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5시경 수진역 4번출구 부근 건물 2층에 위치한 삼겹살집(수정구 신흥1동 소재)에서 지역 선배님들과 소주 한 잔 기울이려던 기자가 화재현장에 고립된 체험담을 일기 형식으로 작성하였습니다. 화재현장에서의 가장 중요한 대응방법은 ‘침착’입니다. 급박하고 공포가 밀려오는 상황 속에서 사람은 서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체험담을 통해 화재발생 중에서도 침착한 면모로 대응하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아울러 밤낮 가리지 않고 시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면서 일하시는 대한민국 소방대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이날 지역 선배님들을 모시고 삼겹살과 함께 소주 한 잔을 기울이려는 찰나, 소화전이 울렸다. 소화전이 요란하게 울어댔으나 식당 종업원들은 “오작동인가보네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손님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겼으나, 이내 1분 후 환풍구에서는 뿌옇고 매운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다시 소화전이 울기 시작했다.
한 손님은 “야! 이거 불난 거 아니냐? 바깥 복도랑 계단에 연기 꽉 찼어!”라고 소리쳤다. 일순간에 모든 손님들이 일어나 우왕좌왕. 머릿속이 새하얗게 되면서 정신도 혼미해졌다. 신발을 신고 계단 쪽으로 뛰쳐나가려고 한 손님이 출입문을 열자 유독가스가 식당 안으로 더 들어왔다. 나가려는 손님의 팔을 붙잡은 기자는 “나가지 마세요. 나가면 오히려 유독가스에 중독돼서 죽을 수도 있어요!”라고 외쳤다.
식당 종업원 중 한 명은 출입문과 정반대 방향의 룸(방)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가면 완강기가 있고 창문도 있어요!”라고 말하며 인솔했다. 우르르 2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룸으로 뛰어들어갔다. 문을 닫고 최대한 가스가 들어오지 않도록 틈을 막으면서 기자는 119에 화재신고를 했다. 그리고 바로 관할 행정구청인 수정구청장 비서실에 연락을 해 현장상황을 알렸다.
완강기를 사용하려했더니 사용불가. 고장난 것 같다는 어떤 손님의 외침이 들렸다. 실제로 고장인지는 기자가 확인은 못했지만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가는 상황 속에서 119가 출동해 현장에 도착했다.
소방대원 3~4명이 2층 손님들이 대피해있는 룸으로 진입해 상황을 점검한 뒤 “사다리가 오고 있으니 안심하시고 창 밖에 얼굴을 내밀면서 호흡을 하시라. 침착하셔야한다”고 말했다.
이윽고 사다리가 연결됐으나 2층 룸을 전담한 소방대원은 “1층 화재 진압이 완료되었으니 조금만 기다리셨다가 유독가스가 빠져나간 뒤 계단을 통해 내려가시는 게 안전할 것 같다”고 권유하면서 화재발생 이후 대응요령을 설명했다.
소방대원에 따르면, ▲침착할 것! ▲화재 발생 시 반드시 엘리베이터는 탑승하지 말 것! ▲무작정 뛰어 내려가다가 유독가스에 질식될 수 있으니 침착하게 움직일 것! ▲연기가 방 안에 찰 경우 창문을 깨부수고 창문에 얼굴을 내밀고 구조를 기다릴 것! ▲고층건물일 경우 완강기를 이용해 현장을 탈출할 것! 을 강조했다.
유독가스가 어느 정도 빠지자, 소방대원들은 수건을 물에 적혀 코와 입을 막게 하고 침착하게 대피시켰다. 건물을 내려와 바깥으로 빠져나오자 구급대원들이 한 명 한 명 상태를 점검하고 병원으로 신속하게 이송하기도 했다.
한신수 수정구청장과 엄기섭 신흥1동장 등도 이미 화재현장에 도착해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현장대응에 힘을 보탤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또한 수정구청 기획감사팀 고명렬 주무관과 송미정 주무관도 기자에게 지속적으로 전화를 하며 현장상황 파악에 주력했다.
살다가 이런 경험도 다 해보는구나 싶었으나,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느꼈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위험이 있고, 우리는 대응 능력을 키워야한다. 그 중 소방대원이 가장 강조한 ‘침착’이라는 단어에 애착이 간다.
다행히도 이번 사고로 인해 사망자나 심한 부상을 입은 피해자는 없다고 한다.
성남소방서에 확인한 결과 유독가스 흡입자로 보이는 11명을 분당제생병원과 성남중앙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으로 이송 완료했다.
또한 오후10시까지 집계한 결과 이번 사고에서 33명을 대피유도 및 구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층 호프집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재산피해는 약 3천만원 가량으로 추정되며, 화재원인은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의정부시와 양주시 등에서 화재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안타까운 일들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불행한 일들은 그만 이어졌으면 한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시민들 모두 자나 깨나 불조심. 화재발생 시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침착’이라는 단어를 기억하자. 또한 시민 안전을 책임지고자 화재현장으로 뛰어드는 소방대원분들께도 감사함을 잊지 말자.
편집자주) 사진자료제공에 협조해주신 박인수, 윤제근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 ⓒ iwa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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