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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6·10항쟁과 ‘공허함’

퇴색해버린 지자체 최초의 6·10 민주항쟁 24주년 기념식

김락중 | 기사입력 2011/06/13 [01:05]

성남 6·10항쟁과 ‘공허함’

퇴색해버린 지자체 최초의 6·10 민주항쟁 24주년 기념식

김락중 | 입력 : 2011/06/13 [01:05]
6·10 민주항쟁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래 지자체 최초로 성남시가 주최하는 제24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이 지난 10일 오후 7시 성남시청 온누리실 대강당에서 열려 관심을 모았지만, 결과는 공허함 그 자체였다. 

▲ 제24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이 열린 성남시청 온누리홀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민주열사 가족들과 내빈들....     ©성남투데이


범야권단일후보로 민선5기 성남시장에 당선된 이재명 시 정부가 제24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을 주최하면서 전국 최초로 지자체가 직접 나서서 행사를 주관하다는 의미를 부여했지만, 차라리 기존에 시민사회진영에서 주최하는 기념식과 비교해 볼 때 왠지 모르게 밀려드는 허전한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특히 시에서 야심차게 행사를 준비하면서 민주열사 유가족 분들을 초청하고 6·10 민주항쟁 당시 지도부를 맡아 활동했던 어르신들을 초청해 놓고, 기념사를 마친 이재명 시장이 다음 행사일정 관계로 자리를 뜨자마자, 썰물같이 빠져나가는 공무원들을 비롯해 일부 정치인들과 참석자들을 보면서 ‘문뜩 이게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 취재기자의 눈길이 머문 곳은  6·10 민주항쟁 당시 지도부들을 비롯해 함께 주먹밥을 나르면서 격려를 했던 어머님들, 그리고 민주열사 유가족들에게로 향했다. 그들은 여전히 기념식장 내빈석에 앉아 요지부동의 자세로 24년 전 최루탄과 군화발이 난무하는 항쟁의 거리를 회상하면서 나름대로의 감회에 젖어있는 듯 했다.   

다소 판에 박힌 듯 한 기념사와 지루한 정치인들의 축사가 이어지면서 시간은 점점 더 흘러가고 6백여 석 규모의 시청 온누리홀 강당은 시립국악단과 합창단의 본격적인 기념행사 공연이 펼쳐질 무렵에는 100여 명 정도의 인원만이 쓸쓸히 남아, 당초 예정된 시간을 30분 넘겨 행사가 마무리 됐다.

▲ 성남 6·10 민주항쟁 제24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내빈들과 시민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성남투데이


국악단과 합창단의 ‘광야에서’와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공연마저 없었다면, 기념식이 진행된 온누리홀은 마치 ‘썰렁함’ 그 자체였다.  
 
심지어 민주열사 유가족들과 어르신들을 모셔놓고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에 몸을 가눌 수 없었다.   

‘시민이 주인인 성남’이라는 민선5기 시정방침 구호는 마치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들리는 듯 했으며, 마치 항상 제기되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평가와 함께 전국 최초의 지자체 주최의 제24주년 6·10 민주항쟁 기념식은 그렇게 끝이 나고 말았다.

시가 주최를 하면서 전국 지자체 최초의 기념행사라는 상징 이외에는 여전히 급조하는 듯 한 행사준비 모습에서 이미 관성이 되어버려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모습들도 보인다.

▲ 위의 사진과는 달리 텅 비어버린 성남 6·10 민주항쟁 제24주년 기념식이 열린 온누리홀 모습이 너무나 대조적이다.    ©성남투데이

민선시장과 행정기관이 예전에 보여 주었듯이 객이 되어 버린 시민들과 일회성, 생색내기에 그쳐버리는 지자체의 관성적인 탁상행정 모습이 문뜩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지난 해 7월 초 민선5기 이재명 성남시장의 취임식이 열렸던 성남아트센터의 오페라 하우스에서 벌어진 상황이 그대로 연출된 듯한 섬세하지 못한 행정의 또 다른 반복이 아쉬울 따름이다. 

차라리 2년 전 관이 아닌 시민사회가 주축이 되어 6·10민주항쟁 기념사업 성남추진위원회 주최로 주민교회에서 열렸던 6·10 민주항쟁 22주년 기념식이 더 그리워지기까지 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장소도 협소하고 소박하지만, 6월 항쟁 당시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느끼며 강연을 통해 현재의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반추해 보고, 아마추어 가수지만 함께 노래도 부르면서 새롭게 결의도 다지는 그런 진정어린 행사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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