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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감 떨어질 때 기다리니?

잡 월드 추진, 끌려다니지 말고 전향적 접근을

벼리 | 기사입력 2006/07/13 [04:51]

누워서 감 떨어질 때 기다리니?

잡 월드 추진, 끌려다니지 말고 전향적 접근을

벼리 | 입력 : 2006/07/13 [04:51]
노동부가 주관하는 국책사업인 잡월드(JOB WORLD, 종합직업체험관)사업을 성남시가 지난 해 5월 유치하고도 지금까지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누워서 감 떨어지기만을 마냥 기다리는 형국이다.

노동부는 청년실업의 인력수급 불균형문제가 산업수요와 교육의 괴리, 그릇된 직업관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어릴 때부터 올바른 진로 및 직업선택을 지원하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잡 월드를 추진 중에 있다.

▲ 시 관계자가 잡 월드 후보지(예정)에 붙은 '확장가능부지'가 노동부에 무상 임대할 땅이라고 밝혔다. 아직 노동부와 성남시가 토지매각 계약도 체결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런 대책도 없이 님도 주고 뽕도 주겠다는 말 같지 않은 소리로 들린다.     ©성남투데이

노동부 사업계획에 따르면 잡 월드는 단순히 보고 관람하는 시설이 아닌 이용자의 직접 체험을 통해 느끼고, 생각하고, 배우는 참가형 시설로 사업비 2천127억원을 들여 부지면적 2만424평 규모에 건축연면적 10만600평의 규모로 조성된다.

성남시는 민선3기 당시인 2005년에 치열한 지자체간 유치 경쟁에 뛰어들어 잡 월드를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4번지로 유치하는 쾌거를 올렸다. 당시 노동부에 잡 월드 유치를 신청한 지자체는 모두 36군데였다.

당시 성남시가 신청한 사업유치 제안서에 따르면 시는 신분당선 설치시 지하철 역사 신설, 인근 백현유원지에 잡 월드와 연계한 놀이시설·호텔·청소년수련원·콘도미니엄 유치, 상하수도시설 및 전기·통신시설 등 도시인프라 시설 지원, 대중교통노선 확충, 영덕-양재간 도로 및 판교-분당간 도로 확충, 공사기간 단축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노동부가 추진하는 잡 월드는 최근까지 사실상 답보상태에 있다. 올해 정부 예산에 부지매입비 이외의 예산이 확보되지 못해 전시·체험 설계 현상공모가 보류되었으며, 지난 해 정기국회 당시 진행 중이던 도시계획 기본조사, 문화재 지표조사도 연기되었다.

부지매입비의 경우 예산심의 시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부지매입비의 급격한 증가 우려로 당초 정부예산안 531억원 전액이 아니라 일부인 250억원만 반영되었다. 또 부지, 직업체험프로그램 등 전반적인 내용을 검토해 국회 보고 후 다시 추진하라는 국회 지적도 나왔다.

당초 사업계획과 다른 이 같은 변경내용은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루어졌다. 여기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토지매입비는 부지선정 당시의 해당토지 가격범위 내에서 집행하라”는 부대의견도 추가했다.

250억원의 부지매입비 반영도 성남출신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이 잡 월드사업이 성남시에서 유치한 국책사업임을 감안,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전액삭감을 주장하는 여당의원들을 설득한 결과로 알려졌다.

잡 월드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진 것은 중앙정가 소식통들에 따르면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가 낙오된 지자체의 여당 국회의원들이 성남시장이 한나라당 시장임을 빌미삼은 분풀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국회에서 예산심의 시 부지매입비 삭감의 빌미가 된 공시지가문제는 올해 시가 5월 31일 공시한 공시지가가 평방미터(㎡)당 65만1천원으로 부시 선정 당시인 지난 해 공시지가 62만9천원에 거의 근접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별 문제가 아니다.

이 같은 사업추진의 답보에도 시는 지역구국회의원이나 국회 협조 요청 등 필요한 대응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이대엽 시장이 잡 월드사업을 민선4기 공약으로 내걸었고 12일 5대 시의회 개원 축사연설에서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심한 것은 시 관계자들의 안이한 대응이다. 요컨대 노동부가 움직이는데 따라 움직이겠다는 것이다. 아직 잡 월드의 성남시 유치만 결정되었을 뿐 노동부와 성남시 사이에 토지매각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잡 월드가 성남시에 유리한 방향으로 추진되기 위한 어떤 노력도 없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오히려 잡 월드부지에 연한 나머지 부지를 “무상임대하기로 제안했다”며 “노동부 요구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상임대는 유치 당시 사실상 ‘립 서비스’였을 뿐이다.

잡 월드사업은 국책사업 자체로서도 가치가 있는 것이지만, 이 사업이 성남의 필요에 의해서 유치한 것인만큼 성남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시가 주도력 내지는 협상력을 갖고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가 지금과 같이 누워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안이한 대응 수준에 머물러 있으면 결국 사업추진과정에서 필지분할, 건축계획, 운영프로그램 등에 걸쳐 노동부가 요구하는 대로 질질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성남시는 지금 잡 월드사업이 답보상태에 빠져 있는 것을 호기로 여기고 정치력 발휘 및 협상력을 갖추기 위한 다각적인 대책을 수립, 실천할 필요가 있다.

이와 관련, 노동부가 한양대 컨소시움을 통해 최근 발표한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연구용역 자료의 분석은 물론 당초 이 사업을 유치하기 위해서 제안서를 통해 노동부에 밝힌 각종 지원계획들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수립, 실천해나가야 한다.

노동부가 예산 미확보로 보류되었던 전시·체험 설계 현상공모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사업 추진에 나서게 되면 때는 막차가 떠난 뒤다. 경우에 따라선 오히려 유치하지 않은 것만 못하다는 원성이 지역사회에서 터져나올 수도 있다.

잡 월드와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나머지 부지에 대한 활용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도시개발 측면에서 성남을 위해 정말 소중히 쓰여져야 할 부지이기 때문이다. 공익을 염두에 두고 시가 머리 싸매고 풀어야 할 큰 숙제다.

그런데도 나머지 부지를 노동부에 무상임대해주기로 립 서비스했다고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돌아도 완전 돌고 미쳐도 왕창 미친 소리다. 절차상 시의회의 공유재산관리계획 승인을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정책결정권을 가진 시의회에 대한 무시이기도 하다.

시는 지금부터라도 안이한 대응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 앞으로 있을 노동부와의 협상에서 질질 끌려다니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다.

성남의 미래는 질질 끌려다니면서 주어먹는 게 아니라 성남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만들어가는 것이다. 잡월드사업 및 관련된 도시개발 프로젝트는 파이를 키워서 나눠먹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그 길을 아직도 누워서 감 떨어질 때나 기다리고 있는 복지부동 공무원들이 가로막고 있다. 문제는 관료주의다.

한편 잡 월드는 지난 해 11월 29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학특성화 추진방안 보고회의를 통해 “상설 직업전시관을 만들어 어린 학생들에게 미래의 직업세계를 구체적으로 체험토록 해 미래 설계에 도움이 되도록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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