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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과연 세습제로 가나?

<6·15 햇볕칼럼>북한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를 비판한다.

노세극 | 기사입력 2010/10/04 [07:31]

북한 과연 세습제로 가나?

<6·15 햇볕칼럼>북한에 대한 언론의 보도 태도를 비판한다.

노세극 | 입력 : 2010/10/04 [07:31]
▲ 노세극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성남투데이
지난 9월 28일 이북 즉 북한에서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가 열렸다. 이북에서의 노동당의 위치는 이남에서 집권당의 위치와는 매우 다르다. 실질적으로 정치를 책임지는 핵심기관이며 국가를 이끄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북은 당 중심의 국가로서 노동당이 무너지면 국가가 무너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정도로 노동당은 국가를 받치는 주춧돌이자 기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노동당의 대의원급들이 모이는 당대회나 당대표자회는 국가의 중요한 결정이 있을 때마다 열려왔다.

이번에 열리는 당대표자회는 전당대회적 성격의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에 소집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며 임시 전당대회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1958년 3월의 1차 회의와 1966년 10월의 2차 회의 등 두 차례 열렸으며 이번에 44년 만에 3차회의가 열리는 것이다.

당대회는 모두 6차례 열렸는데 마지막 6차 당대회가 1980년 10월에 열린 것을 감안한다면 이번 당대표자회의는 당대회를 기준으로도 30년만에 열리는 대회로서 이북의 대내외 정책이나 진로와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주목의 대상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도하 각급 언론들은 온통 이번 당대표자회를 앞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인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가 공식화될 것으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남측 언론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미국 등 서방의 언론들도 마찬가지 보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유념할 것은 이북에서는 한 번도 이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노동신문, 평양방송, 중앙방송 등 공식매체에서 언급한 바 없을 뿐 아니라 권력 서열 2위인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2009년 9월 일본 교도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후계자 문제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마디로 김정은으로의 후계설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서방 언론의 이러한 보도 행태가 사라지지 않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에게 김정은으로의 후계설은 서방의 뜬소문이라며 공식 부인하였다고 한다. 이는 북한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전한 말이다. 도대체 누구 말이맞는 것일까?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북한에 대한 언론들의 보도 기사가 거의 소설 수준인 추측성 기사를 남발하고 작문 형태의 오보를 거듭하고 있음에도 이러한 행태가 시정되지 않고 묵인되고 있음을 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 월드컵 때 북한 팀에 대한 일련의 보도들이다. 북한이 SBS의 월드컵 중계방송을 해적방송 했다는 보도도 있었고 북한 축구대표팀 선수 4명이 경기장에 보이지 않는다고 망명 운운한 보도도 있었으며 더 나아가 북한 축구대표팀 김정훈 감독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포르투갈에 7:0으로 대패한 책임으로 강제노역에 처해졌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이는 진보언론을 표방하고 있는 경향신문등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러한 보도가 이어지자 급기야 국제축구연맹(FIFA)이 나서서 북한 당국에 진위를 묻게 되고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잠잠하게 되었다. 참으로 웃지 못할 해프닝 아닌 해프닝이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온 것은 영국의 선(SUN)이라는 황색 저널리즘에 가까운 대중지에 보도된 기사를 국내 언론이 무분별하게 기사화한데서 비롯되었다, 그런데 선지가 보도의 출처로서 조선일보의 추측성 기사를 인용한 것인데 결국 서로 핑퐁게임을 하면서 근거 없는 기사를 확대 가공 재생산 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후계설도 역시 언론 간에 서로 핑퐁하면서 합작 증폭 시킨 산물이다.

김정은으로의 후계체제를 제일 먼저 대서특필한 것은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 자매지인 아에라라고 알려져있다. 연합뉴스는 이를 받아 보도하였으며 이후 마이니치와 연합뉴스간에 서로 주고 받으며 확대하여 이를 기정사실화 한 것이다.

연합뉴스는 아예 김정은으로의 후계자가 사실상 공식화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보도하며 다만 대외적으로 공식 발표하는 것은 강성대국의 문을 여는 해로 규정한 2012년께 노동당 7차 당대회 등을 통해 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조선일보는 김일성 주석-김정일 위원장-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의 길을 열게 돼 봉건적 행태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까지 논평하였다.

북한에 대해서는 설사 잘못된 기사나 정보를 흘려도 아무런 제재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좋은 기사는 없고 부정적인 기사만 넘쳐난다. 이미 비판이나 비난의 수준을 넘어서서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북에 대해서는 온갖 나쁜 이미지를 죄다 갖다 붙이는데 이미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서는 악의 축, 폭군, 전쟁광, 호색한 등의 이미지로 덧칠되어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그러나 우리가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북한은 봉건제 국가가 아니다. 자신들은 인류역사에서 가장 선진적인 사상인 주체사상을 창시하고 이를 발전시켜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세습제 국가로 돌아간다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수령의 후계를 핏줄로 선택하는 것은 자신들의 논리와도 어긋나는 것이다.

북한을 있는 그대로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런 저런 색깔을 입히고 아니면 말고 식의 추측 보도를 하고 부풀리기 전에 조용히 회의결과를 지켜 볼 일이다. / 노세극(6.15경기본부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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