이 이용하는 교통중심지로서 환승역 설치요구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며 주민을 팔았다! 주민이 난리치니까!? 성남시의료원 전액시비 추진 방침으로 급선회할 때 교묘하게 이용하던 방식-시민이 원하니까!-과 똑같다!

이어 이미 토지공사에서 용역 결과 안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난 바 있는 “성남시가 추진하는 경전철 제2노선(미금역~판교지구)을 경기도가 추진 중인 철도기본계획 수립에 반영해 달라”고 건의했다.

성남시의 동쪽을 향한 건의에 김 지사의 답변은 역시 서답.

“신분당선 연장에 따른 부분은 기획예산처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인정이 되면 반영하겠다”

기획예산처를 끌어들인 것이다. 무슨 소리인가?

시장 공약인 신분당선 연장에 따른 미금역 환승역 설치가 최근 건교부의 입장 발표로 좌절되자 성남시는 경전철 제2노선 추진을 통해 미금역 환승역 설치를 해보겠다는 것이다. 민자유치사업인 이 사업은 따라서 기획예산처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김 지사의 답변은 기획예산처의 예비타당성 조사만 통과해보라는 소리.

그러나 이미 지난 해 11월 1일 기획예산처는 성남시가 신청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사업을 ‘컷!’시킨 바 있고, 성남시는 올해 다시 재시도 중. 암, 누구 공약인데!

왜 자꾸 안 되는 것을 김 지사에게 손을 벌리는지 모르겠다. 시쳇말로 이 시장은 초보운전자도 아니고 성남시장 5년차다. 이젠 행정을 알만할 때도 되었다.

안 되면 책임지면 그만 아닌가. 성남시민 여러분, 제가 하다가 안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책임 추궁을 달게 받겠습니다. 이러면 안 되었어도 얼마나 멋진가. 이 시장, 참으로 구차하다.

그럼, 김 지사에게 건의한 것은 면피용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그러고 보니 기억난다. 이 시장이 성남시장이 되기 위해 선거 당시 던진 메시지. 그것은 이 시장의 선거 캐치프레이즈이기도 했다.

“무책임한 말꾼이냐? 소신있는 일꾼이냐?”

어느 쪽인가? 답할 수 있을라나?

▲ 성남시 주요현안사업에 대한 건의사항 보고를 마친 후 이대엽 시장이 "김문수 도지사만 믿는다"며 참석자들의 박수를 유도하고 있다.     ©조덕원

▲ 서울공항 입지에 따른 규제완화-김문수 지사가 국회의원이야?

이 건의는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1) 건축물 높이 60m까지 고도제한이 완화되도록 지원해달라는 것과 2) 국회에 계류 중인 군용항공기지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것이다.

최 부시장의 건의 내용을 듣고 속으로 한참을 웃었다. 뭘 지원해달라는 건데? 아니 김 지사가 국회의원 옷을 벗은 지 언제인데? 김 지사가 국회의원이야, 도지사야? 설마 국회의원으로 착각하고 법 개정해달라고 건의한 것은 아니겠지?

이 시장의 건의는 완전히 방향을 잘못 잡았다. 군용항공기지법은 도지사가 나설 일이 아니다.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나서야 할 일이다. 내 말 틀린가?

고도제한 추가 완화에 대한 최 부시장의 건의 내용에 속으로 낄낄거렸다. 그러나 내 ‘비웃음’은 실은 ‘분노’이기도 하다.

고도제한 추가 완화는 ‘성남의 문제’ 곧 ‘성남적인 문제’다. 성남의 문제라는 지역성 따라서 지역의 문제를 우리가 나서서 해결하고 주변에서 도와달라는 절박성이 부재했다. 성남적인 문제라는 절박한 문제의식의 부재! 내가 건의 내용에 분노한 이유다.

이미 성남은 군용항공기지법을 통해 고도제한 완화를 성취한 바 있다. 따라서 추가 완화는 전국적인 관점에서 볼 문제가 아니라 성남적인 관점에서 봐야 할 문제다.

실제로 이 고도제한 추가 완화를 들고 나온 것은 성남시장 선거 당시 신영수 후보였고, 핵심적인 이유는 구시가지의 순환재개발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선거 당시 억수같은 표를 모을 수 있는 핵이슈이기도 했다.

다만, 이 성남적인 문제는 군용항공기지법 개정을 통해서만 풀 수 있으므로  ‘기술적으로는’ ‘지역논리를 중앙논리와 어떻게 조화시키느냐’ 하는 고단위 처방전이 요구된다는 심각한 문제가 남아 있다.

이런 내용들이 최 부시장의 건의 내용에는 없었다. 결국 최 부시장이 대신한 이 시장의 건의 내용은 시쳇말로 ‘황소 껌 씹는 소리’가 되어버렸다!

문제의 핵심을 실무자도 모르고 부시장도 모르고 시장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 명확히 확인된 셈이다. 그러니 아무리 명민하기로 소문난 김 지사라 해도 핵심을 알려주지 않으니 서답이 나올 수밖에!

“경기도청도 고도제한에 걸려 있다. 수원시도 굉장히 큰 면적이 비행장이 차지해 있는데 그에 비하면 성남은 덜한 것이다. 너무 기대를 급하게 가지면 오히려 역풍이 분다. 기다리는 게 좋다.”

김 지사로서는 물론 할 말을 다한 답이지만, 이 시장의 건의에 대한 답으로서는 어긋났다. 안 그런가? 내 말 틀렸는가?

게다가 최 부시장의 건의에는 누구더러 군용항공기지법 개정안을 내달라는 것인지 일체 언급이 없다. 설마 김 지사에게 내달라는 것?

국회에 계류 중인 군용항공기지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지원해달라는 건의도 웃기는 데가 있다. 비행안전구역 600m에서 400m로 완화해달라는 것인데 이 소리를 과연 김 지사가 알아들었을까?

이 건의는 실은 이 시장이 사고 친 ‘탄천변 도로의 조속한 개통’을 건의한 것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선거 당시 언론 보도 내용들을 떠올려 보라. 이 시장이 입이 백개라도 할 말을 못하는 문제다! 체통은 지키고 싶었는가 보다. 어제 대형사고를 친 일을 오늘은 쏙 빼고 김 지사에게 포장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최 부시장이 보고한 건의사항 중 문제점으로 지적한 “판교지구 택지개발에 따른 광역교통망 확충 지연”도 실은 ‘탄천변 도로의 조속한 개통’을 가리키는 것.

(이 시장의 체통을 지켜주느라 관계공무원들, 참 애썼다!)

이 건의 역시 김 지사에게는 적당하지 않다. 건의를 통해 최 부시장이 밝혔듯이 이미 신상진 의원이 군용항공기지법 개정안 발의를 통해 이 문제를 국회에서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이 문제를 잘 알고 풀기 위해 노력해온 김태년, 신상진 두 의원을 강력한 쌍발엔진으로 내세우기 위해 이 시장이 국정에 공사다망하신 두 의원을 찾아 다리 붙들고서라도 통사정해야 하는 게 아닌가?

비아냥이 아니다. 탄천변 도로 조기 개통은 성남시민들이 절실히 원하는 일이라는 점에서 정말 이 시장이 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왕머슴이라면 그렇게라도  해야 하는 법이다. 안 그런가?

게다가 비행안전구역 600m에서 400m라니? 비상활주로 기준으로 좌우로 300m인 것을 150m로 해달라는 소리를 그렇게 하나? 성남시가 하도 안스러워 여태껏 성남시민들이 이렇게 주장해왔고 시도 공식적인 자료들에서 이렇게 보고하지 않았나?

건의의 실제 내용이 탄천변 대체도로 조기 개통임을 김 지사에게 솔직히 밝히지 않았기에 김 지사가 알아들을 리 만무. 그러니 이 건의에 대한 답이 ‘부재’할 수밖에!

꽝! 있다면 앞서 인용한 김 지사의 답이 전부다.

▲ 한나라당 방영기 도의원(사진 왼쪽)이 김문수 도지사에게 성남의료원 건립에 따른 8백여억원에 관해 지원을 이 자리에서 약속해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조덕원

▲ 벼리의 한 마디-황당한 이대엽, 스타일 구긴 김문수

최 부시장의 마지막 코멘트가 폼 난다.

“세계 속의 경기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경기도 건설에 성남시 2,500여 공직자가 앞장 서 나가겠습니다.”

정말인가? 앞장서려면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능력을 김 지사 앞에서 보여줘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런데 그런 능력은 보여주었는가? 전부 오발탄 아니었는가!

천하가 다 안다. 김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하는 사람이다. 원칙에 관한 한 악바리 같은 사람이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내가 김 지사를 인물이라고 소개까지 했겠는가(<‘김문수’만한 인물이 시장감으로 나와야지?> 참조)

그렇다면 김 지사가 기라고 답할 수 있는 건의를 했어야 김 지사도 폼 나고 이 시장도 폼날 게 아닌가? 내 말 틀린가?

이상 살펴본 대로 김 지사의 답변은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게 없었다. 오죽하면 방영기 도의원이 성남 출신 도의원이라고 “성남시의료원 건립 도비 지원을 이 자리에서 약속해줄 것”을 요구했겠는가?

(확인 결과, 방 의원도 도비 50% 지원 요청의 내막이나 타당성을 모른 채 성남을 생각해서 순수한 마음으로 한 소리였단다!)

이 시장, 진짜 재미있다. 3가지 건의에 대한 속 시원한 답변이 없어도 뭐라 했는가?

“우리 백만 성남시민은 김 지사님만 믿고 있습니다!”

내 참, 뭘 믿는다는 소리인지! 그런 믿음이 있으면 김 지사로 하여금 백만 성남시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어야 할 게 아닌가!

이날 김 지사와 이 시장이 함께 한 자리는 동문서답, 엇박자 그 자체. 심하게 말하면 한편의 코미디를 본 느낌이다. 기억해두라. 내가 지니고 다니는 뼈 있는 옛사람의 말이다.

‘이렇게 오면 이렇게 치고 저렇게 오면 저렇게 친다’

* 덧붙임 : 도지사 당선 이후 성남을 첫 공식 방문한 김 지사에게 성남사람이 쓰기에는 실은 부끄러운 기사다. 다신 이런 일이 없어야 되겠다. 이 시장도 반성하고, 성남시 공무원들도 반성하고, 성남사람인 나도 반성하고, 우리 모두 반성하자! 우리 모두 초딩 수준, 유치하니까! 부끄럽지만 이 기사를 정성껏 쓰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 김문수 도시사가 시정업무를 보고받은 뒤 시의회를 방문해 이수영 의장을 비롯한 상임위원장 등 의장단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성남시의회)     ©성남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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