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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보다 도마 부실이 문제

〔벼리의 돋보기〕어느 예산심의의 교훈

벼리 | 기사입력 2005/12/11 [01:11]

품목보다 도마 부실이 문제

〔벼리의 돋보기〕어느 예산심의의 교훈

벼리 | 입력 : 2005/12/11 [01:11]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면 도마 위에 올릴 품목이 어찌 한두 가지랴. 정말 심각한 사태는 어쩌다 품목 하나를 올려도 정작 품목보다 중요한 그 도마가 부실하다는 것이다.

9일 체육청소년과가 시의회에 올린 ‘제16회 아시아태권도대회 기념 성남시태권도대회 예산 2천만원’에 대한 사회복지위원회의 예비심사는 시집행부도, 시의회도 도마의 부실함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 성남시의회 사회복지위원회 예산안 심의 모습.     ©조덕원

지난해 성대하게 열린 제16회 아시아태권도대회를 기념하는 성남시태권도대회는 올해 처음 열린 바 있다. 성남시태권도협회가 주최한다. 체육청소년과가 시의회에 올린 예산은 두 번째인 셈이다. 예산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시집행부는 이 대회가 계속 열려야 할 이유를 시의회에 제시하고, 더불어 올해 치른 기념대회에서 문제점이 있었다면 개선의 지점들과 반드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피력, 시의회를 설득하면 된다.

이에 시의회는 시집행부가 제시하는 예산의 성립근거와 설득논리에 대해 그 정당성을 따져 예산 통과여부를 판단하고, 나아가 수정 및 보충할 게 있으면 그렇게 해주면 된다.

그러나 시집행부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 무능력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관근 의원이 들고 나온 성남시태권도협회의 시보조금 집행상의 문제점 지적에도 지적의 근거가 된 사실 자체가 파악조차 안 되어 있었다.

지 의원이 들고 나온 것은 1백80만원짜리 단란주점 접대비 간이영수증 사본이다. 성남시태권도협회가 올해 대회를 개최하면서 성남시를 방문한 경기도태권도협회 관계자들에게 썼다는 증거물이다.

지 의원은 접대비 실명제에도 어긋날 뿐 아니라 접대날짜도 대회 기간을 훨씬 지난 것이라 충분히 의심할 만한 근거 자료를 제시하며 "이 접대비가 시 보조금으로 쓰여진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시집행부는 꿀먹은 벙어리. 시집행부가 사태 파악을 선행하지 않고는 예산심의를 할 수 없다는 지의원의 불호령에 부랴부랴 ‘모처’(?)를 통해 알아본 사태에 대한 보고가 올라왔다.

“그 돈은 절대 시 보조금에서 쓰여지지 않았다”는 시집행부의 해명이다. 빤한 대답이다. 병신들! 시 보조금이 들어가고 빠지는 성남시태권도협회의 계좌를 확인하면 그만인 것을!

그러니 지의원이 “시 보조금에서 쓰여졌을 경우, 예산 전체를 회수조치하라!”고 요구, 이에 시집행부는 “사실로 확인되면 회수조치하겠다”고 답변할 수밖에.

예산심의에서 분위기가 이만하면 이번에도 올린 예산은 정당성을 상실한다. 자르겠다는 지 의원의 말발에 시집행부가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지 의원은 줄곧 합리적인 근거와 논리를 제시하며 예산심의 활동을 해온 터라, 그의 삭감 근거도 나름대로 명확했다.

“통상 태권도대회는 시 보조금 말고도 참가자들로부터 대회참가비를 받고 있고, 대회 자체가 의미 있는 대회도 아닌 기념대회라 해마다 시가 지원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며 “대회의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격년제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

그래, '전액 삭감'이다. 지 의원의 완승! 비록 이날 위원 정족수 부족으로 방망이 내려치기는 다음으로 미루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이날 지 의원이 예산심의에서 보여준 태도와 논리도 충분한 것은 아니다. 왜? 몇 가지 중요한 문제들이 전혀 노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째, 지 의원이 성남시태권도협회 내 특정파벌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 의원이 제시한 간이영수증은 3분화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태권도협회의 분란의 과정에서 특정파벌로부터 제보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내부사정을 지 의원은 잘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지 의원의 의정활동을 특정파벌 편에 서는 행위로 폄하할 수는 없다. 지 의원의 순수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둘째, 아시아태권도대회 기념 성남시태권도대회 예산은 태권도인들에게 광을 팔아 표를 모으기 위해 모시의원이 개입해서 세운 예산이라는 점이다. 알 만한 시의원들은 다 안다.

광 파는 것까지는 이해될 수 있으나, 문제는 광 팔기에 급급해 이른바 예산의 성립근거와 논리가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 시의원이 시장 이대엽에게 얼마나 귀염을 떨었는지는 상상에 맡긴다.

셋째, 지 의원이 지적한 '대회의 의미', 그 의미의 생산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이 점, 지 의원이 다소 부족했다.

성남시에서 개최한 아시아태권도대회가 성남의 역사적 장면으로, 성남사람들의 자부심으로 기억되고 되새겨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념대회가 되어선 곤란하다. 그만한 콘텐츠가 대회 프로그램으로 뒤따라야 한다.

88 올림픽 당시 성남에서 개최되고 크게 각광을 받았던 하키대회가 아무런 기록도 성남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성남시와 성남의 태권도인들은 명심해둘 필요가 있다. 시 보조금을 받아 태권도인들의 잇속이나 채우는, 대회를 위한 대회로 전락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심의,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시집행부나 시의원들이나 예산의 성립근거와 납득할 수 있는 논리를 준비해야 한다. 허장성세를 부리거나 장난질을 쳐서 시민의 혈세 단 돈 1원이라도 헛되이 쓰는 일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성남시와 성남시의회는 멀었다. 지 의원과 같이 노력하는 시의원도 가물에 콩 나는 경우다.

지 의원이 예산심의를 벌이고 있는 동안, 다수 의원들이 방관하는 것도 보기 짜증난다. 사회복지위원회에서 방관자 1호는 민주노동당 소속 김미라 의원이다. 이참에 민주노동당에 한마디 해두자. 실상을 분명히 알라는 것이다.

저 필요한 것만, 저 광 파는 것만 골라 예산심의에 참여하는 시의원들이 도대체 무슨 시의 정책을 결정하는 주민대표란 말인가! 겪을 때마다 답답하다.

문제는 지역정치의 부재다. 뽑아놓고 나면 그만인 것이다. 정당의 틀을 썼지만 사실 소수선거세력에 불과한 자들, 지방자치 정상화에 무관심한 그들. 여기에 지방자치 자체에 대한 주민들의 무관심도 한몫을 거들고 있다. 

그러기에 꼴 같지 않은 것들이 주민의 대표임을 팔아 저 잘 났다고 설쳐대는 것이 아니겠는가! 바로 하찮게 사는 벼리보다 조금도 잘 나지 못한 것들이!

왜, 떫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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