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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이발사와 천안함사건

<6·15 햇볕칼럼>국방의 의무 수행하다 지어간 그들의 이름
정치적 타산과 낡은 대결논리로 더럽혀서는 안돼

안신정 | 기사입력 2010/04/26 [02:38]

효자동이발사와 천안함사건

<6·15 햇볕칼럼>국방의 의무 수행하다 지어간 그들의 이름
정치적 타산과 낡은 대결논리로 더럽혀서는 안돼

안신정 | 입력 : 2010/04/26 [02:38]
 
꽃소식 가득해야할 4월, 우리는 참으로 어이없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천안함이 침몰하여 꽃같은 청년들이 차가운 바다 속으로 실종되고 그 진실을 둘러싼 여러 억측과 유언비어들은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다시 비수처럼 생채기를 내었다.

정부의 미심쩍은 대처와 북이 공격을 했을 것이라는 보도는 또한 지방자치선거를 앞두고 매카시선풍을 꿈꾸는 자들의 단골메뉴가 되었다.

▲ 안신정 6.15안양본부 사무국장     ©성남투데이

사고가 일어나고 한참이 지나 함미를 인양하였지만 여전히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어느새 천안함이 어뢰공격으로 침몰했으며 공공의 적으로 ‘북’을 겨냥한 강경발언들이 날마다 정부측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을 보며 문득 몇 년 전 재미있게 봤던 ‘효자동 이발사’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박정희시절을 희화한 영화 ‘효자동 이발사’는 남파간첩이 이질에 걸리자 설사를 하는 모든 사람들은 간첩과 내통했다는 이유로 잡아들여 고문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것이 역사적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와 유사한 얼마나 많은 조작된 간첩사건이 6,70년대를 넘어 80년대까지 횡횡했던가. 민주주의와 자유, 평등, 인권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모두 북과 내통한 간첩이며 상종할 수 없는 악의 무리로 몰아왔던 것이 지난 우리의 과거이다.


아직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턱대고 북을 겨냥한 강경발언들은 과거 정권이 위기에 처하면 늘상 전쟁위협을 들이밀며 공포정치를 펼쳐왔던 독재정권들과 다르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지난해 남북정상회담까지 이야기했던 정부가 또다시 북과 대화의 창을 닫아버리고 그동안 착실히 일궈왔던 경협의 성과까지 버리며 굳이 북을 겨냥해 강경발언을 쏟아내는 이유를 알 수 없다.

설사 천안함 침몰의 원인이 어뢰라 하더라도 그 어뢰가 북이 발사한 것이라는 객관적 근거를 내놓으려면 더 많은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것은 누가 봐도 아는 사실이다. 마치 설사를 하면 다 간첩이 옮긴 이질에 걸렸다는 그 유치하고 어설픈 논리와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가 천안함 사건을 두고 대북강경의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북안보심리를 작동시켜 한나라당의 승리를 얻어 보려는 심산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늘, 이명박 대통령은 천안함 희생자들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꽃다운 청년들의 비극 앞에서 어느 누가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나는 그들의 희생이 ‘분단’이란 현실 속에, ‘북을 겨냥한 전쟁연습’ 중에 일어난 사건임을 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해주기를 바란다.

그들의 이름은 대결과 전쟁의 이름이 아니라 평화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는 이름으로 기억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라를 위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지어간 그들의 이름을 정치적 타산과 낡은 대결의 논리로 더럽혀서는 안된다.

진정 이명박 대통령이 그들의 죽음 앞에 가슴 아픈 눈물을 흘린다면 제2, 제3의 천안함 희생자가 될지도 모르는 남북대결의 뼈아픈 고통을 끝내고 남북화해와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열기 위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 안신정 6.15안양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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