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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서해안으로 달려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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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서해안으로 달려와야 합니다

서해안 생태계 위기는 나라의 위기, 인간의 위기
[현장취재] 충남 태안군 기름 제거 자원봉사를 하고 나서

벼리 | 기사입력 2007/12/16 [12:28]

모두 서해안으로 달려와야 합니다

서해안 생태계 위기는 나라의 위기, 인간의 위기
[현장취재] 충남 태안군 기름 제거 자원봉사를 하고 나서

벼리 | 입력 : 2007/12/16 [12:28]
죽음의 공포 앞에 전율하다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바닷가. 마치 검은 기름을 쏟아 부은 듯 기름 덩어리들을 뒤집어쓴 바위들, 검은 기름이 스민 모래밭. 파도리 바닷가는 온통 검은 기름 덩어리로 덮여 있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해마다 바다를 찾았지만 이런 광경은 난생 처음 봤습니다. 망연자실했습니다. 눈 앞에 마주친 파도리 바닷가는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뭇 생명들의 거대한 살육의 전장터이자 생매장터 그 자체였습니다.

파도리 검은 바닷가 너머 너른 서해바다가 높은 파도를 밀쳐내며 펼쳐져 있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단박에 알 수 있었습니다. 저 끝없이 펼쳐진 바다 속에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말입니다. 사상 초유의 가공할 죽음의 행진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죽음의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살려달라고 귀를 찢는 생명의 절규가 들려왔습니다. 몸부림 끝에 죽음으로 내몰리며 마지막으로 토해내는 신음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단 한 순간 유조선 기름 유출로 시작된 서해안 생태계 대재앙 앞에 뭇 생명의 의미, 인간 삶의 실존이 어이없이 부정당하고 있었습니다.

생명과 삶이 여지없이 붕괴되고 있었습니다.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시에 불어닥친 검은 죽임의 폭력이 휩쓸고 다니는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바닷가와 마주쳤습니다.

▲ 마치 검은 기름을 쏟아 부은 듯 기름 덩어리들을 뒤집어쓴 바위.     © 2007 벼리

책임져야 할 자들 용서할 수 없다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생명이 부인당하고 생명의 모습인 삶이 부인당하는 참혹한 사태 앞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가공할 사태만으로도 책임져야 할 자들을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소리쳤습니다.

“어떤 ×새끼들이야!”

서해 바다로 기름을 유출시킨 직접적 책임자들, 여전히 대량의 기름유출로 서해 생태계 대재앙을 불러일으키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삼성, 초기 방재에 국가방재의 허점을 여지없이 드러낸 정부. 모두 용서할 수 없었습니다. 이 나라 역사에 길이 남을 짓을 한 자들을 결코 용서해선 안 된다는 분노를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밀물로 다시 검은 바닷가가 잠기는 순간까지 바위에 달라붙고 자갈에 달라붙은 검은 기름덩어리들을 긁고 닦고 또 긁고 다시 닦았습니다. 닦아내는 헌옷가지들마다 금새 검은 기름덩어리로 응어리졌습니다.

긁고 닦아내면서 바위에 붙어있다가 죽어나가는 굴과 고동들을 보았습니다. 웅덩이에 고인 기름덩어리들을 보았습니다. 기름범벅이가 된 채 난생 처음 괴기한 자원봉사를 하며 생명의 파괴, 삶의 파괴, 존재의 파괴에서 오는 참담함으로 몸서리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구슬 눈물이 떨어졌습니다. 

자원봉사를 마치고 철수하는 순간에도, 돌아오는 찻길에서도, 아니 피곤에 지쳐 쓰러지는 잠자리에서도 평생 잊지 못할 분노로 몸서리쳤습니다.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구슬땀이 헛되이 끝나지 않도록 책임져야 할 자들, 그들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분노로 하루를 마감해야 했습니다.

▲ 큰 바위들을 닦기에 힘이 부족한 여성 자원봉사자들은 주로 자갈밭의 자갈들을 닦았다. 금새 흡착용 헌옷가지들이 기름으로 응어리졌다. 사진은     © 2007 벼리

서해안 파도리 사람들은 기력이 다했습니다

긁고 닦고 다시 또 긁고 닦으면서 자원봉사자들 틈에 섞여 있는 파도리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벌써 며칠 째인지 모릅니다. 지쳐 쓰러질 것 같은 표정들을 마주칠 때마다 마치 노역장에 끌려나온 노예들을 보는 심정이었습니다. 파도리 사람들은 이미 기력이 다한 듯했습니다.

파도리 사람들 중 자갈밭에 주저앉은 사람들은 예외없이 6,70대 노인들이었습니다. 이들 노인들은 기름투성이가 된 방재복 차림으로 마냥 자갈을 퍼내고 퍼낸 자갈들을 닦아냈습니다. 곁에서는 헌옷가지, 기름 흡착포가 자꾸만 쌓여갔습니다. 뭐라 위로의 말을 드려야 할지 몰랐습니다.

이 곳에서 젊은층에 속한다고 해야 할 중장년층의 파도리 사람들도 더러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은 자원봉사자들이 쏟아내는 기름범벅이의 헌옷가지들을 한 포대씩 담아 뭍으로 나르거나 밀물을 따라 밀려들어와 또다시 달라붙는 기름 덩어리 제거를 위해 기름 흡착포를 곳곳에 깔았습니다. 이들 역시 지쳐 있었습니다.

파도리 사람들은 자원봉사자라면 그저 고맙다고 말했습니다. “자원봉사하지 않아도 괜찮다, 와준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파도리 사람들이 보여준 모습은 그저 가슴을 찔렀습니다. 대체 이런 기막힌 삶의 절망이 또 어디 있단 말입니까! 하루종일 뾰족하게 솟은 큰 바위들을 세차게 때리다가 부서지는 하얀 파도가 파도리 사람들의 심정을 전했습니다.

▲ 파도리 사람들 중 자갈밭에 주저앉은 사람들은 예외없이 6,70대 노인들이었습니다. 이들 노인들은 기름투성이가 된 방재복 차림으로 마냥 자갈을     © 2007 벼리

“삶이 끝났다”

수거한 기름덩어리들을 퍼 담은 커다란 검은 통들, 기름범벅이가 된 양동이들이 널려 있는 곳을 바라보며 도시락으로 때우는 점심 시간. 인근에서 식사를 마친 파도리 사람들로부터 참담한 얘기들을 들어야 했습니다.

“끝났어. 바지락 양식도, 굴 채취도, 고기잡이도 끝났어. 누가 이곳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겠어. 이젠 끝났어.”

“태안 일대가 벌써 휘청거려. 여기서 잡은 고기, 벌써 상인들이 보내지 말래. 거래가 끊겼어.”

“내 나이 칠십 셋. 다 살았으니까 그냥 여기서 살다가 가면 돼. 그렇지만 우리 자식들, 우리 후대들, 누가 여기 와서 살겠어. 오염된 바다, 여기 누가 와서 살겠어. 이번 일 몇 년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오래 갈 거야, 아주 오래. 세상에 이런 일이 또 어디 있겠어.”

“보상 받으면 뭐해. 보상에 인건비는 치지 않는다지. 어디 달리 일자리 알아봐야 할 것 같애.”

“이 사람아, 무슨 딴 일을 해? 나이 먹고 누가 받아준다고 딴 일을 해?”

“보상이 문제가 아니지. 바다가, 저 바다가 우리를 먹여 살렸는데, 바다가 끝이 났는데, 우리 삶이 끝이 난 거지. 삶이 끝난 거지.”

마침내 ‘삶이 끝났다’는 얘기가 터져 나왔습니다. 먹이사슬로 이루어진 생태계의 원리, 공존의 신비로 가득찬 그 생태계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들 입에서요. 가슴이 울컥했습니다. 이보다 더 절망스런 소리가 어디 있단 말입니까!

▲ 파도리 사람들, 경향 각처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이 수거한 기름 덩어리들을 퍼 담은 커다란 검은 통과 기름범벅이가 된 양동이들이 널려 있는     © 2007 벼리

인간의 소리, 행위의 현장에서 들리다
 
이 날 파도리 바닷가에서 기름범벅이가 된 자원봉사자들은 수백 명이었습니다. 경향 각처에서 바다를 살리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이웃들을 살리겠다고 달려온 사람들입니다. 성남에선 김태년 의원실을 비롯한 대통합신당 사람들이 하루 선거운동을 접고 한 차 가득 달려왔습니다.

자원봉사 현장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놀라웠습니다. 정말 오랜 만에 들어보는 ‘인간의 소리’였습니다. 각양각색이었지만 자신들이 수행하고 있는 행위의 의미를 생각하는 진솔한 얘기들이었습니다.

행위를 하고 그 행위의 의미를 성찰하는 것은 뭇 생명 가운데 오직 인간만이 유일합니다. 바로 이 점에서 자원봉사 현장에서 들려오는 인간의 소리로부터 새삼 인간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의미가 있는지 감동으로 느꼈습니다.

“삼성 사람들, 이건희 회장부터 여기 와야 해. 아니 대한민국 사람들, 다 여기 와야 돼. 다 와서 똑똑히 봐야 돼. 박박 기름 긁고 닦아내며 제대로 느껴봐야 돼. 이 나라가 얼마나 개판인 나라인지. 아이들도 데리고 와서 산교육 시켜야 돼.”

“한반도 대운하? 유조선 하나에 이렇게 온 나라가 큰 구멍이 나서 난리법석인데? 한반도를 관통하는 대운하를 뚫어? 배를 띄어? 산이 끊기면? 기름이 유출되면? 끔찍해! 말 같지 않은 소리!”

“얼마나 파도리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어. 저 바다를 살리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겠어. 그렇지만, 해야 돼. 단 하루라도 와서 해야 돼. 우리 인간이 저지른 죄이니까. 우린 지금 오만의 죄값을 치르고 있는 거야.”

“우린 역사를 쓰고 있는 거야. 역사에 길이 남을 서해바다 생태계 대재앙의 역사, 대재앙을 불러들인 인간의 오만에 대한 참회, 그 참회의 역사를 쓰고 있는 거야.”

자원봉사자들은 나라를,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미래를 걱정했습니다. 삼성의 책임을 묻고 개발주의 망령에 사로잡힌 한반도 대운하가 제2의 대재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습니다. 생태계는 물론 그 일부인 인간계에 감당할 수 없는 폭력을 불시에 가한 인간의 오만을 반성했습니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수행하는 자원봉사활동과 어우러진 자원봉사자들의 얘기로부터 ‘우리’라는 시민적 삶, ‘우리’라는 인류의 삶에 대한 책임과 희망을 저버릴 수 없음을 생각했습니다. 분노 또한 더욱 커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 자원봉사를 마치고 철수하는 자원봉사자들. 자원봉사자들은 자신들이 수행하는 행위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행위와 행위의 의미에 대한 자원봉사     © 2007 벼리

모두 서해안으로 달려와야 합니다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나라의 모든 시민들이 서해안으로 달려와야 합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말고 달려와야 합니다. 어처구니없는 유조선 기름 유출과 허술한 정부의 방재 대응으로 생명과 삶이 부정당하고 파괴당하는 이곳으로 어서 달려와야 합니다.

우리는, 인간은 자연의 생명들과 공존하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우리는 인간의 잘못을 성찰할 수 있고 고칠 수 있는 인류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의 후대들이 살아갈 이 나라의 주인들, 시민들입니다.

이곳 태안군 소원면 파도리 바닷가를 비롯해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곳이면 서해안 어디든 달려와야 합니다. 가리지 말고 달려와야 합니다. 우리는 검은 기름덩어리를 긁고 닦아내면서 참회하고, 참회하며 다시 시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두 서해안 바닷가로 달려오십시오. 나라의 위기입니다. 인간의 위기입니다.’

▲ 모두 검은 기름으로 뒤덮힌 서해안으로 달려와야 합니다. 나라의 위기입니다. 인간의 위기입니다.     © 2007 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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