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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회부터 나서서 바로 잡아라!

[벼리의 돋보기]차마 눈뜨고 못볼 이 시장의 '망발'

벼리 | 기사입력 2005/05/12 [20:36]

시의회부터 나서서 바로 잡아라!

[벼리의 돋보기]차마 눈뜨고 못볼 이 시장의 '망발'

벼리 | 입력 : 2005/05/12 [20:36]
뭔 일을 추진하기 위해 립 서비스(lip-servise)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상대에게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그래서 나왔다. 여기서 멈추면 아무 탈이 없다. 넘쳐서는 안된다. 무슨 말인고? 첫째, 거짓말이다. 그것은, 말하자면 짜가업체들의 ‘사기광고’와 같은 것이다. 둘째, 망발해서는 안된다. 망발이란 립 서비스가 지나친 경우겠다. 공공의 영역에서 이런 일들은 있어선 안되겠다, ‘절대로!'

▲ 이대엽 시장이 지난 30일 종합직업체험과 부지 선정위원회 평가위원들이 성남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종합직업체험관 유치와 관련한 설명을 하고 있다.       ©성남투데이
 
‘눈 여겨 봐야 할’ 립 서비스가 이 시장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잡 월드(job world) 의 유치부지 그러니까 ‘시유지의 무상 제공’ 발언이 바로 그것이다. 이 발언은 단지 장식적이거나 수사적인 발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설령 이 발언이 상식으로 봐서 눈 밖에 나는 립 서비스 차원일지라도 아무 문제는 없다. 이 시장이 자주 허리우드 액션도 취하는 사람인지라 옥의 티 정도로 봐줄 수도 있다. 다만 이런 경우라면 다음과 같이 험담 한번 늘어 놓으면 된다. “사람 참, 입이 싸다!”
 
그런데 이 시장의 발언은 이런 수위에 머물러 있지 않다. 여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 발언은 노동부가 추진하는 잡 월드를 성남에 유치하는 과정에서 나왔는데, 이 시장은 성남 유치가 확정된 이후에도 이를 되풀이하고 있다. 이 발언의 의미를 이해하는 키 워드(key word)를 먼저 소개하자면, 이 시장이 다시 한번 ‘제왕적 시장’임을 스스로 고백하는 발언이라는 것이다. 그럼 자세하게 이 시장 발언에 어떤 문제들이 있는지 까발려보자. 이는 여기에서 이 시장을 도마 위에 올려 허물을 묻는 것이기도 하다.
 
먼저 더 이상 이 시장에게 행정을 모른다는 말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밝혀둔다. 시장 선거가 다가올 만큼 그도 시장을 꽤 했다. 그렇다면 그가 행정을 알 만큼 알 테고, 제도로서의 지방자치가 어떻게 굴러가는지도 알만큼 안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더 이상 이 시장을 무시해선 안된다. 아니 무시해선 도리가 아니다. 그럼 알 만큼 아는 시장인 그가 무슨 근거로 시유지 무상 제공 발언을 서슴지 않았을까? 과연 어떤 문제들이 있을까?
 
첫째, 노동부가 올해부터 2010년까지 투입하는 예산 2천50억원 가운데 부지매입비 550억 원은 이미 잡혀 있다. 노동부 계획에 따르면 올해 5억, 내년에 500억이 잡혀 있다. 이 시장이 시유지 무상 제공을 떠들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노동부가 성남시로부터 유치 제안을 받는 과정에서도 부지가 시유지여서 시유지의 무상 제공을 요구한 것도 아니다. 노동부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 시장은 왜 시유지 무상 제공을 떠들어댔을까? 시쳇말로 그게 유치를 성사시키는 ‘한방’이라 생각한 그의 유치함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실상 실탄이 아닌 ‘공포탄’이다. 성남 유치가 결정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부지가 지닌 객관적인 장점 때문이다. 약발 없는 공포탄에 노동부가 감동한 게 결코 아니다.
 
둘째, 시유지를 매각하는 권한은 지방자치 원리상 시장이 아니라 시의회에 있다. 시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이 시장이 시의회에 시유지 무상 제공 의사를 사전에 밝힌 적도 없지만 아직 승인받은 것도 아니다. 시유지는 누구의 재산인가? 시민의 재산 아닌가? 결국 시유지 제공은 그것이 유상이든 무상이든 시민사회가 결정하는 것이다. 누구 맘대로, 무슨 자격으로, 함부로 무상 제공 운운하는가? 이 시장의 발언은 시장을 할 만큼 했고 지방자치를 알 만큼 아는 그가 시의회를 무시하고 시민사회를 짓밟는 '제왕적 시장'임을 스스로 폭로한다. 그는 아직도 시의회와 시민사회를 무시하는 그 못된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셋째, 이 시장의 발언은 유치 초창기에 시가 보여준 무능력한 태도와 하등 다를 게 없다. 전에 분명하게 지적한 바 있다. 사업유치 예산이 없다고 징징거리는 한심한 관계부서 공무원들, 과연 될까? 반신반의하는 무능한 이대엽 시장을 타박하면서 아무 것도 하는 것이 없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그런 태도에서 뒤늦게 뛰어든 유치경쟁에서 성과를 거두었으면 진중해야 하고 착실히 준비할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2천억원대의 사업이요 국책사업이지만 성남지역사회에서 그 수십 배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획기적인 지역사업으로 재배치하는 데 온 신경을 써야 한다. 당초 예정에도 없었고 생각지도 않은 매각대금으로 들어올 세외수입 550억원을 어떻게 하면 시민들을 위해 유용하게 쓸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이 시장의 발언은 유치 이후에도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에서 자짓하면 ‘굳히기’로 빠져들 우려가 높다. 그저 사기광고나 망발로 끝나야 할 발언이 잘못하다간 쓸데 없는 뚝심을 내세우는 이 시장의 행태로 봐서 책임지겠다고 나설 우려도 없지 않다. 아니면 노동부가 당초 생각을 바꿔 그럼 성남시가 땅값 내라고 할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가뜩이나 일부에서 성남 선정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제기하고 있고, 사업예산이 정부의 일반회계가 아닌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고용보험기금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일부의 비판도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시장의 망발, 무슨 말인가? 이런 소리다. "나, 제왕적 시장이요!" '제왕적 시장'이란 말에선 독재자의 냄새가 난다. 그렇다면 시의회부터 나서서 바로 잡아라! 시민들이 응원하고 격려해줄 것이다. 시민들도 항의를 해야 한다. 이렇게 말이다. "무슨 근거로 공짜로 주냐?" 이게 바로 살아 있는 지방자치가 아니겠는가!
 
(실은 가장 좋은 방법이 있다. 이 시장이 보기도 좋게 먼저 철회하는 것이다. 뭐라고? “시의원 여러분, 시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성남역사 이래 첫 국책사업을 유치하려다보니 제가 잠시 시장의 직분을 잊고 ‘헷가닥’ 했습니다. 잠시 ‘망발’을 했습니다. 애교로 봐주시죠? : 이러면 얼마나 좋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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