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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는 집

<특별기고> 용산 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에 다녀와서

김현경 | 기사입력 2010/01/12 [00:32]

세상에 없는 집

<특별기고> 용산 참사 철거민 민중열사 범국민장에 다녀와서

김현경 | 입력 : 2010/01/12 [00:32]

성남시세입자협의회 분들과 서울역에 다녀오던 날,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은 재개발지역에 살고 있는 세입자나 철거민은 아니지만,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사람잡는 재개발정책에 대하여 한결같이 분노하고 있었다.

유래없는 눈사태로 징글징글한 빙판 언덕길을 오르내리며 한숨 쉬고 비틀대지만, 그래도 정든 이 금광고개를 떠난다고 생각하면 한숨이 난다.
새 터전으로 떠나는 것이 희망일수 없는 건, 서울 뉴타운뿐만 아니라 서울 살다 살림 다 거덜내고 이 동네로 흘러들어온 사연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곳 성남도 마찬가지다.
싼 물가 덕분에, 서울 근처라 일거리 찾기 좋아서 고만고만한 이웃들과 정붙이며 살아온 세월, 그러나 여기를 떠나 수도권에서 이만한 조건의 살림집을 마련할 길이 이제는 없다는 사실 때문에 우리는 가슴이 답답하다. 온 동네가 재개발 천국이니, 마음 놓고 발부칠 곳이 어디인가 말이다.

일년 동안 용산 철거민들이 돌아가신 자리에서 미사를 봉헌하고 농성현장을 지켜온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문규현 신부님은
‘님들은 우리 가슴 속에 시대의 망루, 양심의 망루를 세웠습니다.
물질과 돈놀이에 넋을 빼앗긴 채,
살아있되 죽어있던 이 무심하고 야박한 영혼들을 세차게 일깨웠습니다...
우리 안의 탐욕, 이 시대 진짜 괴물을 똑바로 보게 했습니다.’
라고 추모의 글을 남기셨다.
▲ 영하의 한파에도 불구하고 장례식을 찾은 시민들. 앞줄 왼쪽의 민주노동당 김현경 시의원과 두번째 김미희 민주노동당성남시위원장이 성남지역 세입자대책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성남투데이

용산 철거민들이 세상에 일깨운 것은 번듯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는 그 자리에는 어김없이 쫒겨나는 주민들의 한과 눈물, 피땀이 서려있으며 그것이 자본을 위한 뉴타운 재개발의 실체라는 것이다. 

작년 12월 4일, 이대엽 시장은 토지주택공사에서 제출한 금광1구역, 중1구역, 신흥2구역에 대한 정비사업계획을 승인하는 사업시행인가를 고시하였다.
1단계 사업면적 116,986㎡에 2011년 사업완료 계획이며, 2단계 중 각 구역별 사업면적은 신흥2구역 203,973㎡, 중동1구역 108,524㎡, 금광1구역 233,366㎡에 2015년도 사업완료 계획이다.
이만한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은 수도권에서 유래없는 엄청난 면적과 인구를 다루는 것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성남시에서는 호화청사 논란이 한창이던 작년 12월 본예산 심의중에 판교택지개발사업에서 발생된 5400억원의 예산을 일반회계로 당겨쓰고, 500억의 재개발기금을 본예산에서 누락시켰다가 시의회의 지적을 받은 후에 부랴부랴 수정예산에 반영하겠다고 답변하는 등 재개발 관련 정책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세입자들이 한 겨울 추위에 주민설명회를 하기위해 동분서주하는데 동,구청,시청 어느 한곳도 공간을 내주지 않아 어렵사리 종교시설이나 단체 사무실 등을 빌려쓰는 형편이다.
호화로운 청사를 지어놓고 세금내는 주민들이 이용할수도 없는 것이 지금 성남시 세입자들의 현주소이다.
초겨울, 시민회관을 내주지 않아 공원에 쪼그려 앉아 설명회를 하고, 이 문제를 제기하자 그런일 없다고 오리발을 내미는가 하면, ‘세입자 권리찾기 설명회’가 시정에 어긋나고 공익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마음대로 규정하며 대관을 거절하고 있다.
어차피 성남시를 떠날 사람들이니 마음대로 하라는 것인가? 이대엽 시장이 정하면 ‘시정’이고, 이대엽 시장의 마음에 들어야 ‘공익’이라는 공무원들의 업무태도에 억장이 무너진다.

철거민들이 서울에서 쫒겨나와 만들어진 도시가 성남시인데, 그 성남을 일구어온 성남시민들이 재개발로 인한 자신의 권리해설마저 의자에 앉아 들을수 없는 찬밥신세다.
시작부터 이런 천대를 받으니, 앞으로 벌어질 일이 더 걱정이다.

실제로 이대엽 시장은 공람공고 과정에 임대주택과 주거이전비에 대한 보상대상자에서 누락되어있다고 이의를 제기한 세입자들에게 보상 대상자는 사업시행자가 판단할 사항으로 지금은 누락여부를 판단할수 없고 답변, 사업시행 계획 단계에서부터 세입자들의 권리를 보장할 뜻이 없음을 명백히 하고있다.
사업시행 인가 전에 권리여부를 판단해야 계획이 확정될수 있다는 것은 법규 이전에 상식이다. 유래없이 큰 규모의 도시정비사업을 진행하는 토지주택공사에서 세입자의 권리를 대놓고 무시하고 침해하는데도 성남시는 아무런 대책없이 묵인, 또는 방조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와 성남시는 민간개발이 아닌 공영개발이기 때문에 도시서민들에게 더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달리 ‘여전히 세입자에게 고통을 주는 재개발’로 용산 참사보다 더 큰 참사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 성남시재개발대책위 관계자들이 용산 강제철거로 희생된 고인들의 명복을 비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성남투데이

토지주택공사에서는 1단계 철거당시, 임대주택을 신청하는 세입자에게 주거비 포기각서를 필수서류로 제출하도록 강요했다. 절대적으로 약자인 세입자들이 임대아파트라도 입주하려면 울며겨자 먹기로 천만원에 달하는 주거이전비를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주공이 앞장서서 세입자의 권리를 침해한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주거이전비를 받으려는 사람들에게 임대아파트 포기각서를 요구한 것도 마찬가지이며, 2단계에서도 그렇게 하겠다는 문구를 사업시행 계획서에 똑똑히 박아넣고 있다.

법에서 명시한 주거이전비와 임대아파트 입주권을 다 가지고 있어도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이를 성남시가 도와주고 있으니 이것이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사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토지주택공사는 막대한 조직력과 권한을 앞세워 민간조합과 건설사보다 더 악날하게 세입자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있다.

용산 참사 후 1년, 재개발 정책은 소리만 요란할 뿐 아무런 진전이 없다.

“법을 위반했으면 철거해야 한다. 그러나 동절기 철거는 피하고, 철거 전에 집터를 마련해 주라.”

이 문구는 조선 왕조의 최대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군이 5백년 전(1503년 11월 6일)에 내린 교지이다.  
왕권강화와 도로건설을 위해 조선 임금 중 가장 많은 철거정책을 내린 왕으로 알려진 연산군(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그의 토지정책 중 무려 70%가 왕권강화와 경관을 위한 철거정책이었다고 함).... 그 폭군조차 당연시하였던 ‘동절기 철거 금지’와 ‘선대책 후철거’가 이 시대엔 통하지 않는다.
5백년전 폭군 치하에서도 금지하였던 동절기 철거로 용산 세입자들은 목숨을 잃었고, 그 유가족들은 자식과 남편을 감옥에 보내야 했으며, 1년도 아닌 355일만에야 장례를 치룰수 있었다. 돈이 되는 재개발을 하려면 사람도 다칠수 있고, 죽을 수도 있다고 하는 자본의 논리 때문에 그 다섯사람의 생목숨이 발에 채이는 돌멩이처럼 1년동안이나 방치될수 있었던 것이다.

이명박 삽질 정권 치하에서 우리의 생존과 국민의 기본권은 암담할 수 밖에 없다.

명품단지로 거듭나겠다는 성남시도 마찬가지..오늘의 성남시를 만들어온 대다수 서민들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재개발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재개발 정책을 전면재검토해야 한다.
피할수없는 것이라면 최소한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당정파를 막론하고 머릴 맞대야한다. 가옥주도 세입자도 토지주택공사에 대응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힘, 각자 자기 권리관철을 위해 조직하고 단결해야 한다.

성남시는 책임지고 이들을 조정할수있는 협의기구를 만들어 분쟁을 조정해야 한다. 사업시행자에게 맡겨놓고 뒷짐만 져서는 성남시가 시행하는 사업이라 말할수 없다.

나는 고인들 영전에 조용히 읖조렸다.
당신을 위한 집, 당신을 위한 상가는 세상에 없지만,
이제는 살기위해 집을 짓는 세상이 오도록 우리를 지켜주소서..
부디 자본과 이윤의 이름으로 쫓겨나는 이들을 지키는 푸른별이 되소서...
재개발된 아파트에 다시 들어올수 없는 가난한 집주인에게도,
불안한 일자리에 매달려 발버둥치는 세입자에게도,
파지를 모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독거노인에게도,
장애인의 몸으로 아이를 키우며 하루하루 견디는 장애인 여성가장에게도
집 한칸 내어주는 재개발이 되도록 돌봐주소서..
공익사업인데 사람 목숨 몇 개는 날아갈수도 있는것 아니냐고 355일간이나 철거민들의 시신을 방치했던 정권이 더 이상은 지탱할수 없는 세상이 되도록 굽어 살펴주소서...

-- 이윤이 아니라 살기위해 집을 짓는 세상을 갈망하며
....김현경(성남시의회 의원, 민주노동당 소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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