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진 대참사로 세계 각국의 구호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우리나라도 민관합동 지원규모가 1,500만 달러를 상회하는 등 규모는 나날이 확대되고 있지만, 긴급의료구호는 선진국 수준에 훨씬 미치지 못하다는 평가가 있어 이를 개선하려는 법안이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성남 중원)의 대표발의로 국회에 제출됐다.
                                                     
신상진 의원을 비롯한 여야 15인이 공동발의한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일부개정법률안은 평상시 긴급의료구호 장비 및 인력, 의료체계, 국제공조시스템을 확보하여 국외 재난지역에 적극적이며 실질적인 도움을 줌으로써 국격(國格)을 높이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구호 선진국’으로 꼽히는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 아이티 지진 48시간 만에 컨테이너 30여개와 20여명의 의료진을 비행기에 싣어 이동형 종합병원을 설치하고 첨단 통신장비를 통해 환자를 진료하는 등 체계적인 구호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는 평상시 구호에 대비한 의료진 및 의료장비, 약품 등 의료자원이 잘 구비되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장비도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못할뿐더러, 보유하고 있는 장비마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년 전 중국 쓰촨성 지진 사태를 계기로 구매한 에어텐트(수술가능) 2개는 고스란히 국내에서 잠자고 있다. 보통 텐트 한 개당 가격은 약 4천만원 정도이며, 무게는 무려 400㎏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야 하는 현실에서 긴급구호인력 1인당 지참가능 한 물량이 20㎏정도로 제한되어 있어 이송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정부의 근시안적 대응이 아쉬운 대목이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신상진 의원은 “우리나라는 올해 G20의장국이며, 지난해 말 OECD 산하 개발원조위원회(DAC)에 본격적으로 가입함에 따라 해외원조를 본격으로 시행하는 국가가 되었지만, 해외긴급의료구호는 그 국격(國格)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아이티 대참사로 인한 우리나라의 해외긴급의료지원 수준이 ‘천막진료 수준’에 불과하다는 한 언론사의 지적은 단적인 예일 것”이라며 “이번 아이티 구호 현장은 우리나라가 진정한 기여외교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또 하나의 과제를 던저 준 셈”이라고 입법 당위성을 강조했다.
                           
 이 법이 통과되면 그동안 민간 위주로 이루어졌던 현장구조가 국가차원의 민관합동 긴급의료지원 중심으로 신속히 국외 재난지역에 투입 될 수 있어 우리나라 기여외교에 큰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해외긴급구호에 관한 법률’개정안은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