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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이젠 어떻게 할 텐가?

[벼리의 돋보기] 원점으로 돌아온 '시립병원'

벼리 | 기사입력 2005/05/20 [20:40]

시장, 이젠 어떻게 할 텐가?

[벼리의 돋보기] 원점으로 돌아온 '시립병원'

벼리 | 입력 : 2005/05/20 [20:40]
원점으로 돌아왔다. 점잔 빼지 말고 솔직히 '물거품이 돼버렸다'고 말해야겠다. 이대엽 시장, 당신이 구시가지 의료공백을 메운다는 명목으로, 실은 그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던' 시민들의 시립병원 설립운동을 매도하고 주저앉히기 위해 벌인 일들이 그렇게 되었다.

하나는 폐업한 옛 인하병원 자리에 유치한 예일병원이 병원 문을 닫은 일이다. 그나마 돈이 좀 되는지 지금 그곳엔 장례식장만 뎅그라니 남아 있다. 또 하나는 장사가 될 것 같지도 않은 신흥동 산꼭대기에 대학병원을 유치하려던 계획이 무산된 일이다.

▲ 시립병원 공약을 지키지 않고 있는 이대엽 성남시장이 지난 해 3월 시립병원 설립을 요구하며 시의회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하고 있는 주민들을 향해 "(시립병원설립)약속을 지키겠다"고 얘기한 뒤 묘한 웃음을 짓고 있는 모습     ©성남투데이
일이 이 지경이 되었다. 이 시장, 당신이 의료공백을 메운다는 명목으로 관권을 동원해 같잖은 선전을 대대적으로 늘어놓으면서 벌인 일들이 '결론없는 결론'으로 귀결된 셈이다. 당신에게 진지하게 묻는다. 당신은 시립병원 설립이 시장으로서 정말 선택할 수 없는 길이었다면, 어떻게 하든 예일병원이 돌아가게 했어야 했고, 시급히 대학병원을 유치했어야 했다. 당신은 과연 그 동안 무엇을 했는가?

당신이 예일병원을 찾아 병고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살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병원운영과 관련된 온갖 좋지 않은 사실들이 쏟아져 나올 때도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했다는 얘기를 듣지 못했다. 역시 대학병원 유치를 위해 예정된 협약 상대를 만나 노력을 다했다는 얘기도 듣지 못했다.

당신이 취한 조치들이 물거품으로 돌아간 것, 그 조치들과 관련한 당신의 수수방관은 당신이 구시가지 의료공백 해소에 전혀 '진심'이 없었음을 그대로 폭로한다. 다만 시민들의 열화와 같았던 시립병원 설립운동을 매도하고 주저앉히기 위해 바닥이 환히 비치는 수작이나 부려왔음을 그대로 폭로한다.

삶을 걸고 말할 수 있다. 백보를 양보해 시장 직분과 관련된 다른 잘못은 참고 봐줄 수 있어도 생명과 직결된 의료문제를 가지고 장난질치는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것은 본질에서 '인간을 인간으로 성립시키는 근본적인 문제', 바로 '인간의 생명에 대한 태도'와 관련된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당신은 시립병원문제에서 당신이 취해온 태도가 인간의 생명 자체를 무시하고 짓밟은 참으로 용서할 수 없는, '반인륜적인 것이었음'을 상기해두라! 이것마저 심판할 수 없다면 성남에서 '인간에 기초한 지방자치'는 미래가 없다! 당신은 이제부터는 어떻게 할 텐가? 다시 얄팍한 꼼수를 부릴 텐가? 그러나 지금 당신이 처한 상황은 빠져나갈 수 없는 '사면초가'다. 잘 들어두라!

첫째, 이미 확인된 바 '절대 안돼! 시립병원, 죽어도 못해!'라는 당신과는 딴판으로 이번 중원구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신상진 국회의원 당선자는 '시립병원 설립'을 시민들에게 약속했다! 자, 공약을 지키려는 신 당선자가 시립병원 설립을 요구할 경우 당신은 어떻게 할 텐가? 시민과 언론은 시립병원 설립문제를 둘러싼 이후 이 두 사람의 태도와 조치에 깊이 주목해 달라.

두 사람이 같은 당, '한나라당'이다. 이 시장, 당신은 최근 시장은 포기해도 한나라당은 포기 못한다고 공언했다. 까먹지 않았겠다. 이 점에서 시립병원 설립운동이 한참일 당시, 시민들이 당신을 향해 성남시민의 시장이 아닌 '한나라당 시장'으로 간주했던 것은 전적으로 옳았다. 앞으로 당신은 성남시민의 시장이 아니라 한나라당 시장임을 잠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

둘째, 일부 시의원들에 한정되어 있고 따라서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윤곽이 잡히겠지만, 의원발의 형태의 시립병원 설립조례 제정 움직임이 시의회에서 일고 있다! 이것은 의미있는 중대한 변화다. 돌이켜보면 시의회는 주지하는 대로 주민발의에 의한 시립병원 설립 조례안에 함부로 '사망선고'를 내린 바 있다. 시의회가 시민의 뜻을 정면에서 거역했고 제왕적 시장인 당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는 의미다. 그런 시의회가 뒤늦게나마 시민의 뜻과 염원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무소불위의 당신 앞에서 당당해지려는 것이다.

상론하진 않겠지만, 이 참에 당시 시의회가 전적으로 그릇되었다고 몰아붙이기에는 뭐한 대목들이 없지 않다는 뜻도 전한다. '민의의 전당' 성남시의회에 기대한다. 명예회복을 하라! 제왕적 시장체제 하에서 시의회가 살아 있음을 보여 달라! 있을 수 있는 이 시장의 압박을 과감히 뿌리치고 의회주의 본연에 입각해 시간을 아끼지 말고 진지한, 심도있는 검토와 토론을 벌여달라. 시민사회의 커다란 이목과 결코 마지막까지 희망을 포기할 수 없는 기대를 결코, 결코 가볍게 여기지 말라!

셋째, 시립병원 설립운동을 펼쳤던 시민사회의 자치역량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당시 운동에 앞장섰던 자치역량과 또 함께 했던 수많은 시민들은 시립병원 설립의 간절한 염원을 그대로, 아니 더 강하게 간직하고 있다. 주민발의 형태의 시립병원조례 제정운동에 당신이 보여준 극단적인 적대적 태도는 당신 개인에 대한 '최악의 평가'를 낳게 했고, 더불어 시민들로 하여금 시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 '전도된 지방자치 현실'에 대해 강한 회의와 이래선 안된다는 반성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높은 자각의 산물로 최근엔 주민 스스로가 지방자치의 주인이 되자는 의미를 깊이 담은 생활자치네트워크 희망21이 창립된 바도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시민사회의 자치역량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당신이 지금까지 취해온 태도를 뒤집지 않는 한, 결코 '모면할 수 없는 사태'가 초래될 수 있음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상황들로 볼 때 당신은 지금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자, 더 이상 어떤 꼼수도 통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지금 당신에게 시급히 요구되는 것은 당신을 정치적으로 키워준 고향 성남에서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그 초발심으로 돌아가는 길 뿐이다. 당신은 분명 시장선거 당시 시립병원 설립을 약속했고 그것은 아직도 전혀 실현되지 않은 '공약'으로 남아 있다. 당신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안된다!

기억해두라! 당신에게 시장자리를 내준 대가로 마땅히 실현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책임, 더불어 주민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시립병원 설립운동에 보여준 당신의 반자치적이고 반인륜적인 책임은 그냥 넘길 수 없다는 것을, 결코 시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본질에서 '선거, 현실정치와 무관함'을 명심해두라.

이대엽 시장, 당신은 뼈 속 깊이 명심해두라! 시립병원문제가 본질에서 시립병원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생명 앞에 마땅히 모심의 자세를 취하느냐 아니면 거꾸로 그것을 얕잡아보고 짓밟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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