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동안 쌓은 업을 참회하며 무사히 하루를 보내게 해주신 부처님의 자비에 감사하다고 서원하는 청아한 목탁소리에 대웅전 옆 자그마한 샘터에 비친 달빛이 잔잔히 일렁이고 소슬한 바람이 일어 낙엽이 떨어진다.
 
그렇게 고즈넉한 산사에서 깊어가는 시월을 달래는 음악회가 있어 다녀왔다. 

30일 늦은 7시 늦가을의 정취를 한결 내품으며 서울(京)을 바라보고(望) 서있는 영장산 망경암(望京庵)에서 '성남문화연대'가 5백여명의 회원과 시민이 모인 가운데 지난 8월 '성남시민 문화주인 선포식'에 이어 성남시민을 위한 두 번째 음악회 '산사음악회'를 열었다.

▲영장산 망경암에서 펼쳐진 산사음악회의 승무     © 성남투데이

 
조선시대 왕권을 차지하지 못하고 왕궁을 떠난 왕자들이 머물던 곳이라는 망경암은 이제는 도시개발로 인해 행정구역상(복정동) 도심 속의 사찰이 되어버렸지만, 자연의 아름다움과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어 산사음악회의 운치를 한층 더해줬다.
 
이는 '성남문화연대'가 지역의 문화와 지역의 환경과 지역의 현실로부터 자기정체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깊이 인식하고 늦게나마 지역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함께 했다는 점에서 아주 의미 있는 행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성남지역문화는 문화적으로 이중의 식민지 상태에 처해 있었다. 제1세계 서구의 문화적 식민지이면서 중심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서울의 문화적 식민지라는 이중의 피압박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이 현실이었다.
 
또한 언제부터인가 횡행하기 시작한 지역문화의 축제는 그럴 듯하지만 실제 시민들이 느끼는 체감문화지수는 아주 형편없었다. 관료적 발상과 행정의 주관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욕망이 어우러져서 전혀 의미 없는 축제를 남발하는 심각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지역의 문화는 지역의 생존을 보장하는 결정요인이다. 문화는 있어도 좋고 없으면 아쉬운 그런 소비적인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있어야 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삶의 실체라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성남문화연대'의 지역문화행사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꾸는 데 이정표가 될 것이라 간절히 기대해 본다. 다만 제반 과정과 지향목표를 좀더 분명히 해 두고 의미 있는 일을 추진도 하고 전망도 했으면 하는 것이 지역의 한 사람으로 바라는 소박한 생각이다.
 
이날 음악회는 소리새, 황경숙, 서용율 그리고 심진스님의 미니콘서트를 비롯해 국립국악학교 출신 김미영씨의 승무 공연으로 펼쳐졌다.
 
한편, 망경암은 고려말 무학대사가 창건한 전통사찰로서 절벽 가운데 모셔진 마애여래좌상(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02호)이 감실 속에서 중생을 내다보고 있다. 감실아래 왕실의 복을 비는 발원문이 곳곳에 새겨져 있어 왕자가 머물던 곳이라는 사실이 새삼스레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