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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병원, 부지비교표 제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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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병원, 부지비교표 제시부터

〔벼리의 돋보기〕공간적 실천으로서의 시립병원 부지선정

벼리 | 기사입력 2007/09/16 [01:30]

시립병원, 부지비교표 제시부터

〔벼리의 돋보기〕공간적 실천으로서의 시립병원 부지선정

벼리 | 입력 : 2007/09/16 [01:30]
우리에게 공간적 실천에서 거시적 대응이 아닌 국지적 실천의 중요성과 가치를 가르쳐준 미셀 푸코는 어느 글에선가 “우리 시대의 불안은 근본적으로 공간과 관련을 맺고 있다. 의심할 여지없이 시간과의 관련보다 공간과의 관련이 더 크다”고 말했다. 이 때, 푸코가 말하는 공간은 추상적인 의미의 그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회적인 따라서 구체적인 ‘어떤’ 공간들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것은 가령 집이든, 학교든, 직장이든, 지역이든, 도시든, 자연이든 삶과 분리될 수 없다는 점에서 삶의 터전들이다. 바로 그 삶의 터전들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가 국지적 실천을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난 14일 MBC는 경기도 안양 평촌에 있는 달안초등학교의 불안을 보도했다. 기사의 요지는 한 때 학급 수가 43개나 될 정도로 컸던 이 초등학교가 학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지금은 달랑 12학급만 남았다는 것인데, 이유는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자기 아이들이 섞이는 것을 원치 않은 주변아파트 주민들이 이 학교를 필사적으로 피해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 그 부모들이 받는 마음의 상처는 말로 드러내기 어려운 것이다. 피해나간 주민들로 인해 달안초등학교는 ‘평촌 유일의 임대아파트 학교’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이 사례는 학교라는 아이들의 ‘삶의 터전’이 ‘누구’에 의해, ‘어떤 방식’에 의해 불안해졌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 누구는 달안초등학교를 피해나간 주민들, 어떤 방식은 이 주민들이 달안초등학교를 피해나간 것이다. 이에 따라 달안초등학교는 ‘평촌 유일의 임대아파트 학교’로 재배치되었다. 이 특정한 배치는 달안초등학교를 피해나간 주민들이 임대아파트에 사는 주민들, 아이들을 ‘외부’로 배척하고 자신들만을 ‘내부’로 동일화한 것이다. 공간에 대한 동일성을 지들 마음대로 수여·박탈하는 ‘공간의 권력’을 행사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들은 이득이 있다고 믿어서다. 제 자녀의 보호(?), 제 아파트 가격의 보호을 위해서다.

이 게임에서 주민들은 승리자가 될 수 있을까? 그들은 승리할 수 없다. 이미 언론을 통해  드러나고 있지만 쏟아지는 사회적 비난을 이들은 막아낼 이유가 없고, 제도 역시 이들의 손을 들어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회의 생존을 가능케 하는 선험조건인 ‘규범’을 깨뜨린 것이다! 특히 이들은 사회적 삶의 존재론적 요구이자 역능적 요구인 ‘섞여 사는 삶’을 부정함으로써 그로부터 얻을 수 있는 교육적인 가치, 인간적인 가치, 그밖의 많은 사회적 가치들을 스스로 포기했다. 이야말로 그들이 믿는 일시적인 이득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엄청난 손실 아닌가. 그들은 삶의 주인이 아니라 노예, 그 고통의 길을 걷기로 스스로 작정한 퇴행의 무리다.

이 같은 공간권력의 행사는 보는 것을 믿는 게 아니라 믿는 것을 보기 때문에 일어난다. 믿는 것이 보는 것이라는 이른바 ‘표상’(representation)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표상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정신활동 곧 자신이 믿는 것이라는 특정한 척도를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이미지화하는 것이다. ‘평촌 유일의 임대아파트 학교’라는 꼬리표는 바로 이들이 만들어낸 표상인 셈이다. 달안초등학교 사례에서 보듯 현실이 표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표상이 현실을 만드는 여기에 푸코가 말한 ‘근본적으로 공간과 관련된 우리 시대의 불안’이 놓여 있는 것이다.

이런 시대의 불안은 지역이란 공간문제에서도 흔히 드러난다. 성남 구시가지와 분당 신시가지 사이의 대립이 정확히 그것이다. 분당의 고급아파트·빌라, 주상복합에 사는 사람에게 분당이란 기호가 의미하는 것은 일종의 허가받은 신분이자 자격이다. 그것은 강남이란 기호와 유사한 것이다. 따라서 그들과 이웃한 성남은 이웃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가받지 못한 신분이거나 최소한 분당과 섞일 수 없는 외부일 뿐이다. 이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도전한 어떤 정치가도, 어떠한 사회운동도 아직은 ‘성남시’에 없다. 가장 정치적인 주제, 성남지방자치의 핵심주제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대립의 지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립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차이’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모든 사물의 기호가 그렇듯이 분당이란 기호는 ‘전부 아니면 전무’가 결코 아니며 성남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공간적 특성과 관련해 각각의 지역은 각각의 다양한 장점들이 있는가 하면 다양한 약점들이 파악되고 있다. 가령 성남의 구릉지 특성, 분당의 전원도시적 특성을 놓고 각각의 장점들, 약점들을 말할 수 있다. 강점들, 약점들은 체험되고 읽혀진다. 공간은 추상적이지 않으며, 지역의 경우 특히 그것은 지역살이를 통해 유형적으로 ‘입지’, ‘환경’, ‘장소’로서 체험되고 읽혀진다.

입지는 주로 지역살이에 필요한 기본적 수요의 충족, 환경은 생태적·존재론적 안전, 장소는 자아실현을 위한 공동체적 정체성 확보와 각각 관련되어 있다. 이런 개념적 의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입지나 환경, 장소가 두 지역의 주민들에게 어떻게 체험되고 읽혀지느냐에 있다. 여기선 주거·교통·교육·의료·보건·문화시설 등 이른바 집합적 소비재의 위치와 관련된 입지의 경우만을 살펴보기로 한다. 왜냐하면 시립병원, 바로 이 공공시설이자 집합적 소비재의 입지 선정이 당면숙제이기 때문이다. 그럼 묻자. 입지 선정에서 분당출신 시의원이 더 잘 판단할 수 있을까, 성남출신 시의원이 더 잘 판단할 수 있을까? 대답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당출신 시의원이 입지선정에서 가령 시청부지를 주장한다면 신흥동부지와 수정구청부지 셋을 놓고 장점들, 단점들을 비교한 ‘부지 비교표’를 내놓아야 하며 반드시 그것은 자기의 체험, 논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체험, 논리가 뒷받침된 비교표를 내놓지 않고 시청부지를 주장하는 것은 입지문제를 입지문제로 바라보지 않고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정치는 곧 책임 따라서 비교표를 내놓지 않고 시청부지를 주장하는 분당출신 시의원은 그 다른 이유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성남출신 시의원이 시청부지를 주장하거나 신흥동부지를 주장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성남출신 시의원의 경우는 분당출신 시의원보다 체험과 판단에서 더 강도가 있을 것이므로 비교표가 더 명확해야 한다. 이 비교표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그 이유에 대해서 분당출신 시의원보다 더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특히 성남출신 시의원으로 시청부지를 주장하면서 건립 자체를 시립병원이 아닌 대학병원으로 하자는 성남출신 시의원(누구냐!)은 비교표와 함께 그 다른 이유에 대해서 책임있게 밝혀야 한다. 이 주장은 ‘자본에 의한 공공(의 역할)의 포획’이라는 점에서 위험하다. 아울러 시립병원 설립은 성남의 사회적 합의라는 흔들릴 수 없는 근거를 가지고 있다.

시의회가 입지문제에 대한 최종 결론을 내리기에 앞서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가 해야 할 일은 바로 이것이다. 거듭 강조하면 시의회로 하여금 시청부지, 신흥동부지, 수정구청부지 셋의 부지비교표를 통해 최적의 입지선정을 유도하고 확인하는 것이며 다른 이유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해서도 명확히 확인하고 책임지게 하는 것이다.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도 이젠 열매를 맺을 때가 되었다. 시의원이든 시립병원설립운동본부든 대의민주주의와 풀뿌리민주주의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 망각의 현실적 의미는 두려운 것이다.

더 이상 계산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 같아 보이지 않는다. 두말 할 필요없이 시립병원설립특위는 이미 그 존재의 의미를 상실했다. 남은 것은 시의회 차원에서 그리고 시민사회 차원에서 시립병원 부지 선정과 관련한 공간적 실천에서 누가 진짜이고 누가 가짜인지 그리고 누가 우등생이고 누가 열등생인지 명명백백 가릴 때가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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