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줄 사진 전시회'
19일 남산산성 유원지 입구에서 기발한 이름의 사진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가로수와 전봇대 사이로 빨래줄 한 줄 매고, 빨래 집게로 30여 점의 흑백사진들이 빨래처럼 걸려 있었습니다. 아, 그래서 빨래줄 사진 전시회군요!
빨래를 사진이 대신했을 뿐, 이 사진전시회는 영락없이 빨래를 넌 모습과 똑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구시가지 단독주택 옥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풍경이었습니다. 어떤 사진들이 전시되었을까요? 그 사진들은 구시가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릉지 20평 분양지주택들, 비좁은 골목길들, 그 답답한 공간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성남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사진들은 평범한 성남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위해 전시되었습니다. 성남사람들에게 너무나 익숙한 20평 분양지에 세워진 집의 문제를, 가파르고 비좁은 길의 문제를, 차를 댈 수 없는 주차공간의 문제를, 아니 성남 구시가지의 열악한 주거환경의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진들이었습니다. 그 사진들 가운데 어떤 사진은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어 있었습니다. "우리의 어린 딸들이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길을 올라갑니다. 왠지 안스럽기만 합니다." 코 끝이 찡해져 왔습니다. 이 빨래줄에 걸린 흑백사진들은 '성남시 재개발 및 서울공항문제 해결을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에서 길거리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성남의 뒤틀리고 잘못된 주거현실을 있는 그대로 고발하기 위해 전시한 것입니다. 이 단체 관계자들은 길거리 서명운동에 나선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일방적이고 즉흥적인 이주로 인해 지난 30여년 동안 성남의 난개발을 부추긴 중앙정부에 성남시 실정에 맞는 (가칭)재개발지원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기 위해서, 성남시에 원활한 재개발을 위한 이주단지 및 세입자용 임대단지 조성대책이 수반된 '순환정비방식 재개발'을 서두를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 성남시의회에 성남시 제2종 일반주거지역의 건축용적율을 현행 210%에서 250%로 상향조정하는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들은 구시가지 재개발이 어서 빨리 시작되기 위해서 성남시민들이 힘과 의견을 모아야 한다고 오가는 시민들을 설득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생각이 담긴 홍보물을 나눠주고 전시된 사진들을 설명해주며 서명을 받았습니다. 서명하는 시민들 가운데 어떤 분들은 재개발을 서두르지 않으면 구시가지는 정말 회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홍보물을 읽거나 사진들을 감상하던 또다른 시민들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끄덕하기도 했습니다. 찬찬히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열악한 주거환경에 시달리는 성남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 왔습니다. 이 단체 관계자들은 한가위 명절 이후에 다시 시민서명운동을 본격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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