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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자고 하는 짓!

이대엽 장수는 얼마나 현명한가?

벼리 | 기사입력 2006/09/18 [23:29]

웃자고 하는 짓!

이대엽 장수는 얼마나 현명한가?

벼리 | 입력 : 2006/09/18 [23:29]
통치술에서 전략전술에 이르기까지 큰 스케일로 보여주고 있는 동양의 대표적인 병서가 《삼략(三略》이다. 삼략의 으뜸으로 알려진 상략(上略)에 나오는 말이다.

“현명한 장수가 지휘하는 부대가 나가는 곳에는 앞을 가로막는 어떤 적도 없다(賢者所適 其前無敵)”

그러나 이 계략은 상략에 실린 것과는 달리 매우 상식적이다. 실제로 이 말에 대해 상략은 이렇게 평한다.

“장수는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더없이 큰 책임을 맡은 자다. 장수가 뛰어나서 승리할 수  있다면 나라는 저절로 편안해진다(夫將者 國家之命也 將能制勝 則國家安定).”

얼마나 상식적인가! 최고의 계략의 하나로 상략에 실렸다고 별스러운 계략이 아니라 상식에 기초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경우 상식이란 상투적인 어떤 것이 아니다. 오감(!)을 통해 내게 이해되고 다른 이들과 공유되는 공통감각(commonsense)-사회에서 공통(common)으로 지니고 있는 정상적인 판단력(sense)-임은 물론이다.

이런 상략이자 상식을 끌어들인 것은 성남시라는 부대를 이끄는 이대엽 시장이라는 장수를 평하려는 의도에서다. 성남시라는 부대는 나가는 곳에 앞을 가로막는 어떤 적도 없는가? 이대엽 시장이라는 장수는 과연 현명한가?

▲ 이대엽 시장을 상대로 시정질의를 벌이고 있는 윤창근 의원     ©조덕원

이대엽 장수는 과연 상식적인가?

이대엽 장수가 지휘하는 성남시 부대가 열린우리당 윤창근 시의원이라는 적병과 마주쳐 전투를 치렀다. 추가질문을 통해 보여진 이 전투가 아주 스펙터클 했다.

이대엽 장수? 세 번의 국회의원, 한 번의 국회 건설교통위원장을 지냈고, 두 번째 성남시장을 지내고 있다. 역전의 용사, 아니 역전의 장수라 볼 만하지 않은가?

적병인 윤 의원은 초선이다. 역전의 장수 입장에서 보면 일부러 상대할 게 못된다. 그렇다면 수하의 쓸 만한 병사 하나 내보내 쓱싹 해치우면 딱이다.

그런데 이게 왠일? 초선에 불과한 적병 하나를 상대하겠다고 이대엽 장수가 나선 것이다. 그것도 상기된 표정에 어깨에 힘을 주고 말이다. 시의회에서 전례없는 일!

“이 시장 나와 직접 답변하세요.”

윤 의원이 이처럼 이 시장의 직접 답변을 요구한 칼솜씨를 부린 것은 초선의 용감성보다는 시청 이전이 이 시장 지휘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명한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이 시장이 직접 나서나? 전례없는 일을 벌이면서까지 그럼 되나? 글쎄,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고 바로 이런 경우? 아니면 초선이지만 꽤 만만치 않은 칼솜씨를 가진 적병으로 간주, 장수가 직접 나서서 상대해주겠다는 장수다운 배려?

윤 의원의 요구에 선뜻 응해준 이 시장의 태도에 모든 의원들, 특히 재선급 이상 의원들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래, 누가누가 잘하나 보자. 누구 칼솜씨가 좋은가 보자.

맙소사!

“답변에 앞서 밝히는데 서로의 인격을 존중해야 한다. 생리현상을 어떻게 참느냐!”

뭔 소리? 이는 윤 의원이 오전에 시청 이전, 법원·검찰청 이전, 대형할인점 입점에 따른 구시가지 공동화문제를 따지는 시정질문 과정에서 이 시장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려 하자 “(시정질문 중에 듣지 않고) 어디 가는가?”라고 묻자 이 시장이 “화장실 간다, 왜?”라고 답한 일을 재론한 것이다.

이해에 관한 한, 서로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이 차이를 드러내는 일은 오전의 가벼운 설전 한 번이면 족하다. 그렇다고 초선이지만 중대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믿는 입장에서  이 시장의 기대 밖 처사에 진의를 물은 일을 가지고 장수가 이를 재론하며 인격 운운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며 가벼운 것이다.

국회에선 가령 상임위에 장관이 참석해 세 시간이고 네 시간이고 밖으로 함부로 나가는 일이 없다. 이대엽 장수가 말한 그 생리현상을 참느라고 장관의 얼굴이 노랗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국민의 대표들인 국회의원에 대한 관례화된 예의다. 오죽하면 보다 못한 의원들이 배려 차원에서 정회하는 경우도 있을까.

이 시장이 굳이 재론하기보다 미리 볼 일을 보고 들어와 안 나가면 될 거 아닌가! 더구나 이 시장이 답변을 통해 밝혔듯이 똑같은 시민의 대표인 시의원의 시정질문인데 시장이 경청하면 어디가 덧나나! 확실한 답변을 위해서 장수가 직접 정확히 듣고 병사들을 지휘하면 얼마나 좋은가!

이어진 이대엽 장수의 칼솜씨를 다시 보시라.

“시장이 백과사전, 만물박사가 아니다.”

해선 안 될 말을 장수가 기어코 했다. 상식에 왕창 어긋났기 때문이다. 누가 백과사전이라고 했나? 만물박사라고 했나? 이 시장을 그렇게 보는 사람은 천하에 없다. 어긋나도 십리 백리 밖으로 어긋난 것이다.

더구나 이 발언은 어떤 이유에서 나온 것인지 분명하다. 수하의 병사들이 나서서 싸우라고 주문하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이 시장은 이런 말들을 했다.

“전문적인 박사가 아니기에 관계국장으로 하여금 답변토록 하겠다.”
“시장은 시민을 위해 앞장서지 행정을 위해 앞장서지 않는다.”

도대체 살림하는 시장 맞아? 성남시 부대를 이끄는 장수 맞아? 누가 전문적인 박사로서 답하라고 했나? 더없이 큰 책임을 지휘하는 장수로서 답하라고 한 것이지! 이런 암묵적인 인식적 전제를 깔고 이 시장이 직접 답변하라고 윤 의원이 칼을 뽑은 게 아닌가!

듣다보니 참 요란하네, 봉창 두들기는 소리!

▲ 윤창근 의원이 "시청사 이전같은 주요현안은 시장이 직접 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자, 이 시장이 "국회의원 3선한 것이 죄가 되냐"고 동문서답하고 있다.     © 조덕원

윤 의원이 다시 칼을 썼다.

“시청 이전은 시의 여러 주요 현안 가운데 가장 큰 사안이다. 시장이 직접 답변해야 하는 게 아닌가?”

장수가 다시 휘두른 칼솜씨는 어땠을까?

“국회의원 세 번 하고 건교위원장 한 번 하고 시장  두 번하는 게 뭐 죄냐?”

돌아버린다! 죄라니? 이게 과연 장수의 칼솜씨 맞나? 스스로 자존심을 추켜세우지는 못할망정 장수의 체통도 없이 스스로 깍아내리다니!

참고로 이 답변은 시정질문을 통해 윤 의원의 “수정구에서 국회의원을 세 번이나 한 이 시장이 과연 수정구에서 시청을 빼내 갈 수 있느냐?”는 지적에서 연유했다.

윤 의원의 칼솜씨가 멋지다.

“그 정도 능력이면 시장이 직접 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시장이 어떻게 나왔을까? 정말 미치겠다!

“흔히 시의원들이 이 자리에서 질의하는 것을 한 껀 한다고 하는 데, 내가 잘 알고 있다. 내가 과거 국회의원 경험도 있고(해서 잘 알고 있다).”

뭐야? 초선 주제에 까불지 말라는 소리다. 훈계일까? 모욕일까? 둘 다다. 그리고 자리가 자리인만큼 보다 정확하게는 모욕이다. 공인으로서 공적인 자리에서 결코 범해서는 안될 인격에 대한 모욕을 서슴없이 행한 것이다.

이것도 과연 칼솜씨라고 부린 것일까? 설령 그렇다고 백보를 양보해보자. 그럼 과연 이 시장은 이 마지막 칼솜씨로 승리했을까?

윤창근 의원. 그의 표정에 짜고 씁쓸한 소금기 같은 웃음이 비쳤다. 그 웃음은 매우 희극적이다. 베르그송은 이렇게 말했다.

“사회는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교정하라는 위협은 아닐지라도, 적어도 창피함에 대한 예측이 떠나지 않도록 한다. 웃음의 기능이란 틀림없이 이와 같다. 그 대상이 되는 사람에게 언제나 약간은 모욕이 되는 웃음은 실제로 일종의 사회적 골탕 먹이기이다.”

그렇다. 윤 의원의 자연스러운 그 웃음은 이 시장의 모욕에 대한 모욕이다. 이 시장의 어처구니없는 모욕, 말을 통한 모욕에 대한 의미있는 모욕, 말을 통하지 않은 모욕이다. 베르그송이 설파한 희극적 웃음, 바로 그 모욕이다.

의원석, 기자석, 방청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무슨 의미일까? 사회가 웃은 것이다. 일시에 이 시장에 대한 사회적 왕따가 일어난 것이다. 베르그송에 의하면 비사회적 태도에 대한 사회적 징벌이다. 이 시장은 알아차렸을까? 과연 이런 사회적 왕따, 희극적 웃음의 오묘함을 알까?

하긴 몇 해 전 이른바 비키니 일광욕장을 개장하면서 탄천 오염을 이유로 반대했던 환경단체 여성활동가가 비키니 차림의 그림을 그린 샌드위치 설치물을 몸에 걸치고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탄천을 건너오는 퍼포먼스를 벌였을 때 이 시장은 어떤 감각을 보였을까?

당시 개장식 현장에서 이 시장과 이번 성남시장 선거 당시 선거캠프에서 이 시장을 도운 전 도시정비사업소장 모씨와 나눈 대화를 다시 떠올린다.

“아무 일 없겠냐?”
“시장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조금도 심려치 마십시오.”

글쎄, 과연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까? 이렇게 둔감할 수가!

윤 의원은 과연 왜 웃었을까? 기가 차서 웃은 웃음, 곳곳에서 터져 나온 그 웃음의 오묘한 의미를 과연 이 시장은 알까?

이 시장은 과연 현명한 장수일까? 지금까지 한 애기들은 소설이 아니다. 현실이다, 그리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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