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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절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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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절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벼리의 돋보기〕 조선일보와 벼리는 닮았다

벼리 | 기사입력 2008/10/23 [13:40]

‘예산 절감’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벼리의 돋보기〕 조선일보와 벼리는 닮았다

벼리 | 입력 : 2008/10/23 [13:40]
1917년 마르셀 뒤상은 미술관에 ‘변기’를 전시하고는 ‘샘’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에 따르면 샘은 변기가 아니라 ‘미술품’이라는 것입니다. 잠시 논란이 있은 뒤 관객들은 변기를 미술품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는 “뒤상이 이 물건을 미술제도 즉 미술관에 전시했을 때, 이 물건의 원래 기능이 바뀌었기 때문에 우리는 이 변기를 조각으로 보는 것”(스타니스제프스키)이 가능해졌다는 뜻입니다. 오늘날 샘은 20세기 고전적 미술품 중 반미학적 경향을 대변하는 미술품의 하나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샘은 근대 미술사의 대사건이었습니다.

여기서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과연 변기를 미술품으로 보게끔 만든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것을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에는 다소 난감할 수 있는 미술의 문맥이 아닌 우리의 글과 말 즉 언어적으로 접근해볼 수 있습니다. 언어학자 소쉬르는 단어(형식)가 내용(의미)과 본질적인 관계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소쉬르는 언어에 무언가 확실한 것이 있다는 생각을 부정한 최초의 언어학자입니다. 그에 따르면 의미란 단지 특정 공동체의 관습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특정한 맥락이나 역사라는 한계를 가진 것에 불과합니다.

소쉬르의 생각은 언어의 ‘밖’을 전제로 해서만 성립될 수 있는 것입니다. 언어의 밖이란 언어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것을 ‘타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타자의 발견을 통해서만 근대언어학의 시조가 된 소쉬르 언어학이 성립될 수 있었습니다. 뒤상이 미술관에 전시한 변기가 미술품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소쉬르처럼 미술의 밖, 타자를 도입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기성품(readymade)’이라는 것입니다. 타자의 도입을 통해 그는 당시까지 미술에서 통용되던 형식과 의미의 관계가 자의적이라는 것, 따라서 자명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 것입니다.

▲ 여수동에 신축 중인 성남시청사 조감도.     ©조덕원

근대의 미술사나 언어학에서 이미 확인되고 공유된 이런 타자 도입의 필요성, 그 중요성과 가치를 지금 성남시민들은 현실에서 똑똑히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성남시청 시청사 신축사업에 관한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23일치 기사에서 “2010년 완공 예정인 경기도 성남시 신청사 신축 예산이 3,222억 원으로, 2000년 이후 지어졌거나 지어질 예정인 지방자치단체 청사 중 예산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습니다. 같은 날 보도된 조선일보 사설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성남시청 신청사는) 4년 전 호화 논란을 일으키며 '용인궁(宮)'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용인시청(1974억원)보다 1,250억원 가량을 더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연면적만 놓고 보면 비슷한 시기에 완공될 서울시 신청사(7만2450㎡)와 거의 같다. 그러나 성남시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은 715명이고, 서울시는 1만여 명이다. 성남시 신청사의 공무원 1인당 면적은 31평(坪)을 넘는다. 세계 지방청사 중 단연 최고의 호화판 청사일 것이다. 시장을 위한 청사가 세계 최고이면 성남 시민의 소득 수준은 세계 몇 번째쯤 되는 것일까.”

조선일보가 바로 성남시민들의 타자로 등장한 것입니다. 이 타자가 성남시민들을 ‘우물 안의 개구리’라고 비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몰골이 얼마나 초라한지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합니다. 지금 우리는 도저히 고개를 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성남시청 신청사 신축사업은 이대엽 시장이 “성남시의 100년 대계를 위한 사업”이라며 밀어붙인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남시의회의 다수당을 차지한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지방의회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날치기 예산 통과’를 통해 뒷받침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사설은 또 말하고 있습니다.

“3,222억 원이면 100억 원 규모의 주민건강센터를 32개 지을 수 있고, 그 돈을 교육시설에 투자한다면 성남의 초·중·고교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 시민을 시민으로 받드는 지방단체장이라면 시민의 복리후생과 아무 관련이 없는 시멘트 건물을 짓는 데 3,222억 원이란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 붓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민의 복리후생을 위해서 쓰여야 할 3,222억 원이란 혈세가 시민의 복리후생과 아무 관련이 없는 시멘트건물을 짓는데 쓰이고 있다’고 분명하게 지적함으로써 조선일보는 성남시청 신청사 신축의 ‘허구’를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사설에서 쓴 표현을 그대로 쓰자면 “세계 어디에도 없는 낭비”의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이 허구를 이미 제가 말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한두 번도 아닐뿐더러 여러 차원에서 말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윤창근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시의원들이 의회에서 앞장서 싸우지 않은 게 아닙니다. 구시가지의 일부 상인들, 주민들이 싸우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정부나 지자체를 중심으로 하는 국가조직은 ‘과세와 재분배’라는 원리를 중심으로 봐야 합니다. 이것은 국가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이기 때문입니다. 가능하면 적게 거둬들여야 합니다. 가능하면 적재적소 고르게 재분배되어야 합니다. 이런 이론적인 원칙과 오래 동안 성남의 단체자치 과정을 지켜본 경험을 놓고 말한다면 시민혈세가 낭비되지 않고 적재적소 고르게 재분배되는 일은 단체자치의 돌아가는 사정을 보는 데서 핵심적인 안목입니다. 제가 아는 한, 이런 고민을 의정활동이나 시민과 함께 하는 활동에서 그래도 구체적으로 드러낸 성남의 정치집단은 민주당뿐입니다.

이번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문제를 접근하는 제 관점의 핵심은 과세와 재분배라는 이론적인 원칙과 그 실제라는 시각에 있었습니다. 시립병원 설립의 안정적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필요한 부지변경이 아니었나라는 판단도 해보았습니다. 시정 전체를 조망하는 시야가 확보가 되지 않고는 제출될 수 없는 그런 정책의 하나로 파악했습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정용한 의원,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 한나라당 중원구 시의원들이 보여준 태도는 이와는 딴판이었습니다. 이들은 문제의 차원을 ‘시립병원 설립 흔들기’라는 정치투쟁으로 몰아갔습니다.

국가에 참여하는 정치집단이나 정치인이 충분한 토론 없이 시작부터 정치투쟁을 개시했습니다. 부지변경을 통한 예산 절감은 거짓말이라고 공격했습니다. 재원 마련을 비롯한 시립병원 설립의 안정성을 도모해야 할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역시 병원 설립이 단체자치라는 공식적인 시스템에서 진행 중인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채 그들과 마찬가지였습니다. 끝내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 특별결의안은 부결되고 말았습니다. 대부분의 공직자들은 허탈감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문제를 통해 예산 절감문제가 중요하게 부각된  배경에는 이대엽 시장과 한나라당 시의원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성남시청 신청사 신축사업을 밀어붙인 장본인들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일보 보도와 사설이 나간 뒤 성남시민들은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성남시민들의 타자로서 조선일보가 등장한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이는 민주노동당이나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의 ‘조선일보’로 등장했던 자가 벼리인 것과 매우 닮았습니다. 조선일보라는 타자에 공명하는 소리들을 이제부터 우리는 귀 아프게 들게 될 것입니다. 그 중 다음은 성남시청 홈페이지에 당당하게 올라온 것입니다.

<이대엽 성남시장은 정신 나간 ○○ 아닌가>

오늘 신문보도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시청을 짓는데 3000억이 넘는 돈을 쓴다고 한다. 시청이 무슨 왕궁을 짓는 것인가? 시민들 혈세를 받아 시정을 집행한다면 무엇보다도 검소하게 알뜰하게 돈을 써야할진대 이것이 무슨 짓인가?

돈을 직접 버는 기업도 이렇게는 안한다. 미친○들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든다. 이렇게 거대한 건물을 지으면 지은 다음에도 그것을 유지하는 인건비 물건비 또한 엄청나게 들어갈 것이다.

그 돈을 누가 다 내야 하나? 시민이 내야 한다. 시민의 머슴처럼 일해야 하는 시청 공무원을 이제 시민들은 왕궁 같이 호화로운 시청을 짓고 거기에 모셔야 할 판이다.

너무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 3000억이 넘는 돈이면 전라북도 도청을 2개나 지을 수 있다고 한다. 성남시 인구가 전라북도 인구의 몇 분의 일밖에 안되는데 시청을 이렇게 지어도 되는가 말이다.

도저히 공직자로서의 기본자세가 안 되어 있다. 영화배우 출신 이대엽 시장, 이 ○○은 영화 속에나 나올 법한 아방궁을 지어 그렇게도 호사를 누리고 싶은 건가?

이건 돈이 얼마나 많이 남으면 이런 짓을 할까 싶다. 남는 돈이 있으면 시민들에게 돌려주라. 나도 세금 낸 것이 아까워 죽을 지경이다. 무슨 건설업체들에게 큰 특혜를 주고 반대급부를 받는 것이 아닌지 의심이 간다.

살다 살다 보니 이런 도무지 상식에 안 맞는 일이 벌어지고 공무원들 일하는 사무실을 이렇게 호화판으로 지어 피땀 흘려 번 돈을 세금으로 내서 모셔야 한다 생각하니 부글부글 속이 끓어 오른다.

지금 당장 사업규모를 1/5 이하로 축소해야 한다. 너희들은 한마디로 시민들의 삶은 전혀 아랑곳 않고 혈세만 빨아먹기에 바쁜 더러운 미친 관료들일뿐이다.

성남시민들이여 다 같이 궐기합시다. 이런 정신 나간 성남시의 시장 이대엽을 주민소환제를 통해 당장 물러나게 조치를 취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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