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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는 술과 어울린다

선거사무소 개소식, 앞으론 쇠고기로 깔아!

벼리 | 기사입력 2007/04/29 [21:01]

돼지고기는 술과 어울린다

선거사무소 개소식, 앞으론 쇠고기로 깔아!

벼리 | 입력 : 2007/04/29 [21:01]
상식에 어긋나는 2심 재판부의 판단

‘삶은 돼지고기가 다과?’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서명수 부장판사)가 이대엽 시장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때 제공된 삶은 돼지고기를 식사류가 아닌 다과류로 판단했다. 삶은 돼지고기가 다과?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이는 의심의 여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점에서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상식과 어긋나는 것처럼 보인다.

상식적 판단과 법적인 판단은 물론 직접적으로는 아무 관계가 없다. 차이가 아닌 연관의 측면에서 양자의 관계를 보더라도 상식적인 판단과 법적인 판단은 일치할 수도 있고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관들도 ‘법대로 하자’는 말보다는 ‘상식대로 하자’는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연관이 아닌 차이의 측면에서 상식적인 판단이 법적인 판단보다 앞서는 것이 양자의 관계이기 때문이다. 상식의 붕괴는 대화에서 서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상황과도 같다. 상식은 법의 토양이다. 그 역은 결코 아니다.

그렇더라도 삶은 돼지고기를 다과류로 판단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을 오로지 상식에만 기대어 비판하는 것도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다. ‘입장 바꿔’ 생각해볼 아량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법관의 세계에선 ‘열 사람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한 사람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법언(法諺)이 말하자면 강령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 법언은 아무리 사회질서의 유지가 중요하다 해도 소수의 인권이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법철학을 담고 있다. 요즘 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 무죄추정의 원칙, 증거의 엄격성 요구 등이 실천되고 있는 것은 이런 법철학적 태도의 반영이다. 이 점에서 법관들이 일반 사람들의 예상과는 달리 엄한 처벌을 기대했던 피고인이 관대한 판결을 받는 경우가 생겨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하는 것도 이해가 된다.

그러나 2심 재판부가 삶은 돼지고기가 다과류에 속한다고 판단한 것은 이런 법철학적 태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재판부가 삶은 돼지고기가 식사류에 속하지 않고 다과류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위해 끌어들인 ‘떡’과 ‘김밥’에 대해 지적한 내용 등 몇 가지 판단은 법관으로서는 ‘편향적’이라는 판단에서다. 한 마디로 공정하지 못하다는 뜻이다.

공소사실과 1심 재판부의 판단

어떤 법적인 판단이 내려질 경우, 그것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심증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합리적인 의심이 모든 의문, 모든 불신을 뜻하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다. 그것은 다만 논리적으로나 경험적으로 공소사실과 다른 사실일 수 있는 의심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삶은 돼지고기 문제와 관련해, 검찰이 제기한 공소사실은 “피고인 이대엽과 이춘식이 2006년 5월 9일 3시 경 신한타워 7층 이대엽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이춘식이 이대엽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준비 지시에 따라 다과회 음식으로 식사류인 ‘돼지고지 편육’(삶은 돼지고기) 75만원을 준비하고, 이대엽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가한 한나라당 당원 및 성남지역 주민 등 1,500명에게 제공, 기부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이미 지역언론의 보도대로 이 같은 공소사실을 1심 재판부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로 받아들였다. 또 무려 100㎏에 달하는 돼지고기 편육을 제공한 행위는 기부행위에 해당된다는 판단 아래 유죄임을 인정했다. 다만, 검사의 공소사실에서 돼지고기 편육을 돼지고기 수육으로 고쳐 불렀는데 이는 제공된 돼지고기가 고사를 지내고 먹을까 말까 하는 돼지머리 고기가 아니라 흔히 보쌈용이나 새우젓에 찍어먹기 위해 푹 삶아 썰어낸 돼지고기였기 때문이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이대엽과 이춘식, 변호인의 ‘고의가 아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대엽의 ‘묵인’과 이춘식의 ‘고의’를 인정했다. 기부행위가 아니라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돼지고기 수육은 통상적인 다과의 범위를 벗어난 음식물일 뿐 아니라 무려 100㎏에 달해 일시적인 예를 갖추는데 필요한 양을 벗어났다”고 밝혔다.

1심 재판부는 “고사를 지낸 돼지머리 고기(돼지고기 편육) 정도는 썰어 나눠 먹을 수 있다”는 수정구선관위 직원의 교육내용과 관련, “선관위 교육내용은 고사에 무게를 둔 것”이라고 밝혀 막대한 양의 돼지고기 수육 제공행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음을 분명해 했다.

다과의 사전적 의미, 경험적 의미

1심 재판부의 판단을 2심 재판부는 완전히 뒤집었다. 삶은 돼지고기가 식사류에 속하지 않고 다과류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핵심근거로 범죄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특히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직접 준비한 피고 이춘식의 무죄는 피고 이대엽의 형량을 크게 낮추는데 결정적인 장애물을 제거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어떻게 이런 상식에 어긋나 보이는 판단이 가능했을까? 우선 논리적으로 다과란 ‘차와 과자’다. 2심 재판부가 판결에서 ‘사전적 의미’라고 밝힌 것이 바로 이것이다. 논리적인 의미 곧 사전적 의미에서 차와 과자가 아닌 것은 다과류에 속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다과류의 사전적인 의미를 밝힌 뒤, 사전적인 의미와의 연관성에서 ‘떡이 다과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틀린 판단이다. 논리적인 의미 곧 사전적인 의미와는 맞지 않기 때문이다.

논리적인 의미보다 경험적인 의미는 더 풍부하기 마련이다. 이론과 현실의 차이와 같은 것이다. 경험적으로 다과란 차와 과자 외에 떡, 김밥, 음료 등이다. 식사의 자리가 아닌 다과의 자리에서 차와 과자 말고도 떡, 김밥, 음료 등이 나오는 것을 우리는 경험상 알고 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가 판결에서 “공직선거법이 다과류에 속하는 음식물 종류의 범위를 ‘다과, 떡, 김밥, 음료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사전적 의미보다 다소 넓게 잡고 있다”고 밝힌 것이 바로 이것이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김밥은 다과류보다는 식사류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법 해석은 엄격해야 하며 모호해선 안된다는 점에서 이 같은 판단은 깨놓고 말하면 “김밥은 다과류에 속하지 않고 식사류에 속한다”는 판단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오판이다. 김밥이 제공되는 경우가 다과의 자리이지 식사의 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우리는 다과의 자리에서 통상적으로 차와 과자 말고도 떡, 김밥, 음료 등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과의 자리에서 제공되는 김밥의 경우, 썰어 놓은 것 몇 점 가볍게 먹는다는 기분으로 먹는 것이지 끼니를 떼우기 위해 식사의 개념으로 먹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은 우리의 경험을 크게 위배하고 있다.

2심 재판부의 판단을 오판으로 보는 것은 경험적으로 판단해야 할 것을 논리적으로 곧 사전적인 의미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떡이 다과류에 포함되는 것으로 곧 논리적으로 판단해야 할 경우에 경험적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 것과 마찬가지로 김밥을 다과류에 속하는 것으로 곧 경험적으로 판단해야 할 경우에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오류를 범한 셈이다.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다과류에 속하는 음식물 종류의 범위 곧 ‘다과, 떡, 김밥, 음료 등’은 논리적으로 봐선 안 된다. 경험적으로 봐야 한다. 공직선거법의 이 관련 규정은 현실을 규제하려는 것이 아닌가. 이 점에서 공직선거법에서 다과류에 속하는 음식물 종류를 사전적 의미의 차와 과자보다 다소 넓게 잡은 것은 논리적으로 보지 말고 경험적으로 보라는 요구를 담고 있는 셈이다.

동시에 경험은 경험일 뿐이라는 점도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경험은 무릇 한계가 있는 법이다. 우리가 모든 것을 다 경험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마찬가지로 공직선거법에서 다과류에 속하는 음식물 종류의 범위를 차와 과자보다 다소 넓게 잡은 것은 경험의 세계를 인정하는 한편 그 경험의 세계가 한정적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는 것이다. 곧 논리적 의미와 경험적 의미의 상관관계를 놓치지 말라는 것이다.

따라서 공직선거법에서 다과류에 속하는 음식물 종류의 범위를 차와 과자보다 다소 넓게 잡았다고 해서 가령 예시된 떡, 김밥, 음료를 넘어 음료 다음에 붙은 ‘등’을 예시해 법에 예시되지도 않은 삶은 돼지고기를 다과류에 속한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 이는 ‘다소 넓게’가 아닌 ‘매우 넓게’ 잡은 것이다. 경험적 의미를 한정하지 않는 방향인 셈이다. 경험의 세계인 현실을 규제하려는 공직선거법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이 점에서 2심 재판부가 생선초밥, 홍어회, 생선전, 소시지, 닭튀김 등을 늘어놓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지적이다. 논리와 경험의 상관관계 속에서 엄격하게 사법적으로 판단해야 할 재판부가 아니라 마치 문화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그렇다고 재판부가 세시풍속을 판단하는 문화해설자가 될 수는 없지 않은가!

선거사무소 개소식과 일반 개업식이 같나?

같은 맥락에서 2심 재판부가 돼지고기가 제공된 경우가 선거사무소 개소식이라는 점을 엄격히 하지 않고 ‘일반 개업식’을 끌어들인 것도 대단히 자의적이다. 이는 논리적 의미 곧 사전적 의미와 경험적 의미의 상관관계를 놓친 것이다. 나쁘게 말하면 재판부로서 발휘해야 할 냉정한 통찰력을 잃어버리고 뭔가 뿌옇게 보호막을 친 느낌이 강하다.

재판부의 주장대로 하긴 선거사무소 개소식이 아닌 일반 개업식의 경우 생선초밥, 홍어회, 생선전, 소시지, 닭튀김이 제공되기는 한다. 그러나 생선초밥, 홍어회, 소지지, 닭튀김만 나오나. 가령 홍어회에 막걸리도 따라 나온다. 내가 경험한 어떤 개업식에선 육포, 땅콩에 와인이 따라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2심 재판부가 일반 개업식을 끌어들여 “삶은 돼지고기를 ‘떡’과 같이 먹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지적한 것도 뭘 잘못 판단한다는 생각이다. 일반 개업식에서 삶은 돼지고기는 김치에 싸서 먹거나 새우젓을 찍어먹는 게 보통이다. 또 함께 어울리기로는 떡이 아니라 주류인 막걸리나 소주가 제격이다. 그렇다고 일반 개업식이 아닌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술잔치를 벌일 수 있겠는가!

2심 재판부가 삶은 돼지고기를 다과류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위해 끌어들인 ▲‘떡’에 대한 논리적 판단, ‘김밥’에 대한 경험적 판단은 오판이다. ▲일반 개업식이 아닌 선거사무소 개소식이라는 점을 엄격히 하지 않은 점이나 ▲주류와 잘 어울리는 삶은 돼지고기를 떡과 어울려 먹는 음식으로 지적한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삶은 돼지고기, 다과 아니다

삶은 돼지고기를 다과류에 속하는 것으로 판단하기 위해 끌어들인 이 같은 조건적 판단들은 요컨대 공정한 태도의 상실, 편향된 판단일 가능성이 높다. 삶은 돼지고기는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한 다과인 차와 과자, 김밥, 떡, 음료와 같은 표준적인 사례들에서 벗어난다. 그것은 다과류에 결코 속하지 않는다. 설령 식사류가 아니라고 해도 그것은 막걸리나 소주와 어울린다는 점에서 다과류에 한해서만 허용하는 공직선거법의 취지를 완전히 벗어난다.

삶은 돼지고기가 다과류에 속한다? 이 같은 2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대다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하긴 검찰도 쇠고기도 된다는 어처구니 없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2심 재판부의 판결에 대해 몇몇 정치인들에게 물었다. 열에 아홉은 ‘물론 아니지!’라 하고 열에 하나가 ‘걸려봐야 알지!’라는 우스개 소리를 했다. 반면 성남지역 민초들 사이에선 이런 소문이 한창이다.

“앞으로 시장선거를 비롯해 각종 공직선거를 치를 때 선거사무소 개소식은 예를 갖추는 수준이 아니라 잔칫집 분위기로! 수백 명이든, 이 시장처럼 1,500명이든, 아니면 수천 명이든 불러서 돼지 잡아 삶아 썬 돼지고기 차려놓고 말이야(소주나 먹걸리는 제공할 수 없으니 알아서?!). 아니지, 소 잡아 삶아 썬 쇠고기 왕창 깔아도 괜찮지. 보란 듯이 선관위 감시원도 불러놓고 말이야!”

* 이대엽 시장 재판 관련기사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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