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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생협’ 많이 들어봤는데…뭐지?

[독자기고] 돈에 의해 건강이 좌우되는 사회, “의료생협이 대안이다”

남언호 | 기사입력 2009/01/29 [06:55]

‘의료생협’ 많이 들어봤는데…뭐지?

[독자기고] 돈에 의해 건강이 좌우되는 사회, “의료생협이 대안이다”

남언호 | 입력 : 2009/01/29 [06:55]
건강하고 싶은 욕구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진 본성적인 요구이다. 건강하고 싶은 욕구가 의료생협을 탄생시켰고, 의료생협은 이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오고 있다.

한국에서의 의료생협은 연세대 의과대학 학생들의 주말진료라는 봉사로 출발해 '농민의원'이라는 결실을 맺으면서 시작되었다. 누구도 의료생협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이것이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대한 답이라는 확신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 성남의료생협의 방문진료 활동 모습....     © 성남투데이

의료생활협동조합이란 무엇인가?

정의하자면 의료생협이란 지역 주민들이 의사를 비롯한 의료전문가들과 협동하여 의료기관을 설립, 운영하고, 내 가족과 이웃의 건강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근거한 자발적인 주민자치조직이다. 더불어 사회적 약자들이 삶의 터전을 지키고 자신들의 삶을 보다 건강하게 만들어 가고 있으며 의료의 공공성이 실현되는 장으로서 사회적 지위를 획득해가고 있다.

의료생협의 특징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건강한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는 주민공동체이다.
둘째, 보건예방활동을 소중히 여기고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한다.
셋째, 지역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운영하는 민주적 의료기관을 소유한다.
넷째, 조합원이 주인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반’모임을 운영한다.

의료생협은 위와 같은 특징을 가지면서 자조, 자립, 자치의 생활공동체 조직으로서 생활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함께 해결해 가고 있으며, 의료보장제도가 가지고 있는 약점을 보완하고 의료사각지대를 메우는 새로운 대안으로 모색되고 있다.

의료생협은 어떻게 추진되고 있고 왜 필요한가?

사회가 발전할수록 국민들은 건강과 생활의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복지수준은 지출규모만 보더라도 OECD국가들의 1/3에 그치고 있고,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대안이 지극히 부족한 현실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지역내 생활환경의 변화와 보건예방체계 구축의 문제를 지방자치단체의 힘만으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우리의 건강 문제는 우리 스스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고, 건강한 마을을 만들려고 하는 공동체를 형성해야 한다고 본다. 이에 공동체적 생활방식의 생활협동조합과 의료라는 전문적 제도를 결합한 '의료생활협동조합'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 의료의 상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소득수준에 따른 의료서비스의 차별이 심화되고 있고, 건강하고자 하는 욕구 또한 개인의 능력에 좌우되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의료는 인간 생존의 가장 기본적인 생필품으로 공공재의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한국사회의 경우 민간의료기관이 전체의 90%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의료의 공공성이 매우 약하다. 한국의 의료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시행되기 보다는 시장구조 안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의료생협은 의료의 상품화로부터, 누구나 건강할 권리가 있다는 인간의 기본적 권리를 지켜나가는 대안으로 자리매김해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장애인, 노인, 여성, 어린이, 이주노동자등의 건강권을 위협하는 각종 제도적 차별과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고 변화시키기 위한 운동을 통해 모두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공동체로서 우리들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 성남의료생협 조합원들이 전동휠체어를 전달하기 위해 운반하고 있다.  사진 왼쪽이 남언호 성남의료생협 사무국장.   © 성남투데이

의료생협은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시민은 더 이상 상품화된 의료의 이윤축적 수단이 아니며, 건강권을 지닌 주체임을 선언하는 것이 의료생협운동이다. 따라서 의료생협의 조합원이 되는 것은 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닌 자기 건강의 주인이 되는 소중한 실천으로 된다. 나아가서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는 것이다. 무엇에나 주인이 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선 자발성이 극대화된다. 돈에 의해 좌우되던 건강에 대한 선택권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반드시 해결가능한 요소로 아프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변화되며, 이는 보건예방의료를 정착시켜내는 시민들의 힘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러한 힘은 이웃과 협동하여 사전에 건강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내게 되고 건강을 위협하는 각종 요소들에 맞설 수 있게 한다. 인간의 자발성이 어디까지인가를 고민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 아닌가.

다음으로 민주주의를 실천하게 된다. 혼자의 힘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건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웃과 협동하길 원하게 되고 나아가 지역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민주적 문제해결능력을 반드시 필요로하게 된다. 더불어 의료생협에는 '반'모임이란 것이 있다. 의료생협의 가장 기초가 되는 조직이면서 '반'을 통해 민주적 의사결정과정을 학습하게 되고 실천하게 된다. 민주주의가 실천될 수밖에 없는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미래야말로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끝으로 사회변화의 중심에 서게 된다. 내 스스로 이웃과 협동하고 민주적 활동을 통해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하던 사람들이 지역에서부터 건강해지기 위한 활동을 하였지만 여전히 벽이 존재함을 깨닫게 되면서 사회 전반의 모순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게 된다. 문제해결의 근본원인을 찾게 되고 건강의 걸림돌이 각종 제도와 시스템에 있다는 사실을 통해 이의 극복을 위해 발벗고 나서게 된 것이다.

의료생협은 건강해지고픈 가장 기본적인 욕구에서부터 출발하여 인간의 자발성을 극대화시켰고, 민주적인 방법을 통해 사회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자부한다. 이것이 의료생협을 대안으로 만들 수 있는 힘이고, 의료생협을 통해 건강한 사회 만들기는 가능하리라는 확신을 해 본다. /성남의료생활협동조합 사무국장
 
#. 기사에 덧붙이는 말;

참고로 성남시에 거주하거나 성남에 직장을 두고 일하는 시민 가운데 출자금 3만원 이상을 내면 누구나 평생조합원이 될 수 있다. 출자금은 탈퇴할 때 돌려받는다. 문의 (031)755-9752 cafe.daum.net/snhealth

 
  • “소통과 신뢰로 성장하는 생협될 터”
  • “건강한 성남을 만들자”
  • “주민들 건강 챙기는 귤정이 되었으면…”
  • 돈 보다 시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 건강한 지역만들기를 구체화시켜 나갈 것
  • “의료민영화 추진 저지해야”
  • 건강한 성남만들기에 함께 참여하자!
  • ‘의료생협’ 많이 들어봤는데…뭐지?
  • “건강 지역사회위해 시민들 뭉쳤다”
  • “몸과 함께 사회적 아픔도 치유해야”
  • “지역주민과 의료인이 뭉쳤다”
  • 의료생협, 건강한 지역사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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