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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남북관계의 파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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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남북관계의 파산

<6·15 햇볕칼럼>‘진정성’의 문제를 넘지 못하고 정치적 목적의 ‘이중 외교’가 불러온 파산

한채훈 | 기사입력 2011/06/04 [23:19]

예고된 남북관계의 파산

<6·15 햇볕칼럼>‘진정성’의 문제를 넘지 못하고 정치적 목적의 ‘이중 외교’가 불러온 파산

한채훈 | 입력 : 2011/06/04 [23:19]
▲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이주현 공동대표     ©성남투데이
얼마 전 철원을 다녀왔다. 할머니 기일을 맞이하여 식구들과 철원 공원묘지에서 모이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다. 신록의 계절, 햇빛 좋은 날 부모님을 모시고 기분 좋게 차를 몰고 가는데 전신을 오싹하게 하는 구호들이 난무하고 있다. 작년 이맘때 보지 못했던 구호들이다. 차마 입에 담기도 어려운 구호들이 아닐 수 없다.

“북괴군 가슴팍에 총칼을 박자”, “김일성 부관참시”, “멸북 통일”…

철원군과 군부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3일 북한의 연평도 포격 직후 장병들의 전투의지를 불태우기 위해 부대 표지판 문구를 호전적인 내용으로 일제히 교체했다고 한다. 작년 천안함과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한 군의 입장을 이해는 하지만 그렇게 호전적인 구호들로 담벼락에 도배를 한다고 득이 될 게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볼 일이다.

무엇보다 구호의 내용을 종합해보면 전쟁이라도 하자는 내용 같은 데...손바닥만 한 이 나라에서 전쟁을 해서 뭘 어떻게 하자는 이야기인지, 우리 군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건지 불편한 마음 가눌 길이 없다. 외부 담벼락에다 도배 하듯 쓴 걸로 봐서 외부 과시용인 듯한데, 그렇게 과시하고 싶다면 광화문 네거리에 옮겨다 놓고 심판을 받을 일이다.

일부 이긴 하지만 예비군 훈련장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김정은 사진을 사격장 표적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리 군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도 대한민국 대다수 국민의 뜻을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은 자만이고 오만을 넘어 국민들에 대한 폭력이다.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도 없고, 또 그리해서도 안 되는 특수한 관계가 남북관계 아니든가? 더구나 20여일 전에만 해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서울회의에 초대를 하고 비밀리에 남북정상회담을 제의하던 정부였다. 아예 상대를 안 하겠다면 몰라도 정상회담의 상대 사진을 사격장 표적지로 사용하고 ‘부관참시하자’는 호전적인 구호가 난무하는 현실이 과연 설명이 가능하기나 한 건가?

드디어 지난 5월 30일 “동해 군통신선을 차단하겠다”는 국방위원회 성명발표를 통해 북한은 “남한정부와는 더 이상 상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말이 국방위원회 대변인 성명이지 불신과 증오로 가득 찬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표현들이었다.

이어 지난 6월 1일, 북한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비밀접촉 내용을 공개했다. 겉으로는 강경책을 구사하며 뒤로는 비밀접촉을 하면서 정치적 목적의 정상회담을 추진한 '이중 외교'의 속살을 적나라하게 고발한 셈이다.
 
이는 단순히 비밀회동에 대해서는 끝까지 비밀을 지켜주는 외교관례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더 이상 이명박 정부와는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극도의 불신과 증오를 드러낸 대외적인 선언이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대북관계는 파국을 넘어 파산선고를 당하게 되었다. 이명박 정부의 불행을 넘어 민족의 불행이다. 대화를 아예 안할 요량이라면 몰라도 할 의지와 계획이 있었다면 그리 해서는 안 될 일들이 대명천지 백주대로에서 펼쳐진 까닭이다.

결국 진정성의 문제를 넘지 못한 셈이다. 자존심 하나로 버티며 고난의 행군을 하는 북한을 진정 대화상대로 인정했다면, 정말 그리해서는 안 될 일들이 남한 땅에서 버젓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점에서 남북관계의 파산은 예고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에 관한 한 하루도 맘 편할 날 없이 악화 일로를 걸어왔고 그 결과가 파산선고라는 점에서 속은 상하지만, 특별한 문제로 와 닿지는 않는다. 문제는 그 파산선고의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 몫이 된다는데 있다.

이런 파국을 불과 20여일 전까지도 예상 못한 이명박 정부의 무력함을 어떻게 평가를 해야 하나? 도대체 진정성도 능력도 의지도 철학도 없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만 생각하면 화가 나는 이유다. /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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