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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관문 상징물 건립 재고해야

'새의 눈' 아닌 '개미의 눈'부터 갖춰야

분다리 기자 | 기사입력 2004/05/08 [01:01]

성남관문 상징물 건립 재고해야

'새의 눈' 아닌 '개미의 눈'부터 갖춰야

분다리 기자 | 입력 : 2004/05/08 [01:01]
높이 나는 새의 눈에는 세상이 그저 평면일 뿐이다. 세상에 실재하는 높낮이, 그 차이에 대한 감각과 체험이 의미가 없다. 턱 높은 관청의 나리님들이 바로 그런 새들일 가능성이 높다.

새의 눈을 가지고 도시를 바라보면 단지 하나의 평면만 보인다. 그저 찌익 선이나 그어본다든가, 새가 더 높이 날기 위한 포스트나 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 포스트는 한참을 올려다봐야 하거나 거대해서 움찔해지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 서울에서 성남으로 들어오는 복정동 입구     ©우리뉴스

그러나 아니다. 그것은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 구체적인 삶의 레파토리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배설이거나 유린이 되기 쉽다. 더구나 그 도시가 단지 하나의 공간이 아니라 서로 다른 공간들로 구성되어 있고 각자 이질성, 다채로움을 가지고 있다고 치자. 이 이질성, 다채로움은 한편에선 서로를 허용하는 경우 개성이 있되 동등한 가치를 부여받지만, 서로를 배제하는 경우 우열로 되거나 갈등과 분열로 치닫는 이중성이 있다.

문제는 새의 눈이 이질성, 다채로움을 가진 공간들을 보지 못한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데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만약 서로 다른 공간들을 보지 못하는 관청 나리님들이 새의 눈으로 어떤 일을 벌인다면 그것은 우열, 갈등과 분열을 은폐할 가능성이 높다. 또 은폐함으로써 우열, 갈등과 분열을 방치 내지는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성남시가 최근 '100만 도시 위상 드높이기 사업'의 일환으로 성남 관문상징물 건립사업을 내놨다. 이대엽시장 임기내 준공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성남 관문에 해당되는 복정지구내 642번지, 642-1번지에 관문상징물 건립을 내용으로 한다. 전체 설치비는 자그마치 24억원이다.

이를 위해 시는 이번 2004년도 1회 추경예산안에 성남 관문상징물 설치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용역비 3천240만원, 자문위원회 운영비 350만원을 세워 시의회에 들이밀었다. 이 예산이 시의회에서 통과되면 시는 상징물의 형상, 규모, 위치, 예산, 추진방법 등을 정치하게 재구성할 것이다. 문제는 무엇인가?

첫째, 추경은 본예산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예산변경 사유가 발생했을 때 편성하는 것이어서 갑자기 새로운 사업이 예산편성이 되면 그만큼 계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사업이 그렇다. 예산감시에서 추경이 주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이 사업은 사전에 주민여론 수렴이 없었고, 시의 공식적인 발표도 없이 불쑥 추경에 끼어들어왔다.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시가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역력하다. 처음엔 어느 업자가 들이민 사업을 시가 받은 게 아닌가 의심도 했지만 시 관계자는 이를 부인했다.

셋째, 과연 우선순위의 사업인가? 관문상징물을 시 관계자의 말대로 성남이 100만 도시로서 갖추어야 할 시설로서 받아들인다고 해도 이보다 더 시급한 것은 성남, 분당의 거리를 활력이 넘치게 하는 일이다. 이곳저곳 거리를 시민의 거리, 문화의 거리로 만들고 그 거리들에서 각종 성남적인, 분당적인 삶의 이야기들이 흘러나오게 하는 일이 우선 시급하다. 결코 시급한 사업이 아니라는 애기다.

넷째, 핵심이다. 바로 사업의 취지다. 100만 도시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서란다. 100만 도시의 위상을 드높인다? 오등은 자에 아,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100만 도시 성남시의 시민임을 선언하려고? 꼼꼼히 따져보자!

100만 도시의 위상을 드높이는 게 뭔데? 내높을 게 뭔데? 100만 인구? 인구 거대도시? 이게 사업 취지라고? 이게 자랑거리라고? 그것은 관청 나리님들 얘기지! 성남에 살고, 분당에 사는 주민들, 그런 생각 별로 없어!

단언하지만 100만 도시의 위상을 높인다는 이 사업 취지는 이 사업의 핵심개념으로 들어와야 할 지역성, 공공성과는 무관하다! 관청 나리님들의 사고의 빈곤함! 이것은 바로 이 사업을 추진하는 시가 새의 눈을 가졌다는 유력한 증거로밖에 되지 않는다.

관문상징물은 그것이 건축적으로 표현되든, 공공조형물로 표현되든 이 핵심개념에 대한 고민과 고민의 구체화 없이는 겉으로 공익을 내세웠을 뿐 지역적 특수성, 공공성을 은폐한 조형물로 나타날 뿐이다. 증거들을 대볼까?

주지하는대로 주요 도시들에는 관문상징물들이 있다. 대개는 문패조각이라 불러도 괜찮은 뻥튀기 조형물들 아닌가! 아니면 전통건축을 재현한다는 명분으로 콘크리트 건축물에 기와를 머리에 얹히고 선, 몰골 사나운 관문들 아닌가!

이 모두 부풀린 덩치나 오만하게 과시하고 있을 뿐 그 도시의 주인들에게 정당한 자부심을 주거나, 찾아오는 외지인들에게 그 도시를 기억하게 하는 상징조형물들이 결코 아니질 않는가! 시 관계자는 확정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제시된 다른 지역 사례로 봐서 분명 이런 수준에 멈춰 있다.

시가 이런 수준에 멈추 있는 한, 새의 눈을 가지고 100만 도시의 위상을 드높이자고 운운하는 한, 관문상징물은 오만하고 과시적인 조형물의 형태로, 따라서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다른 지자체 사례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바꿔라! 새의 눈을 개미의 눈으로 바꿔라! 바꾸지 않는 한, 새는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턱높은 관청 나리님들이 개미가 되어 성남의 이곳저곳을 누비고 다니면서 이 도시의 주인인 시민들의 체험, 생각, 레파토리를 듣고 이에 따르지 않는 한, 새는 추락되기 쉽다.

바꿀 생각이 없다면 아예 집어치든가! 세금 낭비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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