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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의 진지한 질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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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민의 진지한 질문에

[벼리의 돋보기] 이 시장, 답할 수 있을까?

벼리 | 기사입력 2004/12/14 [08:22]

한 시민의 진지한 질문에

[벼리의 돋보기] 이 시장, 답할 수 있을까?

벼리 | 입력 : 2004/12/14 [08:22]
법안(法眼)에게 어떤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조원일적수(曺源一滴水)입니까?"
법안이 말했다.
"이것이 조원일적수다."
이 때, 옆에서 법안의 시자 천태(天台) 덕소(德塑)가 활연대오(豁然大悟)했다.
 
조원일적수(曺源一滴水)란 조원의 물 한 방울을 말한다. 조원(曺源)이란 조계(曺溪) 곧 선가의 6대 조사인 혜능(慧能)을 원천으로 한다는 뜻이며 물 한 방울이란 그 근원에서 흘러나와 펼쳐진 진리를 뜻한다. 그래서 위의 문답은 훗날 나라의 스승까지 지낸 바 있는 천태 덕소가 어떤 기연으로 활연대오 곧 쑥 통 밑이 빠지는 깨달음을 체험했는지를 알게 하는 문답이자 진리라는 이름의 근원적인 것에 대한 문답이다.
 
이 문답을 자세히 살펴보면, 물음과 물음에 대한 답이 아니라 물음과 똑같은 물음이 답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똑 같은 물음의 반복에, 아무런 기술이 없는 것으로 봐서, 정작 물음의 당사자인 어떤 스님은 깨달음을 체험하지 못했고, 옆에서 귀동냥을 하던 법안의 시자 천태 덕소가 깨달음을 체험했다.
 
천태 덕소는 무엇을 보았길래 활연대오했을까? 답하지 않으련다. 그런데 이 문답이 시사하는 바는 물음에 대한 답에 초점을 맞춰서는 활연대오라는 사상적 전회를 뛰어넘어 삶과 우주의 비밀을 몸으로 간파하는 비의를 엿볼 수 없다는 점이다. 키 포인트는 오로지 물음에 초점을 맞출 때다. 이 경우에나 물음에 똑같은 물음이 답으로 주어졌어도 천태 덕소가 체험한 깨달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으리라.
 
비슷한 얘기를 하나 더 해보자. 서양철학사에서 탈레스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까닭은 그가 "영원한 근원은 물"이라고 말한 데 있다. 근원이 물이라고 답한 데 있지 않고 서양철학사상 처음으로 근원을 물은 데 있다는 의미에서다.
 
만약 근원이 물이라는 답에 초점을 맞추면 탈레스의 주장이 그의 제자 아낙시만드로스에 의해 논박당하고, 아낙시만드로스 역시 그의 제자 아낙시메네스에 의해 논박당하는 주의의 세움과 무너짐의 철학적 공방만을 보게 된다. 실제 아낙시만드로스는 '무한대의 것'을, 아낙시메네스는 '공기'를 각각 주장하면서 제 스승들 보고 헛소리하지 말라고 공격했다.
 
사람살이로 얘기를 옮겨보자. 사람살이가 과연 이것은 선이고 저것은 악이며, 이것은 불행이고 저것은 행복이라는 이항(二項)대립식의 '똑 떨어지는 답'으로 해결된다고 볼 수 있을까. 그래서 사람들은 사람살이의 의미와 가치를 늘 묻고 찾는 게 아닐까 싶다. 그 의미와 가치란 필시 제한적이거나 무너질 수밖에 없는 답이 아니라 집요한 물음과 물음의 수행과정에서 찾아야 옳을게다.
 
이런 문제의식은 사회를 보는 '시민적 사유'에도 적용 가능하다. 한국사회에서 물음의 의미와 가치를 가장 나 몰라라 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구태의 정치인과 관료들이다. 이들은 목적을 세우고 나면 목적 달성을 위해 단지 책상 앞에 붙여놓은 계획표대로 움직인다. 과정과 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묻기는커녕 덮어두거나 짓밟기 일쑤다. 사회적 수준에서 이들의 행태는 하나의 기계의 부속품으로 등장한다.
 
그렇다. 그들은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다. 기계의 부속품에 불과하다. 더구나 지방자치의 성숙이란 시대적 과제 앞에서 관료주의를 혁신해야 할 시장이 오히려 구태의 정치인임을 과시하기에 바쁘고, 일사분란만 있을 뿐 과정을 살피지 않는 관료주의와 합창의 지휘자로 나서는 성남시정부의 현실이란 기계의 극단적인 작동 모습을 드러낸다. 지방자치 영역에서 시민들이 제기하는 물음을, 그 의미와 가치를 나 몰라라 하는 기계의 부속품들로부터 우리는 기계의 위험함을 느낀다.
 
세상은 변한다. 사람살이, 사회는 변한다. 진리도 변한다.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면 진리가 변한다는 진리 밖에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묻고 찾는 것이다. 성남시의 NHN 유치에 대해 한 시민이 이대엽 시장에게 공개적으로 던지는 물음들은 그래서 의미 있고 가치 있다. 그 물음들이 어떤 것들이냐에는 토를 달지 않으련다. 그 물음들에 배인 문제를 설정하는 의식에 값을 매겼기 때문이다.
 
그 문제의식은 "이 시장은 정말 우리의 시장이 맞냐?"는 근본적인 물음과 관계 있다. 이 시장이 그 메시지의 의미를 볼 수 있을까. 그것을 보지 못하는 한, 답할 수 없으리라. 그러나 이 시장은 답할 의무가 있다. 거꾸로, 거꾸로 달려가기만 하는 성남의 지방자치 현실에서 한 시민이 제기한 그 질문들을 찬찬히 음미해보자. 진지한 질문들을 하나하나 음미할 때마다 연대의 깊은 감정과 함께 지방자치를 향한 꺼지지 않는 불길 또한 확인할 수 있으리라.
 
이대엽 성남시장에게 보내는 질의서
             
그동안 시장님께서는 정자동 178-1 공공청사용 부지를 용도변경하여 특정기업에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려는 계획과 관련, 주민들의 진지하고 합리적인 건의와 청원을 묵살한 채 일방적이고 밀어붙이기식의 시정을 함으로써 더 이상 시장님과 직접대화의 필요성이 없음을 인식하고 공개질문, 법적투쟁, 지역사회 여론화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우리의 정당한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것이며, 몇 가지 현안사항에 대한 질문에 시장님의 명쾌한 답변을 기다립니다.
 
1. 정자동 178-1번지 1,996평의 공공청사용 부지를 인근의 아파트 주민( 5,329세대), 학교 (중학교, 초등학교, 유치원)도 모르게 용도변경하여 특정기업(NHN)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려는 성남시의 계획을 늦게나마 우연히 알고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들의 주장에 대하여 시장님 이하 성남시 관련 공무원들이 한번이라도 자발적으로 현지에 나와서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주민의 소리를 경청한 일이 있는지요?
 
주민대표들과의 면담과 대화를 요령있게 피해가다가 영향력있는 외부인사의 주선으로 마지못해 면담기회를 주고는 책임회피성 답변내지 NHN의 대변인 노릇으로 일관한 사실은 없는지요?
 
2. 정자동 178-1번지 1,996평은 최근까지 공공청사용으로 등재되어 있을뿐 아니라 부동산 정보에 가장 밝은 인근의 부동산 중개업소는 물론 지역주민, 학교 등에서도 전혀 모르고 있었음에도 어떤 경위로 특정기업(NHN)에게 용도변경 후 수의계약을 추진하는 것인지 해명하여 주십시요.
 
(가) 우선 성남시에서 지역 주민 모르게 용도변경 절차를 거친 후 NHN측에 구입토록 요청한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NHN측이 먼저 정자동 지역을 지정하여 사옥을 짓겠다고 용도변경을 성남시에 요청한 것인지 다시 말해서 말썽이 된 정자동 부지를 성남시에서 지정하여 NHN의 사옥부지로 진상하였는지, 그렇지 않으면 NHN에서 시장조사 (사옥 신축부지 물색)한 결과 최적지라고 판단하여 성남시와 접촉, 요구한 것인지 답변해 주십시요.
 
왜냐하면 성남시의 벤처기업부지 기본 계획상 정자역 부근의 벤처빌딩(인텔리지 등) 조성과 판교벤처단지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며 동 부지는 나홀로 떨어진 지점이며 어린이 보호구역 내이므로 성남시 방침의 앞뒤가 맞지 않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나) 이대엽 시장님은 주민의 생활과 직결되는 동 부지의 처분과 관련하여 정상적인 행정절차의 무시는 물론 주민 모르게 NHN 대표이사(김범수)와 은밀히 만난 후 토지사용 승낙서를 해준 사실은 시장 권한을 넘는 월권행위가 아닌가요?
 
(다) 성남시가 내부적으로 용도변경 절차를 거친 후 지목 변경을 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은폐)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3. 이대엽 시장께서는 통상 도시계획에서 강조되는 “도시계획은 線(Line)이다. 도시미관을 해치지 않는 자연스런 線이다“라는 말을 이해하시는지요?
 
정자동 178-1 부지와 연접한 고속도로변상의 건축물의 Sky Line을 보면, 금곡동쪽에서부터 40층 규모의 “코오롱 하늘채”로 연결되고 이어서 20층 규모의 두산위브 건물 등이 길게 연속되다가 5층 규모의 중학교, 초등학교 건물 높이로 대폭 낮아지다가 다시 23층 규모(NHN 예상사옥)로 급격히 상승하게 되는 Sky Line 형성은 도시미관을 해치는 요철 Line이 됨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4. NHN이 성남시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타당성을 상식적인 기준에서 실직적으로 검토해 보셨는지요? 전통적인 제조업등의 대기업과는 달리 신생 벤처기업의 속성상 비교적 적은 자본과 정예화된 소수인력으로 창안적이고 경영의 기동성이 신속함을 필요로 하는 NHN의 입장에서 그 규모와 재무구조에 비해 사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기업경영의 정도라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NHN의 핵심사업인 연구소는 강원도 춘천으로 확정된 것은 무엇을 뜻하는지 판단하고 있으신지요?
 
5. 주민들은 성남시에 필요한 정보공개요구를 하였습니다. 이 자료는 주민들의 권익과 직결되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성남시정의 의혹을 해소하고, 시정의 정당성을 뒤받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음에도 성남시는 NHN의 사업기밀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그 공개를 계속 거부하고 있습니다.
 
기업경영의 핵심요소인 연구실적, 생산 및 판매, 홍보, 인력 및 자금운영계획 등이 아닌 “사옥신축”이라는 부차적, 지원적인 기업측의 권익이 관내 주민생활과 직결되는 권익(주거환경, 어린이 안전문제, 교통, 조망권 등)보다 훨씬 우선하는 가치라고 생각하는지요?
 
이대엽 시장님은 정말 우리의 시장님이 맞습니까?
 
6. 만약 이대엽 시장님께서 지금까지의 일방적이고 경직된 자세를 재고하지 않고 끝까지 주민의 정당한 요구, 진정을 외면할 경우 동 사업계획의 투명성과 결과 책임을 지는 “사업 실명제” 적용에 응하실 용의가 있으신지 묻습니다.
 
왜냐하면 공직자들은 어떠한 사업계획이나 정책결정시 주민의 의견이나 여론을 외면한 채 실적경쟁 (예, 기업유치실적 등)이나, 전문지식의 결여로 졸속처리한 후 사후 그 결과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풍토가 만연되어 왔습니다.
 
주민생활과 직접 연관된 동 부지를 NHN이 매각한 후 NHN이 3년 이후에 사옥건축을 완성한 후 당초 예상하지 못한 복잡한 문제점들이 대두되었을 경우 현 시장님은 임기만료 이후이며 현 부사장, 재정국장, 기업지원과장 등은 지방공무원의 평균재임기간을 감안할 때 모두가 현 직책을 떠난 후가 됩니다.
 
NHN측이 동 부지를 수의계약으로 매입하기 위한 계획서를 성남시에 제출하고 성남시는 그 계획을 그대로 받아들여 사실상 성남시와 NHN측이 합작한 사업이나 다름 없는데, 사옥준공후 고용창출 및 세수증대문제, 인근학생들의 안전문제, 주차 교통문제, 조망권 침해 등 NHN측의 주장과 다른 문제점이 현실화되거나 NHN측의 사정으로 인한 건축중단, 준공후 타용도로 매각 또는 일정범위를 벗어나 임대사업 위주로 변질되었을 경우 주민, 학생들의 피해에 대해 어느 누구도 책임질 사람이 없으며, 그렇게 될 개연성이 다분하다고 사료됩니다.
 
따라서 이대엽 시장께서는 이런 사정을 충분히 감안하여 NHN측과 부지매매계약과 건축허가시 부관(조건)부 매매계약과 건축허가를 하도록 강력히 종용합니다.
 
즉 NHN측이 사옥준공후 최소한 10년내에는 타용도로 전용 또는 처분할 수 없도록 조건부 계약 내지 허가를 해야 하며 이 내용은 NHN대표이사와 이대엽시장, 관련국장, 과장 등이 실명으로 책임질 것을 주민들에게 약속하여야 합니다. 우리 주민들은 동 실명 약속을 공개된 장소에 돌에 새겨서 계속 게시할 생각입니다.
 
7. 과거 (시장님 재직기간 이전) 성남시가 주민의 여론에 역행하면서 정자동 일대에 무리하게 주상복합단지 (파크뷰 등)의 허가시 성남시의 대응(변명)이 어떠하였는지 잘 알고 계시겠지요?
 
당초 우리 주민들은 인근의 공공청사부지가 용도변경된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을 때 공부상 변경이 되지 않았으므로 설마 그럴수가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성남시를 신뢰하면서 주민권익보호를 위한 관련 자료공개 요청, 시장님 및 참모들과의 면담제의 등 질서있고 예의있게 활동하였습니다.
 
그동안 이대엽 시장님과 관련공무원 (부시장, 재정국장, 기업지원과장 등)이 우리 주민들에게 보인 행태는 어떠했습니까?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극히 소극적이고 일방적인 책임회피성 답변을 되풀이하고 특히 특정기업(NHN)측 주장과 괘를 같이하는 답변을 거듭하지는 않았는지요?
 
부시장, 국장, 과장 등은 직업관료출신이라 권위주의 타성에 젖어 대민관계가 그렇다고 치더라도 주민이 뽑은 시장님마저 주민 권익의 직접적인 피해 우려에 대한 정당한 주장에 대하여서 심지어 “지역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등 수준 낮은 대응에 대해 우리주민들은 모두 분개하고 있습니다.
 
이대엽시장님께서는 지역이기주의의 개념을 기준도 없이 자의적으로 해석하며 주민의 기본적 권익주장과 혼동하고 있습니다. 시장님 주장대로 지역이기주의를 확대 해석하면 지역주민의 청원, 진정, 이의신청 등 요구사항의 상당 범위가 이기주의로 매도되어 버릴 것입니다. 이대엽시장과 성남시는 인근 구미동과 죽전지역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면 받아드리겠습니까? 또한 성남대로 지하차도 건설계획 무산은 어떤 기준으로 설명하시겠습니까.
 
끝으로 이대엽시장님께 다시 한번 충언 드립니다.
 
NHN측이 제시한 계획서의 전문적인 검토를 떠나서 NHN이 동 부지를 수의계약으로 구입시 어떤 경제적 이득(특혜)이 되는지 직원들에게 시키지 마시고 시장님께서 직접 (부동산업자 등) 알아보시고 그만한 혜택에 상응하여 지역사회에 기여한다는 실체가 무엇인지 상식적으로 헤아려 보시기 바라며 NHN의 기업 규모나 재무구조, 사업특성 등을 감안할 때 지금 시기에 거액의 자금을 투입한 사옥신축이 경영의 정도라고 보시는지, 그리고 주민들이 호소하고 있는 NHN계획서상의 문제점이 없는지 균형된 감각으로 뒷날 후회함이 없도록 판단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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