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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벼리의 돋보기〕고희영의원의 해명 적절한가?

벼리 | 기사입력 2007/03/31 [06:40]

글쎄요……

〔벼리의 돋보기〕고희영의원의 해명 적절한가?

벼리 | 입력 : 2007/03/31 [06:40]
목 마를 때는 물을 마시고 배 고플 때는 밥을 먹어야 한다. 물음이 있으면 답이 있어야 한다. 특정한 물음에는 특정한 답이 따라야 하는 법. 동문서답이어서는 곤란하다. 동문서답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논점의 공유가 필요하다. 대화에서 상호간에 논점을 공유하는 것은 필수조건이 아니겠는가.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것은 물론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지만.

▲ 열린우리당 초선인 고희영 의원이 관례상 다른 의원이 맡아야 할 심의위원을 자청해 대신 맡아놓고는 특정업체 제품이 선정될 수 있도록 동료의원에게 청탁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30일 해명성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성남투데이

얼마 전 불거진 고희영 의원의 문제와 관련해 성남투데이가 보도한 내용은 두 가지 논점을 가지고 있다(<‘처음 마음으로 끝까지’는 뻥?> 참조). 그리고 이 논점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열린우리당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점을 분명히 해두는 것은 중요하다. 고 의원으로부터 나올 수 있는 해명이 이 논점에 대한 해명이어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30일 고 의원이 ‘보도자료’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 해명했다. 고 의원의 해명에서 그것이 어떤 내용들로 이루어졌든 본질적인 것은 논점에 대한 해명이며 어떤 해명이든 이 논점을 피해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과연 고 의원은 제기된 논점에 대해 걸맞는 해명을 했는가.

성남투데이가 열린우리당 조사결과에 의거해 제기한 논점 하나는 고 의원이 김 대표에게 심의위원이 될 수 있도록 요구한 것은 원칙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위원회 소속이 아닌 자치행정위 소속이라는 근거에서다.

이는 고 의원이 대신 나서거나 끼어들 일이 아니라는 것 달리 말해서 그가 김 대표에게 요구한 사실은 김 대표가 그의 요구를 선의로 받아들여 들어준 것과는 문제의 성격상 전혀 별개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심의위원으로 김 대표에게 요구한 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해명해야 한다. 이것이 정확한 해명이다.

그런데 그는 어떻게 해명했는가. 그는 자신의 지역구에 있는 성남공설운동장을 시민들을 위한 체육공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그동안의 추진 사항을 끌어들였다. 시민을 위한 체육공간 조성에 관심이 크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틀렸다. 그가 시민을 위한 체육공간 조성에 관심이 크다고 해명한 것은 논점을 피해나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물타기다.

또한 그는 이런 연장선에서 “운동장에 대한 본의원의 열정을 알고 있는 김유석 대표와 동료의원인 정채진 의원의 배려로 심사 이틀 전 심의 위원으로 선정된 것이 본의원에게 엄청난 유혹(의혹의 오기로 보인다)의 눈길이 쏠리게 된 배경”이라고 해명했다.

이 역시 틀렸다. 그가 운동장이라고 말한 시민을 위한 체육공간 조성에 열정이 있든 없든 앞서 지적한 대로 그가 대신 나서서 끼어들 일이 아닌데도 그가 나선 것 그 자체에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역시 물타기다.

“본의원의 처사에 대하여 향후 의정활동에 보다 신중을 기하는 자성의 기회로 삼겠다”는 그의 반성의 메시지는 이 같은 물타기에 근거하고 있다. 이런 경우를 두고 ‘따라 나오지 않는 결론의 오류’라고 한다. 원인으로부터 합리적으로 추론되지 않는 결론을 내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고 의원이 전하려는 반성의 메시지는 받아들이기 힘들다. 다른 차원에서도 읽혀지는 것도 있다. 그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은 과정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과연 진정성이 배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난 것이 드러난 것이 아닐 수 있는 경우는 아주 많다. 참고로 한국의 정치판에서 실종된 진정성은 한국의 정치현실을 읽어내는 핵심코드다.

과정 생략하고 거두절미하고 결론만 취한다면 그가 전하는 반성의 메시지는 수용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원인과 결과의 상관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비판적인 시각에선, 그가 전하는 반성의 메시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사회적 기대치와 이에 대한 답 사이의 괴리는 여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성남투데이가 열린우리당 조사결과에 의거해 제기한 다른 논점 하나는 심의와 관련된 그의 활동에 관한 것이다. 열린우리당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것은 고 의원이 심의위원인 다른 의원에게 특정업체 제품이 선정될 수 있도록 청탁한 것 또 심의위원으로 선정되기 전 심의위원이 될 것으로 예상한 다른 의원에게 심의위원이 되면 도와달라는 부탁을 한 것이다.

이 같은 열린우리당의 조사 결과를 성남투데이가 보도한 것은 사실에 대한 해석에 앞서 사실의 문제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동시에 이 같은 사실의 제시를 통해 고 의원의 행태가 부적절하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의 제시는 특정업체의 제품이 선정될 수 있도록 그가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따라서 고 의원은 이런 사실이 있었다 없었다라고 해명하면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만 성남투데이의 보도에 대한 그의 적절한 해명이 되는 것이다. 사실에 사실로! 그러나 그는 이에 대해 일언반구 해명이 없다. 오히려 그는 말을 돌렸다. 다른 심의위원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는 점을 역설했다. 다음과 같이 전혀 무관한 사실들을 늘어놓는 방식으로 말이다.

“성남시 축구관계자 세분과 주공과 토공관련 두분을 포함 다섯분은 난생 처음 명함을 교환하며 인사를 나눴고, 전모 교수는 10여년전부터 환경운동 관련으로 교류하는 사이였지만 심의위원이 된 것을 그 자리에서 알았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같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한성심 의원님과는 심사 당일날 오전 중앙초등학교와 성일고등학교 운동장을 방문하여 인조잔디와 관련 현장방문을 하기로 하였으나, 서로의 시간이 맞질 않아 한성심 의원님만 개인적으로 현장 방문을 했다는 말을 당일 오후 의회에서 만나 들었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동문서답이다. 그가 다른 심의위원들에게 아무런 영향도 미칠 수 없다는 점을 역설하기 위해 늘어놓은 사실들은 성남투데이가 보도한 사실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떤 일을 한 것과 그 일의 결과가 영향이 미쳤는지 미치지 않았는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가 아닌가.

왜 논점과는 다른 다른 사실들을 늘어놓는 방식으로 다른 얘기들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저 변명으로 들린다. 이런 맥락에서 그가 “본의원의 역량으로 특정업체를 위한 로비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모신문 기자에게 밝힌 바 있다”는 말도 동문서답, 그것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고 의원의 해명에 대해 지적한 내용은 열린우리당 조사 결과와 이에 기초한 성남투데이의 보도 내용에만 관련되어 있다. 다른 모신문에서 보도한 내용과는 무관하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는 고 의원이 성남투데이의 보도를 애써 무시하거나 은근슬쩍 넘기려는 의심이 든다. 성남투데이의 보도가 함의하는 의미를 고 의원이 여전히 의미있게 읽어내고 성찰의 기회로 삼을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는 판단이다.

게다가 그저 언론사에 툭 던지고 마는 보도자료 형식의 그의 해명도 적절해보이지 않는다. 문제의 성격과 강도에 맞는 해명의 형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의 해명이 꽤 시간이 흘러서야 나왔다는 점도 별로다. 사안이 사안인만큼 깊되 단칼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의 해명의 내용은 물론 방식, 시기 모두 걸린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기 힘들다고 하던가. 그렇다고 해도 그 속이 한길이 아닌 것은 아니다. 고 의원의 문제가 사적인 문제가 아닌 공적인 문제라는 점에서다. 당사자로서는 돌리지 말고 간명하게 밝히는 것이 요구되고, 그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는 그것을 제대로 따져보고 판명하는 것은 중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문제를 따지는 것은 냉정할수록 분명해진다. 분명해질수록 문제는 더욱 잘 보이기 마련이다. 앞선 성남투데이의 보도내용과 여기서의 지적을 관통하는 한 가지 문제의식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누군가 이 세상에 던져졌을 때 그는 그다워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의 역역에선 더 말할 것도 없다.

해서 공공의 영역에서 ‘그가 있어 그 일이 일어난다’는 옛사람의 말씀을 어찌 잠시라도 망각할 수 있단 말인가. 아무리 ‘시물라시옹’이 우리를 현혹하는 흐린 세상이 되었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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