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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발견, 이곳 성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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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발견, 이곳 성남에서

[벼리의 돋보기] 성남시립병원 부지변경 문제를 보면서

벼리 | 기사입력 2008/10/14 [18:54]

희망의 발견, 이곳 성남에서

[벼리의 돋보기] 성남시립병원 부지변경 문제를 보면서

벼리 | 입력 : 2008/10/14 [18:54]
물에 빠진 사람을 보면?

자, 지금 내 눈 앞에 물에 빠진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그는 나를 향해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있습니다. 눈 앞에서 불이 난 격입니다. 그를 구해야 할까요? 아니면 못 본 척 외면해야 할까요? 당신이 답해보십시오. 설령 그가 내 새끼가 아닐지라도, 내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지금 내 눈 앞에 물에 빠진 사람이 내 새끼이거나 내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물에 뛰어들 것입니다. 아니 위험 자체를 생각하지 않을 지도 모릅니다. ‘나’는 이 글을 읽고 있는 바로 ‘당신’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우리 모두’ 위험을 무릅쓰고 물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 ‘성남시립병원 설립 부지변경 특별결의안’에 대해 심의를 벌이고 있는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     ©성남투데이

내 새끼가 아닐 경우, 내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닐 경우는 어떨까요? 나는 물에 뛰어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왜? 내 새끼가 아니니까. 내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니까. 그럼 외면한다고 모든 게 끝이 날까요? 혹시 두고두고 죄책감이 엄습해오지는 않을까요?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그 사람에게 행동으로 답하지 못했다는, 파도처럼 밀려드는 그 죄책감….

그런데 어떤 사람은 내 새끼가 아닌 데도, 내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아닌 데도 ‘결행’(決行)을 합니다. 우리는 언론 보도를 통해 우리 ‘곁’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결행의 경우, 그는 물에 빠져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그를 결코 내 새끼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설령 내 새끼‘처럼’, 내 목숨처럼 사랑하는 사람‘처럼’ 생각했다고 해도 결코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닙니다.

이 경우, 그는 어떻게 해서 결행을 할 수 있었을까요? 그는 결행을 판단하는 데서 ‘걸리는 모든 것들’을 지워버렸기 때문입니다. 아니 결행의 순간, 어떤 걸리는 것도 생각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태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어떤 ‘자유’가 아닐까요?

이성의 공공적 사용이란?

“이성의 공적인 사용은 언제나 자유롭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나 이성의 사적인 사용은 종종 매우 좁게 제한될 수도 있다. 그 때문에 계몽의 진행이 특별히 방해받지는 않기 때문이다. 내가 말하는 이성의 공적인 사용이란 바로 어떤 사람이 한 사람의 학자로서 독자 대중 앞에서 이성을 사용하는 경우이다. 반면에 이성의 사적인 사용은 그에게 맡겨진 어떤 시민적 지위나 공직에서 이성을 사용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칸트,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

“(공동체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많은 일들은 어떤 기계적 장치를 필요로 하는 데)…그 기계장치의 한 부분이 자신을 전체 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혹은 세계시민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간주하는 한에서 그리고 저작을 통해 대중에게 이야기하는 학자의 자격으로서는 그는 확실히 논의할 수 있다.” (칸트,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

철학자 칸트의 지적입니다. 여기서 칸트가 말하려는 바는 ‘이성의 공적 사용은 무제한의 자유라는 조건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칸트를 따라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에게 맡겨진 시민적 지위나 공직의 입장에서 사용하는 이성은 결코 공공적이지 않으며 오히려 사적인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 시민적 지위나 공직이 오히려 걸림돌이라는 것이죠. 반대로 자신을 ‘지역사회’와 같은 전체나 ‘세계시민사회’와 같은 레벨에서 그 한 구성원 즉 ‘개인’으로서 간주하고 사용하는 이성만이 공공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이런 이성의 공공적 사용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요?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칸트가 말하는 개인이란 바로 이 글을 쓰고 있는 ‘나’이기도 하며 이 글을 읽고 공감해줄 수 있는 바로 ‘당신’이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 ‘이웃들’이기 때문입니다. 나나 당신이나 그리고 흔한 우리의 이웃은 누구일까요? 바로 ‘시민’입니다.

결국 칸트가 말하는 것은 이런 것입니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문제를 놓고 말해보겠습니다. 즉 그가 가령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의 일꾼이든 아니든, 성남시장이든 아니든, 시의원이든 아니든, 특정정당의 당원이든 아니든 오로지 시민의 이익, 시민의 관점,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발언할 때 무제한의 자유라는 조건에서 이성을 공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자랑스러운 시의원들, 아니 시민들

정말 기뻤습니다. 14일 이런 이성의 공공적 사용의 ‘생생한 사례’를 바로 눈 앞에서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논란 중에 있는 ‘성남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 특별결의안’을 다룬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서였습니다.

이 특별결의안에 대해 반대입장을 가진 A의원은 특별결의안을 제출한 의원들 중의 한 사람인 B의원에게 반대의 의지와 의미를 내포한 질문들을 던지면서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성남시장도 아니고, 집권당도 아닌데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은 어렵지 않겠냐.” 이 주장에 어떤 코멘트도 달지 않겠습니다. 바로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이 판단해봤으면 합니다. 다만, 칸트가 말하는 것을 참고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런 주장에 그 B의원은 뭐라고 대응했을까요? “저는 성남시장이라는 생각으로, 성남의 주인이라는 생각으로 시의원을 합니다. 그래서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성남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제가 정말 기뻐한 이유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B의원의 이날 특별결의안에 담긴 취지 및 논리적인 설명에 대해 공감과 함께 특별결의안에 대한 찬성 입장을 분명히 밝힌 C의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영원히 시의원 하는 게 아니다. (성남의) 큰 미래를 바라보자.”

웬일일까요? B의원, C의원의 말을 통해 그들이 개인으로서 즉 시민으로서 발언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만약 두 의원의 발언 속에서 표현된 ‘시의원’이란 말을 시민 곧 ‘성남시민’이란 의미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과연 제 지나친 주관일까요?

괄호치기 하시죠

한 사람의 성남시민으로서 이 글을 읽어줄 독자들을 향해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경우 제가 취하고 있는 태도는 분명합니다. 그것은 칸트가 요구하는 태도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좀 자세하게 말하자면 저는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 특별결의안의 내용은 물론 최근 지역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의 기자회견 내용 그리고 민주노동당의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혹시 시민이 배제된 시의원들만의 주장은 아닌지,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만의 주장은 아닌지, 민주노동당만의 주장은 아닌지를 따져보는 입장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입장을 확실하게 밝히자면 이런 것입니다. 시의원의 입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의 입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민주노동당의 입장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입장들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런 입장들은 ‘괄호치기’ 할 수는 있습니다.  이 때 이런 입장들을 괄호치기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이성을 공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때만입니다.

앞서 분명히 밝혔습니다. 오로지 시민의 이익, 시민의 관점,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발언할 때 무제한의 자유라는 조건에서 이성을 공공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현재 제기되고 있는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문제에서 이런 태도가 특별히 중요하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문제는 지금 내 눈 앞에 물에 빠진 사람을 목격하게 된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립병원 설립 부지변경 절박하다

현재의 부지대로 갈 경우, 현 시청사 부지에 대한 도시계획시설 변경, 입찰, 공사계약, 예산 수립 일정 등 이후 진행되어야 할 행정적 일정이 촉박하기 때문입니다.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을 하더라도 이후 행정적인 일정이 차질을 빚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지금 설립부지 변경을 하지 않으면 안 될 ‘타이밍’이라는 뜻입니다.

현재의 부지대로 갈 경우, 시민회관 철거 및 향후 새로운 시민회관 건립(추정예산 886억원, 시의회에 제출된 성남시 자료), 수정구 보건소 이전(추정예산 406억원), 수정구청 이전(추정예산 483억원) 등 막대한 ‘예산’의 낭비를 막을 수 없고 이에 따른 지역의 주요 공공공간 ‘배치(formation)’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축구나 야구 같은 팀 플레이가 요구되는 게임에서 배치의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강조할 필요가 있을까요?

이 겹쳐진 두 가지 이유가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문제가 지금 내 눈 앞에 물에 빠진 사람을 목격하게 된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이런 이유에는 시간적 절박성 뿐 아니라 성남시민들의 오랜 숙원인 시립병원 설립의 차질없는 진행이라는 부분과 세금의 재분배, 공간구조 재편와 같은 부분들을 포괄하는 ‘전체를 보는 시야’가 배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특별 결의안을 제출한 시의원들, 그리고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시의원들, 시집행부를 압박하고 있는 시의원들, 정말 자랑스럽지 않습니까?

고립되어 존재하는 것은 이 세상에 단 한 가지도 없습니다. 또 우리가 요구받는 ‘사회적 합의’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충분히 공공적이기 위해서는 지금 사람들의 사회적 합의가 전부여서는 곤란합니다. 성남에서 살았던 ‘과거’의 시민들(바로 지금 우리의 역사), 특히 미래의 성남에서 살게 될 ‘후손들’에 대해서도 책임질 만한, 그런 ‘결행’이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과거의 사람들, 미래의 사람들, 이들은 말이 없습니다. 실은 지금 발언하는 그 어떤 사람들보다 말이 없는 이들이 두렵지 않습니까? 어쩌면 이 두려움은 물에 빠져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들을 외면했을 때 엄습할 죄책감 같은 것일 지 모릅니다. 오로지 자유로운 시민들만이 말이 없는 그들에게 답할 수 있을 겁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성남시장입니까? 특정정당의 당원입니까? 시의원입니까?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의 일꾼입니까? 그 입장에 서는 한, 그 입장은 모두 이성의 사적 사용입니다. 괄호치기 하십시오. 잠시 멈추고 시민의 입장으로 ‘이동’(transposition)하십시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도약’입니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틀림없이 ‘시민’일 것입니다.

이미 쓴 것처럼 일부 시의원들이 분명하게 시의원이기에 앞서 시민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희망의 발견’이었습니다. 바로 이곳, 우리 모두의 성남에서. 그렇다면 이성의 공공적 사용이란 관점을 잃지 않는 한 어떤 문제제기도, 어떤 이견도 제출할 수 있고 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딱 한 가지만은 단호히 ‘거부’되어야 합니다.

(시립병원 부지변경문제가 논의되는) 공공영역을 공중변소처럼 쓰는 일! 그가 누구든!

 
#. 기사에 덧붙임 : 이어서 독자들이 생각해볼 다른 글 하나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14일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어떤 심각한 사태를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정용한 의원이 수정구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 내용에 관한 것입니다. 제가 그 의원의 이름을 명시하는 것은 공인에게 물어야 할 ‘책임문제’와 관련한 분명한 논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에 관한 제 분석은 그간 온갖 역경을 겪으면서 시민과 함께 시립병원 설립이라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낸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 관계자들, 정당 가운데 남다른 열정을 보여준 민주노동당에 우선 전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나아가 성남의 여당인 한나라당에도 전하는 주장이 될 것입니다. 물론 시민을 염두에 두고 제시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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