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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잘 먹여야 된다!

<6·15햇볕칼럼>분노와 적대감, 대결의식 먹고 자란 아이들은 병적인 태도 보여

이주현 | 기사입력 2010/11/04 [01:38]

통일, 잘 먹여야 된다!

<6·15햇볕칼럼>분노와 적대감, 대결의식 먹고 자란 아이들은 병적인 태도 보여

이주현 | 입력 : 2010/11/04 [01:38]
▲ 이주현 경기민언련 공동대표(6·15 경기본부 운영위원)     ©성남투데이
며칠 전, 우연한 기회에 좋은 다큐멘타리 한 편을 시청했다. SBS에서 기획한 ‘SBS 스페셜-옥수수의 습격’이란 프로이다. 이 프로는 옥수수 사료를 섭취하는 가축을 먹고 사는 인간의 몸 속 3분의 1이 옥수수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전했다.

이러한 사실은 조상 대대로 고기와 버터라는 동물성 음식을 주식으로 삼아왔던 서구인들에게 각별한 의미로 와 닿았다. 고도 비만과 동맥경화, 고혈압, 고지혈증과 같은 혈관질환 등 현대인들의 고질적인 문명시대 질병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고기와 버터를 주식으로 삼고 있는 몽골 사람들에게는 서구인들에게 나타나는 그런 질병이 없다고 했다. 그 이유는 간단했고 명료했다. 서구인들이 먹는 고기와 몽골 사람들이 먹는 고기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서구인들이 먹는 고기는 옥수수가 주원료인 사료를 먹인 고기이고, 몽골 사람들이 먹는 고기는 초원에서 자라는 풀을 먹인 고기라는 것이다.

버터를 만드는 가축의 젖도 마찬가지이다. 결국 서구인들의 고질적인 질병은 고기와 버터 때문이 아니라 고기와 젖을 생산하는 사료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사료가 아닌 풀을 먹인 고기와 버터를 섭취한 뒤 행해진 실험 결과가 이를 증명해줬다.

무엇으로 키운 것인가? 이게 오늘날 우리의 건강을 좌우하는 화두가 되었다. 농약과 비료, 성장호르몬으로 키운 식품 속에서, 사람들은 하나 둘 자연농법과 유기농법 등, 생태학적 원리를 터득하기 시작했다. 관행농법으로 먹을거리는 풍성해지긴 했지만, 인위적으로 키운 식품들로 인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진 질병들에 대한 성찰의 결과이다. 결국 나빠진 먹을거리 환경을 현대의학의 힘을 빌어 상쇄하는 꼴이라고 할까? 수명 연장은 됐지만, 삶의 질을 고민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얼마 전, 서울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80년대 ‘똘이장군’을 연상케 하는 한국전쟁 60돌을 기념하는 만화를 나누어주고 독후감을 써오라고 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전쟁 60돌을 기념하여 만든 만화 속에 무엇이 담겨야 할까? 적어도 다신 이런 동족 간 비극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한 처절한 반성적 고찰이 선행되어야 할 게 아닌가? 그러나 예상했던 대로 그 만화 내용은 북한에 대한 증오와 대결을 부추기는 반공만화였다. 한국전쟁의 진실보다는 북한이 악당이라는 걸 알리는 게 이 만화의 목적인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전쟁 60주년이 되는 올해 유난히 눈에 많이 띄었다. 6.25 전쟁 관련 행사와 안보교육이 학계와 사회 전반에 걸쳐 확실하게 증명되지 않은 사실들의 경계를 넘나들며 정부와 산하기관, 단체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서울 성동경찰서 주도로 ‘6.25동란 60주년과 천안함 피격’이란 동영상을 관할 지역 내 초등학교에 상영한 것이 그렇고, 학도병의 실화를 각색한 영화 ‘포화 속으로’도 마찬가지 선상이다.

동족끼리 전쟁을 한 게 비극이긴 하지만, 후손들에게까지 물려줘야 할 자랑스런 유산은 결코 아니다. 천안함 사건으로 인한 국민적 분노와 슬픔을 북한에 대한 적대감 외엔 달리 표출할 방안이 없는 MB정부의 척박한 이념적 지형과 병적인 정서를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미래에 이 땅의 주인이 될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분노와 적대감, 민족 간 대결의식을 심어주려는 소아병적 행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사료를 먹인 고기와 초원의 풀을 먹인 고기는 다르다고 하지 않았나? 사료 먹인 고기를 먹으면 병이 걸리듯 분노와 적대감, 대결의식을 먹고 자란 아이들은 병적인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남쪽의 학생들은 통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비율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장자본주의 구조 자체가 주는 척박한 현실도 한몫 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은 동족과의 대결과 적대감, 그 원인이 더 클 터이다. 통일된 조국의 주인 노릇할 이 땅의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에 대한 진정한 통일교육이 절박한 것은 이 때문이다. /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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