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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건너간 ‘판교프로젝트’ 재현되나

이대엽의 성남송파신도시 의료·바이오밸리 ‘의혹’

벼리 | 기사입력 2007/04/10 [20:12]

물 건너간 ‘판교프로젝트’ 재현되나

이대엽의 성남송파신도시 의료·바이오밸리 ‘의혹’

벼리 | 입력 : 2007/04/10 [20:12]
이대엽 시장이 송파신도시에 추진하려는 ‘의료·바이오밸리’ 조성사업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선3기 당시 이대엽 시장이 뜬금없이 들고 나와 추진하다가 경기도의 거부로 무산되었을 뿐 아니라 허황된 계획으로 판명난 이른바 ‘판교프로젝트’가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판교프로젝트는 20만평 규모의 판교 벤처단지 안에 줄기세포 연구기술을 제공하는 여성병원, 노인병원, 재생의학연구소를 조성하려는 사업으로 황우석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과의 결별 배경으로 거론되어 국민적 관심을 모은 프로젝트. 노 이사장이 황 교수를 대동해 경기도를 상대로 로비를 벌이려 하다가 황 교수의 동행 거부 및 경기도의 승인 거부로 무산되었고, 당시 언론을 통해 허황된 것으로 밝혀졌었다.

▲  지난 9일 성남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남시 의료·바이오산업 발전방안 및 성남송파택지지구 의료·바이오밸리 조성 타당성 조사’ 최종 보고회에서 이대엽 시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조덕원

지난 9일 성남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남시 의료·바이오산업 발전방안 및 성남송파택지지구 의료·바이오밸리 조성 타당성 조사’ 최종 보고회에 나온 용역 결과에 따르면 성남시는 송파신도시 내에 병원 1만평, 연구개발시설인 R&D시설 2만4천평 규모로 의료·바이오밸리를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과 규모의 송파신도시 내 의료·바이오밸리 조성계획은 지난 2005년 7월 18일 이 시장이 손학규 경기지사에게 보낸 ‘바이오 메디플렉스(Bio-Mediplex) 설립유치 건의’라는 건의서에 담긴 노 이사장의 지원요청 내용과 매우 유사하다.

당시 성남시는 노 이사장의 지원요청서인 ‘세계적인 바이오 메디플렉스 설립계획안’에 “지사님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줄기세포 연구기술을 제공하고자 BT·IT기술을 접목한 첨단 의료연구단지(R&D Cluster)를 성남지역에 유치하고자 정책건의를 드립니다”라는 문구까지 넣어 건의서를 경기도에 보냈다.

노 이사장은 경기도에 보내진 지원요청서를 통해 “1만평짜리 건물 3개 동(중저층 3개 동 3만평 규모) 여성전문병원, 노인전문병원, 재생의학연구소를 지어 병상수 200베드의 입원 중심이 아닌 외래 중심으로 운영하고, 연구 중심의 병원을 설립하겠다”고 밝히고 경기도 관계자를 만나 판교에 무상 또는 헐값에 땅을 제공해줄 것을 제안했다.

노 이사장의 지원요청서가 성남시를 통해 경기도에 전해진 것은 노 이사장이 이 시장을 움직이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시장이 어떤 정책적인 근거와 판단으로 노 이사장이 추진하는 판교프로젝트를 수용하게 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

판교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노 이사장은 당시 손 지사와의 만남에 황 교수를 끌어들이려다가 자신의 명성과 연구 성과가 영리에 이용되는 것을 꺼린 황 교수의 거부를 당했을 뿐 아니라 일본측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사기꾼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 언론에 폭로된 판교프로젝트의 밑그림과 로비 및 투자자금 모집 현황 등이 담긴 노 이사장의 친필 비망록, 그가 성남시에 제안한 지원요청 내용은 의혹과 허점투성이였다. 사업계획서도 갖추지 못하고 부지 지번조차 확보하지 않은 채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등 허황된 것으로 밝혀졌다.

판교프로젝트는 최종적으로 경기도가 “판교 벤처단지는 IT산업과 IT기술융합 관련 벤처업체들을 위해 조성되고 있다”는 이유를 들어 승인을 거부당했다. 부지 용도가 맞지 않는다는 현실적인 난관에 부딪쳐 사업이 물 건너 가버린 것이다. 결국 성남시는 노 이사장의 허황된 판교프로젝트에 놀아난 꼴이 되었다.

따라서 이번에 성남시가 입지 선정, 부지 규모 등 의료·바이오밸리 조성계획을 세워 송파신도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은 판교프로젝트의 재현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물 건너간 판교프로젝트와 내용적으로 같은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의혹인 셈이다. 현재로선 그 실체는 의료·바이오밸리 운영계획이 현실화되는 단계에 이르러서야 드러날 수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성남의 미래성장동력으로 간주된 산업이 IT분야라는 점에서도 이 시장이 의료·바이오산업의 발전을 들고 나온 것은 의혹을 부채질한다. 과연 성남의 미래성장동력으로 의료·바이오산업을 추진하는 것이 이 시장 자신의 판단인지, 무슨 정책적 근거와 논리가 있는지 그는 밝힌 바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성남시는 의료·바이오밸리 조성사업 추진을 위해 정책적으로 합리적인 근거나 논리의 제시도 없이 단지 사업부터 먼저 정해놓고 필요한 땅을 찾아다닌 의혹이 강하다. 우선 노 이사장 제안으로 시작된 의료·바이오산업 유치는 처음에는 부지 용도가 전혀 맞지 않은 판교 벤처단지를 들쑤시다가 시립의료원 설립부지인 신흥동을 쑤시고 들어간 것이 확인된다.

지난 해 성남시는 시립의료원 설립부지로 이미 마련된 7,224평의 신흥동 의료시설부지를 21,069평으로 확대해야 한다며 추가부지 매입을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 통과를 시의회에서 시도했었다. 당시 성남시가 성남시의회에 밝힌 추가부지 매입 사유는 ‘의료·바이오산업의 유치’였다.

그러나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의 시의회 통과가 9월, 10월 연달아 좌절되자 성남시는 의료·바이오산업 유치를 위해 신흥동을 쑤시고 들어가던 시도를 없던 일로 돌리고 다시 송파신도시로 눈길을 돌렸던 것. 이번에 성남시가 발표한 ‘성남송파택지지구 의료·바이오밸리 조성 타당성 조사’ 결과는 마지막으로 찍어놓은 땅을 합법화하기 위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성남시가 정책적 근거나 논리가 희박한 상태에서 의료·바이오산업을 유치한다는 명분으로 판교에서 신흥동으로, 다시 신흥동에서 송파로 땅을 쑤시고 다니는 과정에서 신흥동 추가부지 매입논란이 불거진 것은 주목을 요한다. 익히 알려진 대로 구시가지 주민들의 염원인 시립의료원 설립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시립의료원이 시청사로 간 것이 그것이다.

송파신도시는 구시가지 순환재개발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우선 확보해야 할 재개발이주단지 등 지역발전과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의미있게 쓰여야 한다. 성남시가 정책적 근거나 논리가 매우 취약한 의료·바이오산업 유치를 내걸고 송파신도시에 의료·바이오밸리를 조성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것인지는 의아스러울 뿐이다.

합리적이고 신뢰할 만한 정책적 정당성 확보 없이 과연 정부와의 협상에서 의료·바이오밸리 조성부지를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설령 협상 결과 확보할 수 있다 해도 부지를 마냥 놀릴 우려도 높다. 심각한 행정력 낭비가 우려되는 지점이다.

게다가 성남시는 구시가지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를 무릅쓰고 시청사 이전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구청사 이전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알려진 대로 수정구청사도 송파신도시로 이전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시청에 이어 구청까지 구시가지에서 빼간다는 비난여론이 형성되어 있다.

성남시가 송파신도시에 조성하겠다는 의료·바이오밸리는 의료도 아니고 바이오도 아니다. 여전히 사업내용은 구체적이지 않으며 모호하다. 인천경제자유지역 송도지구에 조성예정인 의료·바이오밸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추진하는 것일까? 더구나 성남시가 의료·바이오 밸리를 조성하기 위한 합리적인 정책적 근거나 논리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으면서.

이대엽 시장이 송파신도시에 추진하려는 ‘의료·바이오밸리’ 조성사업. 그것은 의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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