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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이란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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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이란 표상

[벼리의 돋보기]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 특별결의안 부결을 지켜보며

벼리 | 기사입력 2008/10/22 [07:47]

중심이란 표상

[벼리의 돋보기]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 특별결의안 부결을 지켜보며

벼리 | 입력 : 2008/10/22 [07:47]
하나의 절정이랄까 중심이랄까 그런 것을 향해 치닫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그 중심에서 결국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 특별결의안의 부결이라는 결과가 도출되었습니다. 각자의 이익이란 관점에서 판단하겠지요. 이익이란 얻는 게 있다는 말입니다. 물론 이 이익이란 관점은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른 것이라 딱히 무엇이라고 말하기 쉽지 않고 보기에 따라서는 어쩌면 시시콜콜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싸움에서의 승리나 패배, 또는 이와는 다른 자기보전도 이 이익의 하나는 아닐까요? 있잖아요, 승리했을 때의 그 짜릿함, 패배했을 때의 깊은 좌절감 같은 것, 자기보전했을 때의 안도감 같은 것.

▲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는 21일 오후 '성남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 특별결의안'에 대해 심의를 벌인 결과 무기명 표결을 통해 부결시켰다. 사진은 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에 출석해 답변을 하고 있는 최홍철 부시장.     ©조덕원

부지 변경을 원치 않았던 민주노동당은 승리라고 판단할 것 같습니다. 민주노동당과 사실상 뜻은 물론 행동을 같이 한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도 다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이 두 그룹은 21일 당일까지 사실상 사생결단의 모습으로 비쳐졌으니까요. 거리의 프로파간다 그리고 단식투쟁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민주노동당과 행동에서 손발이 척척 맞은 한나라당 정용한 의원은 가장 돋보이는 승리자로 보입니다. 한나라당이라기보다는 시의원이라는 레벨에서죠. 무지 용감했지요. 심사장에선 부지변경을 반대하는 3천여 명의 주민서명이라며 거시기한  것을 흔들어대기도 했지요.

이 판에 무지의 과시도 마다하지 않고 불쑥 끼어든 중원구 한나라당 신상진 국회의원도 승리자겠죠. 실제 이득 면에서 가장 큰 승리자라는 생각입니다. 민주노동당이 이 싸움판에 참고인 출석을 통해 불러들인 일종의 지원병이랄까요, 한나라당 최윤길 의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민주노동당 덕분에 그는 상황의 전개를 주시하며 숨죽이고 있던 부지변경 반대 시의원들의 얼굴마담으로 등장해 이들의 막힌 가슴을 속 시원히 뚫어주었습니다. 6대 3이라는 표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심사과정에서 특별결의안 반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민주당 윤광열 의원도 보탤 수 있습니다. 그에게도 어떤 이익이 있겠죠.

이 승리라는 이익에서 중원구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물론 제외됩니다. 이미 특별결의안 부결이라는 결과를 예고나 하듯이 이순복 의원이 특별결의안을 대표 발의해놓고도 철회한 일이나 이어진 21일 특별결의안 심사에 앞서 ‘시립병원 부지변경 결사반대’를 메시지로 전한 중원구 한나라당 시의원들의 성명서 발표는 승리로부터의 ‘제외’를 입증하는 상징적 사건이기 때문입니다. “국회의원과 시의원의 정확한 상하관계를 보여주었다”는 지관근 의원의 비판이 틀리지 않다는 점에서죠. 이런 의미에서라면 오히려 이들은 시의원으로서는 패배에 속하지 않나 싶습니다.

패배가 있습니다. 윤창근, 최만식, 지관근 의원입니다. 윤창근 의원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패배자입니다. 21일 수정구청 및 시청에 몰려든 자신의 지역구인 신흥주공 일부 주민들에게 그는 ‘죽일 놈’이었습니다. 그는 다음 시의원선거 출마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재선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다른 레벨에서도 이들 세 의원은 패배했습니다. 이들의 생각에 따르면 이들은 특별결의안이 통과되었을 경우 예측되는 1천여억 원의 시민세금 절감, 공공시설의 재배치를 통한 구시가지 공동화의 최소화, 시립병원 설립재원의 안정적 마련이라는 정책적 비전을 현실화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정책으로 말해진 이들의 소신 내지 꿈의 좌절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잃기만 했을까요? 이들이 거둔 이익은 없을까요? 그것은 무엇일까요?

도회(韜晦)의 포지션도 있습니다. 최홍철 부시장입니다.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 특별결의안을 시 집행부와 민주당 의원들의 ‘짜고치는 고스톱’으로 몰아가는 김현경, 정용환 의원의 정치적 공격에 그는 시종일관 ‘중립’이었으니까요. 도회입니다. 겉으로는 이 싸움판에 끼고 싶지 않다는 자기보전의 의미겠지만 이는 부지변경문제를 정책의 문제로 인식한 측에서는 무책임 자체 그것이 아닐까요? 관료는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집단입니다. 아직은 이들에 대한 우리의 사고가 일천하지요. 한 가지 분명하게 느끼는 것은 이들로부터 책임지려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 순간 ‘공복’이란 말은 지워지고 맙니다.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 특별결의안의 부결은 승리와 도회 쪽에 있는 사람들이 패배 쪽에 있는 사람들을 변두리로 내모는 과정 앞서 말한 대로 하나의 중심을 만들어내는 과정으로 보입니다. 이 중심의 형성과정에서 그 무대 위에는 앞서 말한 대로 다양한 주역들이 등장했습니다. 여기서 주시해야 할 것은 이들이 아닙니다. 이들을 통해 관철되는 집단의 이익입니다. 즉 보편적 이익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들의 의식 즉 이들의 담론을 통해 집단의 이익이 현재화되는 것이죠. 그것은 이들의 담론을 통해 확인이 됩니다. 이들의 담론 수준의 저급함을 논외로 하면 문제는 담론의 성격입니다.

즉 중심을 향해 달려간 이들의 담론은 한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는 것이죠. 무엇일까요? ‘정당화’입니다. 이 정당화가 의미하는 것은 정당화할 수만 있다면 말이 되든 안 되든 무엇이든 가져와 끌어다가 붙인다는 의미입니다. 이야말로 비과학적인 태도, 필연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자유의지 곧 자의 아니겠습니까. 똥과 된장을 구분하지 못하는, 옥석을 가리지 않는 치졸한 논리가 바로 정당화입니다. 실은 논의나 논쟁의 틀 안에 들어와서는 안 되는 말 같지도 않은 논리죠. 이 점에서 정당화란 일탈된, 전도된 의식입니다. 정당화 앞에선 객관적인 것 따라서 고결한 것은 설 자리를 잃기 마련입니다.

가령 민주노동당 김현경 의원은 정용한 의원과 마찬가지로 이날 일어난 신흥주공 일부 주민들의 항의를 끌어다가 붙입니다. 표출된 항의를 통해서 신흥주공 일부 주민들이 보여준 것은 ‘시립병원은 내 집 앞에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문화예술인들(?) 의견이라며 끌어다가 붙입니다. 시민회관 때려 부수고 아트센터 못지않은 것을 지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것이 가령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지, 설령 새로 짓는다고 해도 시민회관을 이용하고 있는 수많은 구시가지 주민들은 어떻게 하란 것인지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목적과 수단의 관계라는 인식틀을 빌어 말하면 이런 정당화는 목적과 수단을 상하관계로 보는 지극히 위험한 것입니다.

시립병원 설립부지 변경 특별결의안의 부결이라는 하나의 중심을 만들어낸 과정에서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우는 이념이 있습니다. 바로 ‘시민’입니다. 그러나 이 시민은 제가 이성의 공공적 사용이란 관점에서 제출한 깨인 개인으로서의 시민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것은 대상화된 시민, 자신의 자아 속에 가둔 시민의 표상일 뿐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정당화를 포장하는 하나의 구호이며 의상에 불과한 것입니다. 거꾸로 말하면 이들은 이 시민이란 하나의 의장(意匠) 아래에서 실제로는 시민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정당화를 자행하는 것입니다.

정치의 장에서 중심이란 성립 즉시 소멸을 향해 가는 숙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라는 장은 역동적인 구조에 놓여 있을 뿐 아니라 담론이 주도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이번과 같은 중심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그것이 지극히 불안한 동거라는 점에서 최악의 구조 속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것은 위태로운 것입니다. 중심은 결국 수용할 수 있는 것만을 수용하기 때문입니다. 중심의 형성은 실제로는 권력이 주도하는 것이지 반권력이 주도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반권력은 항상 권력을 쫓아다니는 속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반권력은 권력을 닮아갑니다.

정치적인 관계의 변화가 개시될 때 구조의 변동은 필연적입니다. 담론 또한 바뀌며 담론은 이 구조의 변동에 채찍질을 가합니다. 이렇게 보면 승리는 패배의 예고이며 패배는 승리의 예고이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라면 중심없는 구조야말로 역사와 현실의 실제 구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조 안에 갇힌 인간의 자유가 실은 최소한 자유임에도 불구하고 중심이란 표상에 갇힌 인간은 그 자유가 최대한의 자유라고 믿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도착(倒錯)된 인간. 그러나 역사는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대하(大河)의 흐름 속에서 ‘가고 오는 것’이 아닐까요.

결국 중심이란 하나의 소실점(消失點)에 불과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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