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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유통점 입점 반대하는 뜻은?

성남 구시가지 공동화 막아야 한다

벼리 | 기사입력 2006/09/22 [06:53]

대형유통점 입점 반대하는 뜻은?

성남 구시가지 공동화 막아야 한다

벼리 | 입력 : 2006/09/22 [06:53]
성남 구시가지의 특성을 제대로 보자

성남 구시가지와 분당 신시가지는 전혀 다르다. 계획된 신도시 분당은 대한민국 최고의 ‘아파트 도시’다. 그 아파트 도시에서 옆집이란 없다. 몇동 몇호가 있을 뿐이다. 옆집이 없으므로 동네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동네가 없으므로 동네 안에는 작은 가게가 없고 동네 밖에는 시장도 없다.

▲ 중앙시장 영세상인들이 화재 발생이후 사장 앞 인도에서  노점을 통해 생계대책을 해결하고 있다.     ©조덕원

그러나 성남 구시가지는 아직은 아파트도시가 아니다. 여기저기 아파트가 들어서긴 했지만 아직은 옆집이 있고 동네가 있다. 동네 안에는 작은 가게가 있고 동네 밖에는 시장이 있다. 심지어 전국에 알려진 민속5일장, 구시가지 사람들이 사랑하는 모란 민속5일장도 있다.

동네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옆집과 작은 가게의 존재가 필수다. 옆집은 동네의 사회성을 보장하는 조건이며, 작은 가게는 동네의 경제성을 보장하는 조건이다. 옆집과 작은 가게가 없다면 동네는 존재할 수 없다. 성남 구시가지엔 동네가 있고 동네를 동네답게 만드는 옆집과 작은 가게가 있다.

도시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옆동네와 시장의 존재가 필수다. 옆동네는 도시의 사회성을 보장하는 조건이며, 시장은 도시의 경제성을 보장하는 조건이다. 옆동네와 시장이 없다면 도시의 경제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도시는 존재할 수가 없다. 성남 구시가지는 도시로서 존재할 수 없다.

성남 구시가지엔 옆동네가 있고 곳곳에 시장이 있다. 재래시장이 있고 모란 민속5일장이 있다. 동네 밖에 있는 재래시장에는 몇 개 동네 사람들이 이용한다. 모란 민속5일장은 성남 구시가지 사람들 모두가 다닌다.

성남 구시가지 사람들이 시장에 다니는 것은 단지 필요한 물건만을 사기 위해 가는 것은 아니다. 볼거리가 넘친다. 풍물도 보고 시장사람들도 보고 옆동네 사람들도 보고 성남사람들도 보러가는 것이다. 옆동네, 시장은 성남 구시가지를 성남적인 도시답게 만들고 있다.

이만하면 성남 구시가지가 어떤 도시인지 알 수 있겠다. 어떤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가진 도시인지 알 수 있겠다. 성남 구시가지는 어떤 도시인가? 옆집, 작은 가게, 옆동네, 시장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도시다. 바로 이것이 성남 구시가지다.

물론 이런 성남 구시가지의 특성은 도식화한 측면이 없지 않다. 동네 안에 연립주택이 늘어남에 따라 옆집이 사라지고, 동네를 대체한 아파트촌도 여기저기 들어섰다. 성남 구시가지가 형성된 이래 오랫동안 활력이 넘쳤던 동네 밖 시장들이 활력을 잃은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남 구시가지는 아직은 옆집, 작은 가게, 옆동네, 시장으로 이루어진 도시다. 이런 성남 구시가지의 특성을 밝히는 것은 성남사람들의 삶의 사회적·경제적 조건을 제대로 보라는 뜻에서다. 요컨대 성남사람들의 사회적·경제적 존재방식을 제대로 보라는 것이다. 그러지 않고는 성남 구시가지에 초래된 위기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형유통점 입점을 반대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동네 안에 있는 작은 가게가 망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만약 동네 밖 성남 구시가지 곳곳에 있는 시장이 망해버리면 어떻게 될까? 소상인이 망하면 이들에게 물건을 대는 고만고만한 도매상, 유통점이 망하게 된다. 한 마디로 성남 구시가지의 중소상인이 몽땅 망하게 된다.

▲ 대형 유통점 입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한 지역 소상인들이 입점 저지 결의를 다지며 박수를 치고 있다.     ©조덕원

이는 1차 붕괴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1차 붕괴는 소비적 성격이 강한 성남 구시가지의 특성상 지역경제 순환구조의 붕괴라는 2차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미용실, 호프집, 식당, 노래방 등이 연이어 망하게 되는 것이다. 상권 자체의 붕괴, 2차 붕괴다. 또 이어진다. 상가 임대료의 폭락, 동네 집값의 폭락이라는 3차 붕괴로 이어지는 것이다. 한 마디로 성남 구시가지의 지역경제가 몽땅 붕괴되는 것이다.

무슨 뜻일까? 성남사람들의 경제적 조건의 상실 곧 성남사람들의 경제적 삶이 파괴된다는 뜻이다. 경제적 삶의 파괴는 옆집, 동네, 옆동네, 성남 구시가지의 붕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바로 성남의 뿌리인 구시가지, 도시의 붕괴 그 자체다. 경제적 삶의 붕괴로 인한 성남 구시가지의 붕괴는 곧 성남을 지키고 살아온 성남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바로 요즘 지역언론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공동화다. 공동화의 실체다. 성남 구시가지에서 살아온 성남사람들의 삶의 파괴, 바로 이것이 성남 구시가지 공동화의 정확한 의미다. 멀쩡하게 살고 있던 우리 성남사람들의 터전인 성남 구시가지가 공동묘지로 전락되고 만다는 것, 바로 이것이다, 삶의 폐허, 도시의 붕괴를 방조하고 조장한 자들은 용서할 수없는 죄악을 범하고 마는 것이다!

성남 구시가지의 공동화 곧 구시가지 성남사람들의 삶을 파괴하는 주범이 바로 대형유통점이다. 대형유통점이 성남 구시가지에 들어오면 우선 중소상인들이 망한다. 지난 14일 ‘지역상권 말살하는 대형유통점 입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대엽 시장 앞으로 보낸 공문에는 이렇게 나온다.

“대형유통점 1개의 입점은 재래시장 9개와 동일한 수준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시장상인 1,100명의 영업에 지장을 초래한다. 3㎞ 일대 상권이 초토화된다.”

주지하는 대로 옛 인하병원 부지, 1공단 부지, 중동1구역(성호시장-우체국), 종합시장에 대형유통점 입점이 예정되어 있다. 입점 예정지는 다 성남 구시가지의 대로변, 상권의 요충지다. 이런 곳들에 대형유통점이 들어서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어떻게 그 처참한 싹쓸이의 광경을 상상할 수 있단 말인가! 오죽하면 중소상인들은 대형유통점을 ‘쓰나미’, ‘괴물’이라 지칭하며 공포에 떨고 있을까!

바로 이 점에서 성남 구시가지 중소상인들이 한 목소리로 대형유통점의 입점을 반대하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 이들이 절박한 심정에서 서민경제 말살하는 대형유통점 입점 저지 비상대책위로 속속 합류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성남 구시가지의 지역경제 수호 차원에서 성남시의 대형유통점 입점 방조를 단죄하고 대규모 저항, 지속적인 투쟁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

열린우리당 나서고 이대엽 시장은 강 건너 불구경

지역의 정치권 일부도 공개적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지역주민들에게 알리면서 대형유통점 입점 저지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형유통점 입점 저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실현가능한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나서고 있다.

▲ 열린우리당 김태년 국회의원이 지역상권 말살 대형유통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집행부를 초청해 간담회를 개최했다.     ©조덕원

열린우리당 김태년 의원. 지난 13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대형유통점 입점에 대해 “성남시가 건축허가 불허 입장을 표명할 것을 촉구한다”며 동시에 “중소상인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중소유통공동물류센터 설립에 시당국이 협력하면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열린우리당 김유석 당대표. 지난 15일 시의회 본회의에서 한 당대표 연설을 통해 “성남 구시가지는 분당 상권과 달리 재래시장과 대로변 중소상권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고 일자리와 경제의 흐름도 서민 중심에 있다”며 “성남시가 강력하게 대형유통점 입점 저지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열린우리당 윤창근 의원. 지난 18일 시의회 본회의 시정질문에서 “대형유통점 입점은 수소폭탄처럼 주변상권을 빨대처럼 다 빨아들이고 성남에서 벌어들인 돈을 몽땅 싸서 서울로 보낸다”며 구시가지 자본의 역외유출을 우려하고 “대형할인점 입점 시기는 향후 구시가지의 전면적인 도시재정비사업 이후에나 고려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기에 한나라당 장대훈 당대표가 힘을 보탰다. 그는 대형유통점 입점 저지를 위해 “법적 장애요소 제거는 광역단체, 중앙정부에 지속적으로 요구해 관철시키고 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실천해야 한다”고 말해 열린우리당과 인식을 함께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아직 당적인 실천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다.

이처럼 열린우리당은 국회의원,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시민의 삶을 우선 고려하는 정책활동, 정치활동을 펼치고 있다. 성남의 다른 정치권이 여전히 침묵과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는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럼 누구보다 앞장서서 시민의 삶을 보살펴야 하는 이대엽 시장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구시가지 중소상인들이 다들 죽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데 그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꽝’이다! 우려되는 사태를 예견하고 에방하는 능력도 없고 심지어 열린우리당이 대안을 제시해도 여전히 꿀 먹은 벙어리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 탁상행정 뿐.

그저 넋을 놓고 있으니 무능력 그 자체다. 이 시장이 불안에 떠는 성남 구시가지 시민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구시가지 시민이 구시가지에서 버텨온 삶을 우려하고 더 나아가서는 시장에게 분노하는 형국이다. 대체 뭐 하는 시장이냐? 이대엽, 시장 맞냐?

귀만 컸지 귓구멍은 막혔냐? 눈만 컸지 사태의 심각성은 보지 못하냐? 오죽하면 세간에 이름에 ‘대’자가 들어가는 것과는 달리 ‘엽기’라는 비아냥이 횡횡할까? 어쩔꼬! 민초들이 말하는 이 시장의 엽기라는 별칭에서 성남의 엄중한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으니!

초상집 곡소리를 시끄럽다고 말하지 말라

성남 구시가지 분위기가 많이 흐려졌다. 구시가지 중소상인들이 대형유통점 입점으로 장사 치르게 생겼다고 곡소리를 내고 있는데 일부 저밖에 모르는 자들은 어서 빨리 대형유통점이 들어와야 한다고 헛소리를 함부로 질러댄다. 초상집 곡소리가 시끄럽다고 초상집 분위기를 무시하는 격이다. 어찌 세상에 이럴 수가 있는가!

▲ 윤창근 의원이 "구시가지 공동화 현상을 막기 위한  주요현안은 시장이 직접 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이 시장이 "국회의원 3선한 것이 죄가 되냐"고 동문서답하고 있다.     © 조덕원

성남 구시가지에서 벌어서 고스란히 구시가지에서 쓰며 따라서 성남을 지키며 살아온 중소상인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내 이웃인 중소상인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하루빨리 대형유통점이 들어오라고 함부로 지껄일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자본주의 자유경쟁 논리를 앞세운 약육강식의 논리, 결국은 자기도 죽어나가는 길이 아닌가!

성남이 전에는 이러진 않았다. 옆집에 일이 나면 함께 아파하고 함께 일을 풀었다. 옆동네라고 결코 가만있지 않았다. 이런 일에는 지방자치 하기 전에도 시도 나서서 함께 했다. 그래서 대한민국에서 없는 사람들, 서민들이 가장 살기 좋은 도시가 성남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성남사람들은 이런 소리를 듣고 살아왔다. 대한민국 대표 서민도시 성남! 돌이켜보면 힘들고 슬펐던 시간보다 즐겁고 아름다운 시간들이 많았다.

정히 대형유통점을 이용하고 싶으면 분당에 가면 된다. 분당에 있는 대형유통점을 이용하면 된다. 그마저 하지 말라는 소리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웃을 생각하자. 위기에 처한 성남 구시가지를 생각하자. 좀 더 마음을 내면 일부로라도 동네 안의 작은 가게, 동네 밖의 시장을 이용하면 정말 좋다. 이웃이 살고 서민이 살아야 성남도 살고 나라도 산다. 혼자만 잘 살면 무슨 재미인가. 그것은 죄악이다.

설령 지금 당장 불편한 게 있더라도 인내하고 기다릴 줄도 아는 미덕이 필요하다. 세상이 변한다고 어찌 그 변화에만 편승하려 드는가. 더구나 그 변화란 획일화된 아파트에 살면서 획일화된 대형유통점을 이용하는 획일화된 생활방식이 아닌가. 이는 획일화된 인간을 만들어낸다는 심각한 문제, 인간 자체의 위기의 문제가 아닌가!

사는 곳이 아파트로 도배되어서는 안 된다. 지역상권이 중소상인들의 피를 빨아먹는 대형유통점으로 도배되어서는 안된다. 아파트도 더러 있지만 올망졸망한 집들이 있고, 대형유통점도 있지만 동네 안에는 작은 가게가, 동네 밖에는 시장이 있어야 한다. 삶은 다양할수록 좋다. 이야말로 성남 구시가지의 합리적인 미래의 모습이다. 그러나 구시가지는 이런 미래를 현재로선 꿈조차 꿀 수 없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성남 구시가지는 20평 분양지에 세워진 열악한 주거환경에 놓여 있다. 시쳇말로 게딱지 같은 집들이 즐비하다. 따라서 전형적인 동네 안 가게, 동네 밖 시장이라는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된 중소상인 중심의 상권이 특징이다. 상권 구조와 구역을 계획적으로 만들어 대형유통점을 입점시킨 계획된 신도시 분당과는 완전히 다르다. 분명히 알자.

둘째, 지역주민들의 경제적 삶을 보살피지 않는 이대엽 시장의 무능이다. 지금 구시가지의 중소상권은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져 있다. 변화에 대응할 능력조차 없다. 위기다. 대체 이대엽 시장은 뭐 하고 있냐? 작은 가게들을 찾지 않는다. 시장을 찾지 않는다. 어째 장사가 안 돼서 죽겠다고 하소연들을 하고 시장에 불이 나서 상인들이 거리로 나 앉아도 콧방귀도 뀌지 않냐!

지금 당장 동네 안 가게, 동네 밖 시장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 시급하다. 이점에서 우선 당장 중소유통공동물류센터를 설립할 이유가 있다. 중소상인도 살고 시민도 사는 길이다. 상인도 내고 시도 내고 나라도 내서 유통비용을 줄이고 유통비용이 줄어든 만큼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혜택이 돌아오는 방법이다. 지금 당장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이다. 다른 지자체들은 이미 벌써 앞다퉈 추진하는 일이다. 더불어 시설 개선, 서비스 개선 등 재래시장을 활성화하는 일도 시급하다. 나서라. 이 시장이 나서라.

이른바 G7 국가로 대변되는 선진국들은 대개의 도시들이 대형유통점과 작은 가게와 시장이 어우러진 다양성을 갖추고 있다. 이로부터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그들은 결코 우리처럼 무식하게 획일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둘째 그만큼 작은 가게와 시장이 경쟁력이 있다. 배우자. 배울 것은 배워 잘 써먹자.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성남 구시가지는 공동화 위기에 처해 있다. 그것은 성남 구시가지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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