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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분단국가 키프로스

<6·15 햇볕칼럼>자주와 통일을 향한 그들의 열망과 노력

노세극 | 기사입력 2010/11/26 [01:44]

또 다른 분단국가 키프로스

<6·15 햇볕칼럼>자주와 통일을 향한 그들의 열망과 노력

노세극 | 입력 : 2010/11/26 [01:44]
▲ 노세극 6.15경기본부 홍보위원     ©성남투데이
지난 11월 7일 전국노동자대회는 근래에 보기 드물게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시청 앞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를 보면서 노동자의 힘은 살아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다. 그날 우연히 프랑스에서 온 여성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크리상티 테하폰토스(Chrysanthie Therapontos). 이번에 G20 대응 민중행동이 주최한 국제민중회의에 참석하러 온 해외 인사들 중의 한사람이었다. 그녀는 현재 프랑스 북부지방의 도시인 릴에 거주하고 있지만 프랑스인이 아니고 지중해에 있는 섬나라인 키프로스(Cyprus) 출신이었다. 프랑스에 유학와서 혼자 살고 있는데 가족들은 다 키프로스에 살고 있다고 한다. 대학에서 언어학을 전공한 언어학 박사로서 4개 언어를 구사할 줄 알았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으며 된장찌개와 막걸리도 잘 먹었으며 생활 한복을 입고 다녔다. 우리나라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음을 몸으로 보여주었다. 그녀는 프랑스-코리아 친선협회(AAFC)북부 지구 책임자인데 프랑스 다음으로 좋아하는 나라가 한국이며 이번에 두 번째로 방문하게 되었다고 한다.

크리상티가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분단된 나라이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즉 키프로스 역시 현재 남과 북으로 분단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크리상티가 우리를 아는 것에 비해 나는 키프로스에 대해서 거의 무지한 상태였다. 코리아야말로 지구상에 유일하게 분단된 나라라고 규정하여 키프로스는 안중에도 없었고 분단과 통일의 벤치마킹 상대로도 과거 독일과 베트남, 예멘의 사례를 주로 거론하였지 키프로스는 사례로도 잘 거론되지 않았다,

따라서 무척 흥미를 가지게 되어 이틀 후인 11월 9일, 서울 국제민중회의가 열리는 서강대 예수회센터에서 크리상티의 강연이 있어서 참석하였다. 강연 후 질의응답과 토론을 통해 여러 가지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었다.

키프로스는 지중해 동쪽에 있는 작은 섬나라로서 인구는 약80만명에 불과하지만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독자적인 자기 문자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키프로스는 동서간의 교역로에 위치한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주변 강대국들의 부침에 따라 이집트, 로마, 비잔틴 제국들에게 점령, 편입된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근세에 들어서는 오스만 터키의 지배 하에 있다가 오스만의 세력이 약해진 틈을 타 제1차 세계 대전 시 영국 제국주의의 직할 식민지로 편입되었다가 1960년 8월에 독립을 하였다.
 
그러나 이후 그리스계와 터키계로 나뉘어 내부 투쟁이 격화되었고 1974년에 그리스 군사정권의 지원을 받은 파시스트 세력들이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에 대해 터키가 군대를 파견하여 북부지구를 점령함으로서 나라가 두 개로 갈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처럼 남과 북에 키프로스공화국과 북키프로스 터키 공화국으로 두 개의 국가와 정부가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억압이 있으면 저항이 있고 분열이 있으면 통일을 바라는 세력이 있게 마련이다. 키프로스 현대사도 우리처럼 여러 세력이 뒤엉켜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키프로스-그리스 공동체와 키프로스-터키 공동체 사이의 대결을 불러일으킨 미국과 영국 등 제국주의자들의 음모와 이에 동조한 사람들과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 간에 투쟁이 나타났다.

키프로스에서 일관되게 민족의 단결과 독립을 향해 싸워왔던 정치세력이 있는데 이는 곧 아켈(AKEL)이라고 하는 노동자 진보당이다. 1926년 창당된 키프로스 공산당(PCC)의 후신으로 공산당이 불법화되자 1941년 진보주의자들과 부르조아 계급과 연합하여 새롭게 당을 만든 것이 아켈이다. 아켈은 반제국주의와 반파시스트 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영국의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해방투쟁을 하였으며 또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도 반대하고 키프로스를 지중해의 거대한 항공모함으로 만들려고 하는 미국의 기도에도 반대하였다.
 
또한 국가를 전복하려고 쿠데타를 시도하는 세력들을 경계하고 그들의 음모를 폭로했다. 아켈은 노동자 농민 청년 등 다수 민중과 함께 제국주의와 강대국에 종속하는 정부에 반대해왔으며 민주주의, 국가의 독립, 그리고 통일을 위해 노력해왔다.

아켈의 일관된 정책과 노선은 민중의 지지를 받게 되어 2008년 대통령선거에서 디미트리스 크리스토피아스 ( Dimitris Christtofias)후보가 당선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후 남과 북 키프로스 간에는 협상이 진척되고 서로 간에 연대와 교류가 봇물처럼 터져 분단의 장애물들이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남, 북 키프로스 간에는 통일문제에 대한 연구와 아울러 보건, 경제, 문화, 환경, 범죄 등의 분야에서 정기적으로 대화를 하고 있고 전시회나 콘서트를 비롯한 수 많은 문화적 행사들이 조직되었다. 현재 1만명의 북키프로스 노동자가 남 키프로스에 와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자주적이고 독립된 키프로스, 연합적이고 통일된 키프로스를 향한 그들의 노력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키프로스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또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의 행태를 경험해보고 알 수 있듯이 이남에서도 진보적인 정권으로 교체되지 않는 한 통일은 요원하다고 본다. 이것이 키프로스를 통해서 배우는 교훈이라고 본다.

크리상티는 한국과 키프로스 중 누가 먼저 통일을 하는지 선의의 경쟁을 하자고 했지만 사실 현재의 키프로스 상황은 우리 보다 훨씬 앞서 있는 것 아닌가? 과연 우리가 키프로스를 앞질러 먼저 통일할 수 있을까? / 노세극(6.15경기본부 홍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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