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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박물관, 원점에서 다시 추진하자!

〔문화/하다말다〕시립박물관이 공연예술박물관?

벼리 | 기사입력 2006/07/27 [07:20]

시립박물관, 원점에서 다시 추진하자!

〔문화/하다말다〕시립박물관이 공연예술박물관?

벼리 | 입력 : 2006/07/27 [07:20]
시립박물관이 공연예술박물관으로, 우리 모르는 사이

성남시가 전국 최초의 공연예술박물관으로 추진 중인 성남시립박물관에 대해서는 중앙정부(문화관광부)까지 적극적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습니다. 성남시립박물관에 대한 비전과 구상을 말씀해주십시오.

▲ 성남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월간 아트뷰》 7월호. 시립박물관을 공연예술박물관으로 가겠다는 내용의 ‘speciail interview 성남시장 이대엽’이 실려 있다.     © 성남투데이

“영국·미국·독일 등의 경우 20세기 초부터 공연예술박물관과 자료관을 만들어 각종 공연자료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이들 자료들이야말로 공연예술의 공공재로서, 예술진흥에 필수적이라는 인실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 자료는 실제로 공연예술 전공자의 연구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현장예술가들의 창작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우리 성남시에 공연예술을 주제로 한 한국 최초의 시립박물관이 들어서면 우리나라 공연예술계의 자양은 그만큼 더 풍요로워질 겁니다. 그동안 자료부족으로 우리 공연예술계가 되풀이해온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을 겁니다.”

성남시립박물관은 국내 첫 공연예술박물관으로 추진되고 있다. 2009년 성남시 판교에 들어설 예정이다. 판교IC에서 1.5㎞ 떨어진 1만여 평 부지에 3,200평 규모로 들어선다. 박물관 외에도 1,200여 평의 공연예술자료관 등이 들어서 명실상부한 공연예술종합센터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완공 이후 운영을 성남문화재단이 맡게 된다.

성남시가 시립박물관의 테마로 공연예술을 확정하자 문화관광부도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이대엽 시장은 “성남시립박물관이 예정대로 추진되고 완공되면 성남아트센터는 물론 전국 최초의 책 테마파크 등 성남시의 문화적 인프라와 상승작용을 일으켜 문화도시 성남을 견인하는 상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남문화재단, 함부로 말하지 말라

성남문화재단에서 발행하는 《월간 아트뷰》 7월호에 실린 ‘speciail interview 성남시장 이대엽’의 일부다. 시에서 추진 중에 있는 시립박물관에 대한 이 시장의 견해와 취재기자가 드러낸 정보 전부를 그대로 인용했다.

기가 막히다. 성남시가 시립박물관의 테마를 ‘공연예술’로 ‘확정’했다니! 박물관의 성격을 좌우하는 테마가 ‘공연예술’이라니? ‘확정’했다니? 누구 맘대로? 문화재단 맘대로? 시정부 맘대로? 시립박물관의 테마가 공연예술로 가는 게 좋겠다고 언제 시의회에 여차저차 보고나 했나? 시의회의 충분한 검토와 의결은 받았나? 아니 성남지역사회의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공론장’을 통해 사회적 합의는 도출했나?

문화재단은 함부로 말하지 말라. 일단 만들면 최소 100년을 바라볼 ‘시립’박물관 아닌가! 잘못 만들면 100년은 두고두고 원망 받을 것 아닌가! 이 점을 명심해두라. 분명히 해두자. 시립박물관의 테마를 공연예술로 간다는 것은 확정되지 않았다! 이 명백한 사실에 근거해 문화재단에 책임을 물을 만하다.

‘성남시가 시립박물관의 테마를 공연예술로 확정했다’는 것은 다만 ‘문화재단만의 의지’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문화재단이 발행하는 잡지에 실린 기사를 통해 ‘성남시가 시립박물관의 테마를 공연예술로 확정했다’고 발언한 것은 ‘공시’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재단의 의지를 공시적으로 발언한 것은 잘못되었다. 문화재단은 엄연히 성남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따라서 정책과 예산에 대한 의결은 물론 감사도 받는다는 것, 한시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인터뷰는 ‘speciail’하든 ‘normal’하든 그 사람의 면목을 드러내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그렇게 해야 그 사람이 돋보이는 법이다. ‘speciail’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전혀 미적이지 않은  ‘미화’라는 말을 문득 떠올리며 ‘speciail interview 성남시장 이대엽’은 이 시장이 말할 수 있는 것, 표현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내보낸 기사라는 것을 지적해둔다. 시립박물관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도 지적해둔다.

문화재단이 발행하는 잡지의 제목은 ‘아트’뷰. 피카소가 말했나. “아트는 기만이다.” 이 말은 예술가들이 농담하듯 즐겨 인용하기도 한다. 다음과 같은 말이 붙어 다닌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둘 필요가 있겠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로 하여금 진실을 알 수 있게 하는 기만이다.” 아트뷰에 실린 ‘아트’한 모든 이미지들, 글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아트뷰는 콘텐츠 구성상 문화잡지라기보다 ‘예술잡지’에 가깝다. 벼리 같이 먹고살기 힘든 대다수 성남시민들에게는 ‘가까이 하고 싶어도 너무 먼 당신’처럼 느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예술이 아니라 문화에 가깝다. ‘컬처(문화)뷰’가 그리운 것도 이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성남에서 살아간다. 그 컬처뷰는 성남적이었으면 좋겠다.  예술재단이 아니라 문화재단, 서울문화재단이 아니라 성남문화재단 아니겠는가.

이대엽 시장, 달라져라

아무튼 ‘speciail interview’에 공시된 시립박물관에 관한 내용은 이 시장이 한 발언이다. 마땅히 이 시장이 앞으로 책임을 져야 할 발언이다. 이 발언에 문화재단에 적용한 판단을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좀 무리가 있겠다. 명색이 모든 성남시민을 대표하는 시장임을 고려해서다. 시장은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할 수 있고,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그래야 자신도 폼 나고 시민도 보기 좋은 법이다. 발언 자체에 대해서는 뭐라 하기 어렵겠다.

그렇지만 아무리 시장이래도 그렇지, 길을 뚫는다든가 다리를 놓는다든가 하는 비교적 명료한 도시개발사업도 아닌 시립박물관과 같은 섬세의 정신이 요구되는 문화사업을 그렇게 선수치듯 앞질러 발언하는 것은 스스로 부족함을 드러내는 일이다. 시장 자신도 잘 알 것이다. 지난 민선3기에서 시립박물관이 어떻게 추진되었는지를. 좌충우돌 그 자체 아니었던가. 이번만은 돈낭비, 시간낭비, 정력낭비하지 말고 제대로 추진해주었으면 좋겠다. 잘 살펴서 가라는 주문이다.

이 시장에게 이 참에 쓸만한 조언 하나 해보자. 한 번만 더 하고 말 이 시장을 위한 아부가 아니다. 우리가 살아오고 살아갈 성남을 염두에 두고 한 번만 더 하고 말 이 시장을 실컷 부려먹으려고 하는 말이다. 잘 들어두시라.

시장이 뭘 공약했다고 해서 그게 성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이 어떻게 가겠다고 해서 그게 성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지의 총체는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의 공약이나 의지와 지역문제 해결 간에 심각한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른바 정권공약인 ‘메니페스토’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메시지의 의미, 그 의미의 차원이 전혀 다른 지적이다.

믿을 놈 없다고 안에서만 움츠러들지 말고 다 떨쳐버리고 도약하라는 것이다. 문제해결에서 관 안에서만 보거나 다루지 말고 과감히 밖으로, 지역사회로 문제를 끌고 나와 해결해보라는 것이다. ‘총력전’ 해보라는 것이다.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민·관·정이 함께 하는 총력전 형태로 중요한 문제들을 풀어가라는 것이다. 그래야 매도 덜 맞는 법이다. 단 전제는 시장의 ‘진정성’, 말로만이 아닌 몸의 실천으로 입증될 수 있는 진정성 말이다.

과거나 지금처럼 관료의존방식으로는 백날 가야 일 안 풀린다. 겪을 만큼 겪지 않았는가. 민선3기에서 이 시장의 큰 공약사업들이 좌초된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는 점을 깊이 새겨두었으면 좋겠다. 이게 바로 벼리가 생각하는 ‘지방자치의 키워드’다. 모든 성남시민을 대표해야 할, 이를 성남시민이 자부심을 가져야 할 시민의 시장이 선거만 끝났다 하면 공무원들 수장 노릇에 그치는 안타까운 현실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 성남문화재단의 시립박물관 건립 추진안의 일부.     © 성남투데이

역사박물관vs특수박물관, 문제설정 방식 옳은가?

이 시장은 시립박물관을 공연예술박물관으로 가겠다며 이 말의 뜻을 “공연예술 전공자의 연구에 활용하고 현장예술가들의 창작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라고 풀었다. 공연예술 전공자? 현장예술가? 시립박물관이 공연예술박물관으로 간다는 점에서 현장예술가는 현장에서 전문적으로 공연활동을 하는 공연예술가를 가리킨다. 결국 이 시장은 시립박물관이 연극, 음악, 무용 등 공연예술분야의 전공자나 공연예술가들을 위한 박물관이라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공연예술박물관. 시립박물관의 추진방향이다. 아트뷰를 통해 처음으로 밝힌 이 시장의 생각이다. 시장이니까, 공식적으로 밝힌 것이니까 앞으로 이 시장이 책임져야 할 발언이다. 과연 그럴 만한 자신은 있는지 모르겠다. 이 시장 발언의 배경에 문화재단이 있음을 주목하자. 공연예술박물관은 문화재단에서 정리된 입장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화재단이 아트뷰를 통해 최초 공시를 했고 의도적으로 문광부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슬쩍 흘리고 있는 것을 봐도 꽤 자신있다는 메시지도 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테마를 결정함에 문제 설정방식이 과연 맞는 것일까? 문제 설정방식이 다르면 문제도 달리 보이고 따라서 해결방식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문화재단은 이 점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 벼리가 생각하는 길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고 이 다른 길에서 해답을 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실천적인 문제의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좀더 풀어보자.

문화재단과 시의 자료를 검토해보면 문화재단은 일반시민들이 알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경기도박물관과 같은 역사박물관과 이른바 특정한 테마를 구체화하는 특수박물관을 이항대립적으로 파악했다. 전자는 ‘표준화’로 후자는 ‘특성화’로 개념화하고 이 같은 개념화를 정당화하고 후자를 선택하기 위해 패러다임론을 끌어들였다. 표준화에서 특성화로 가는 것은 ‘21세기 박물관 신 패러다임’ 곧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문화재단의 문제설정 방식이다. 특수박물관으로 공연예술박물관을 선택한 것은 이런 문제설정 방식에 따른 필연적인 문제해결, 결과일 뿐이다. 문화재단이 발행하는 잡지에 이런 내용이 소개되자 정치인들을 비롯한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문화재단이 아트센터와 연계해 공연예술을 확장하려는 기득권적 발상을 보이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된 것도 이 같은 문제설정 방식과 관련이 있다. 그러나, 일단 의구심은 걷어내자. 합리적인 판단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문화재단의 문제설정 방식을 비판적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 논점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에 관한 것이다. 벼리가 보기엔 아니다. 지나친 단순화다. 패러다임이란 말을 쉽게 써서는 안된다. 그것은 추이 또는 경향일 뿐이다. 획기적인 것이 아니다. 패러다임이란 원작자인 토마스 쿤에 따르면 첫째 세계관적 구성이라는 의미가 있다. 추이나 경향이 세계관적 구성의 의미를 갖기는 어렵다.

토마스 쿤에 따르면 패러다임이란 둘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행지침으로서 표준적인 예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추이나 경향이 표준적인 예로서 옳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더 지켜보고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국내에서 특수박물관이 지역마다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는 현상은 긍정적인 면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건립 후 운영과 관련해서다.

대다수 시민들에게 떠오르는 박물관은 여전히 특정테마를 다루는 특수박물관이 아니라 역사적인 의미를 다루는 종합박물관이라는 점도 고려해두자. 그 위상과 역할은 특수박물관에 비할 바가 아니다. 게다가 이 나라 문화정책의 고질병이 ‘문화사대주의’라는 점을 교훈삼을 필요가 있다. 문화재단이 ‘선진지 견학결과’라며 파리, 프랑크푸르트, 런던 등의 특수박물관 사례를 끌어들인 것도 성남의 현실을 염두에 두면 실천적인 문제의식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문화연구에서 출발은 언제나 ‘현장’이며 그 현장을 ‘꼼꼼히 챙기는 것’이라는 점을 특별히 강조해둔다.

따라서 패러다임의 전환은 지나친 것이다. 문제의 단순화, 도식화다. 이에 따라 여전히 중요한 역사박물관을 표준화로, 부정적일 수 있는 특수박물관을 특성화로 개념화한 것 역시 도식화다. 나아가 양자를 이항대립적으로 파악하는 것도 문제가 있다. 의도적으로(!) 후자를 선택하기 위한 들러리 내세우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논점이다. 특수박물관인 공연예술박물관으로 갈 경우, 현실적으로 부딪치는 문제에 관한 것이다. 특수박물관으로서 공연예술박물관으로 가겠다는 문화재단의 발상과 입장은 다른 지역의 특수박물관과 차별화하자는 전략적 선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게 문제가 될 수 있다. 그것은 당초 시립박물관을 만들려는 본뜻과 정면에서 충돌하기 때문이다. 당초 시립박물관을 만들려는 본뜻이란 성남의 정체성을 담아보자는 것이다. 이게 바로 우리가 원했고 시립박물관을 통해 찾고자 했던 것이 아닌가!

패러다임의 전환, 표준화와 특성화라는 관념적인 도식화 및 문제설정 방식으로부터 역사박물관을 지우고 특수박물관을 내세우는 이항대립적인 문제해결 방식은 결국 현실적으로는 다른 지역의 특수박물관과 차별화하자는 지극히 편협하고 협소한 전략적 선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성남이라는 현장으로부터 출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남사람이 시립박물관을 찾았을 때, ‘아, 내가 성남사람이구나!’하는 일체화된 느낌을, 아직 성남사람이 덜된 사람들에겐 ‘아, 이게 성남이구나!’ 하는 계몽의 느낌을 받는 그런 박물관을 원했던 것이다. 이런 성남적인 박물관과 이 시장 말마따나 공연예술 전공자나 공연예술가들을 위한 박물관,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전혀 느껴지지 않는 문광부가 관심을 갖는 그런 공연예술박물관은 전혀 다른 것이다.

설령 공연예술박물관이 문광부의 깊은 관심에 힙입어 국고보조를 받는 일이 생긴다 해도 그것이 우리 성남의 것, 성남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게 되면 문화재단이 주장하는 “지역관광자원으로서 상품화 고려”란 허망한 바람으로 끝날지도 모른다. 삶의 문화를 살펴야할 문화정책이 돈에 눈먼 관광과 산업의 진흥을 위한 경제정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지역, 지역사람의 의미를 무시할 때 그것이 지역주민들의 야멸찬 외면을 받게 되고, 일시적으로는 그럴 듯하게 보여도 결국 관광과 산업 진흥에도 실패를 초래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설정 달리하고, 공론장을 만들자

문제설정을 달리해보자. 관념적인 도식화가 아니라 성남이란 현장에서 출발해보자. 성남의 정체성을 담아내보자. 일부 특정인들을 겨냥한 박물관이 아니라 다수 성남시민을 겨냥한 박물관을 생각해보자. 사치가 아니라 삶과 문화를 겨냥해보자. 이 점에서 성남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주목해보자. 그 일상생활에 배인 과거, 현재, 미래를 발견해보자. 그 일상생활 속에 배인 역사, 현실, 희망을 의미화해보자.

역사의 의미도 이젠 달라지고 있다. 문화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역사학은 이미 문화를 통해 역사를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중압감을 불러들이는 거시적인 것만이 역사는 아니다. 미시적인 것에서 전혀 다른 역사의 의미, 거시적인 의미까지도 발견하는 미시사가 주목받고 있다. 역사학에서 혁명적인 변환이 일고 있는 것이다.

성남에도 역사가 있다. 더구나 그 핵심은 파란 많은 압축근대화의 여정이다. 그 당사자들이 지금도 성남에서 살아가고 있다. 벼리도 그 한복판에서 삶을 살아왔다. 어려서부터 중년에 이르기까지 지나온 거리들, 만나고 헤어진 사람들, 몸에 새겨진 지역의 의미들, 그 의미들과 함께 공생해온 분노·좌절·희망의 감각들…. 이 여정은 성남의 정체성, 성남의 미래 건설과 관련해 그 이전 수백, 수천 년의 역사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 어쩌면 그 시기가 짧고 구시가지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신도시주민인 분당사람들도 나름대로 역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상생활이 주목받고 있다. 그것은 의미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모든 창조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전통적 예술이 도전받고 퓨전화되며 이른바 전통예술의 완고한 입장에서 예술의 서자로 불려지곤 하는 패션, 디자인, 인테리어 등이 대중화·일상화되었으며, 누구나 실감하는 대중문화의 시대가 활짝 개화된 것도 바로 이 일상생활의 의미가 읽혀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일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다. 또 사람들이 일상성에 매몰되지만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지금은 인터넷문화가 현실문화를 치고 들어오는 시대이기까지 하다.

중요한 지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상의 습관성, 반복성에 눈길이 멈추고 특정한 예술장르를, 인위적인 축제를 문화로 착각하는 사람들은 몸으로는 결코 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일상생활은 이미 20세기부터 시작된 것이다. 우리가 눈이 짧은 것이다. 이런 일상생활을 주목하고 다르게 보는 눈을 제공한 원작자 르페브르의 지적대로 이미 ‘일상이 지배하는’ 시대인 것이다. 거기에 역사가 있고 예술이 있고 삶의 기본양식이자 대중화된 미로서 문화가 있다. 게다가 다양한 문화의 분화도 일어나고 있다.

우리 사고의 나태함을 탓하자. 성남사람들의 일상생활을 들여다보자. 꼼꼼히 들여다보고 챙겨서 성남적인 것을 찾아내보자. 유무형의 문화유산, 문화자산을 찾아내고 머리 맞대고 그 안에 담긴 의미들을 발견해보자. 멋지게 기획해보자. 이를 위한 공론장을 만들자. 특정한 몇 사람, 문화재단, 관료, 전문가들에게만 맡기지 말자. 그들은 조언자로 족하다. 잊지 말자. 속도주의, 전문가주의가 우리를 위기로 몰고 갈 수 있다는 것을.

‘서둘지 말자. 천천히 가자. 문제 설정을 다시 하자. 공론장을 만들자. 원점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하자. 우리 삶의 터전 성남에서 100년의 역사, 100년의 미래를 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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