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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단추는 실패, 눈앞엔 첩첩산중

〔벼리의 돋보기〕돔구장, 어떻게 볼까?

벼리 | 기사입력 2006/08/03 [08:53]

첫 단추는 실패, 눈앞엔 첩첩산중

〔벼리의 돋보기〕돔구장, 어떻게 볼까?

벼리 | 입력 : 2006/08/03 [08:53]
요즘 세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이대엽 시장의 ‘돔구장’ 공약은 시장선거 당시 선거캠프에서 충분한 검토를 거쳐 제시된 게 전혀 아니다. 내가 아는 한 돔구장 자체에만 한정해도 어디에다, 언제까지, 얼마를 어떻게 조달해서 짓고, 어떤 성과를 얻겠다고 충분히 검토된 바가 없다. 공약토론회 당시 소개된 관계부서의 검토내용이 시장캠프에서 화를 낼 정도로 완전 ‘꽝’이었다는 것을 봐서도 그렇다. 선거캠프에서 충분히 검토했고 자신이 있었다면 관계부서에 그 내용이 전달이 되지 않을 리가 없다.

솔직히 말하면, 돔구장 공약은 이대엽 시장이 민선3기 말에 KBO 신상우 총재를 한 번 만난 게 전부다. 신상우 총재가 어디 한 번 해보라고 권했고, 이대엽 시장이 귀가 솔깃해진 게 전부다. 진실이다. 게다가 신 총재의 권유는 성남만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 부산, 서울도 끼어 있다. 지금까지의 언론보도를 종합해보면 신 총재는 능동적으로 나서는 곳,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는 곳이 우선권을 갖는다고 밝히고 있다. 일종의 ‘저울질’인데 결국 성남 입장에서 보면 부산, 서울보다 훨씬 뛰어난 방안을 마련하고 활기차게 움직여야 우선권을 갖는다는 뜻이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돔구장을 건설하겠다고 서울, 부산이 나설 경우를 전제한다면 과연 이대엽 시장이 서울, 부산이 제시할 수 있는 방안보다 뛰어난 방안을 마련할 자신이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안이 신 총재의 낙점을 받을 만한 콘텐츠를 갖춰야 함은 물론 과연 성남에 어떤 큰 도움이 되는지 밝혀야 하는 것도 분명하다. 첫 단추는 실패했다. 이대엽 시장이 신 총재를 한 번 만난 게 전부이고 시장 되고나서도 정책입안단계에서 관계부서의 검토내용은 그 메시지가 ‘못 하겠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곧 현단계에서는 돔구장은 시장이나 그 수하나 다 무능력 그 자체라는 뜻이다. 이 점에서 이 시장이나 시정부는 최근 오마이뉴스에 실린 정곡을 찌르는 비판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10년 전부터 언급됐던 돔구장은 아직도 진척된 게 전혀 없다. 문제는 언제나 특정 구단이나 지자체 수장들이 말을 쉽게 툭툭 내뱉고 뒤처리는 외면한다는 점이다. 단계를 밟아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책임감 있는 자세로 문제에 접근하기보다는 ‘될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개인의견을 과대포장해 노출시켰다.”(‘돔구장 건립, 첫 걸음부터 떼자!’, 오마이뉴스, 7월 18일치) 

신 총재가 이끄는 KBO 역시 문제가 있다. 가는 곳마다 동어반복적인 말만 무성하게 늘어놓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다. 이에 야구팬들의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 같은 비판의 함의는 돔구장이 지자체와 KBO가 함께 추진하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KBO의 몫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내용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신 총재의 저울질은 KBO는 가만히 있고 입맛 당기는 방안을 제시하는 지자체의 손을 들어주겠다는 의미도  없지 않다. 이 같은 해석은 신 총재가 돔구장을 추진할 의지가 있느냐, 하는 문제와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의지가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대엽 시장은 돔구장 추진이 어떻게 가능하지를 시급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또 어떻게 추진할지도 분명히 해야 한다. 시쳇말로 내가 시장이고 내가 건 공약이니까, 내가 알아서 다 하겠다는 독선을 부릴 경우, 대형프로젝트 좌절의 연속을 드러낸 민선3기의 전철을 밟고 말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당장 야당의원들, 시민사회가 가만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은 어디에, 언제까지, 얼마를 어떻게 조달해서 짓고, 어떤 성과를 얻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이 같은 추진과정에서 제기되는 장애들에 대해서도 감추지 말고 공개할 필요가 있다.

사업의 파트너인 KBO가 추진하는 과정에서 담당할 역할이 어떤 것인지, 또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개발프로젝트를 진행할 부동산개발업자를 누구로 하고, 삼자 간에 어떤 주고받기를 통해 상생할 수 있는지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추진과정에서 어떻게 지역사회의 ‘정치적인’ 동의를 얻고 동시에 돔구장이 미칠 사회문화적인 영향들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인 동의도 필요하다. 이런 합의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어떤 추진단위를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검토하고 밝혀야 한다. 동시에 사업의 일차 파트너인 KBO측에도 당당하게 성남의 준비 정도에 합당한 추진단위와 실무팀을 꾸릴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 정도 검토 및 준비를 하지 않고 추진하는 것을 나는 결코 동의할 수가 없다.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주먹구구식 추진은 절대 금물이다. 당위적인 주장에서가 아니라 그랬다간 스스로 무너지고 빗발치는 수모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돔구장이 단지 이 시장의 스케일(?)을 포장하려는 과시용이 아니길 바란다. 과거 정치판의 거물인 신 총재에 이 시장이 키를 한 번 나란히 해보자는 정치적 욕망의 산물이 아니길 바란다. 오로지 성남시장으로서 성남의 현실과 장래를 염두에 둔 과제이길 바란다.

그렇다면 이 시장은 그 돔구장이 성남지역사회의 실제적 필요성에 입각한 것인지 아니면 자의적이고 유도된 필요성에 따른 것인지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또 자의적이고 유도된 필요성은 없지만 실제적 필요성이 떨어질 경우, 만사 젖혀놓고라도 돔구장이 성남지역사회의 획기적인 변화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는 분명한 의미와 그 내용을 명시적으로 밝혀야 한다. 현재로선 이 시장과 시정부의 준비 정도가 시의회와 시민사회에 내놓을 만한 수준이 못 된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마찬가지로 KBO측의 준비 정도 역시 아직은 허술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참고로 나는 이대엽 시장이 돔구장을 각종 문화·체육시설 집적단지가 결합된  개념의 스포츠테마파크 조성으로 공약한 것처럼 KBO측이 2005년도에 수립한 동대문운동장을 ‘스포츠테마파크’ 개념의 돔구장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검토한 바 있다. 그 내용은 대체로 조야하다는 판단이다. 또 이 개발계획의 내용이 입지문제와 관련해 서울시의 교통영향평가 통과가 어렵다는 것도 알고 있다.

이 시장을 비롯해 시정부가 당장은 부지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신 총재가 언론을 통해 거론한 부지들을 앞으로 유념해서 볼 작정이다. 두고 보자, 어떻게 이 문제를 어디에, 어떻게 푸는지. 그러나 부지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해도 앞서 밝힌 것처럼 문제를 보다 너른 지평에서 보고 지역사회의 동의와 참여를 이끌어내지 않는 한, 돔구장은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이 시장은 새겨두는 게 좋겠다.

문제 해결에 앞서 전제는 접근법이다. 접근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점에서 핵심은 이 시장이 이끄는 시정부가 능력을 보여야 한다는 것, 시민사회를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는 것에 있다. 그렇다. 첫 단추는 실패했고 눈 앞엔 첩첩산중이다. 분명히 밝혀두지만, 나는 돔구장에 대해서 어떤 편견도, 부정적인 선입견도 갖고 있지 않다. 이 고백의 의미를 깊이 새겨두면 독은 되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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