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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비친 달을 잡겠다고?

한나라당, 우리·민주노동당에 참패 ‘자초’
13일 시청이전 예산 경제환경위에서 통과 안돼

벼리 | 기사입력 2006/12/13 [20:00]

물에 비친 달을 잡겠다고?

한나라당, 우리·민주노동당에 참패 ‘자초’
13일 시청이전 예산 경제환경위에서 통과 안돼

벼리 | 입력 : 2006/12/13 [20:00]
‘莫求水中月’

참으로 볼만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으니. 원숭이가 그만 물에 ‘풍덩’ 빠진 것이다. 물에 비친 달을 잡으려 했던 탓이다. 한나라당이 그랬다. 과연 물에 비친 달이 진짜 달이었던가!

13일 한나라당은 시 집행부가 다시 요구하고 한나라당 박권종 의원이 받은 조정안인 시청이전 관련예산 271억원(당초 시집행부 요구액은 431억원)을 경제환경위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잔꾀를 부렸다. 믿는 도끼는 오로지 ‘수적 우세’.

이날 경제환경위 예산심사는 지난 1일 경제환경위에서 있은 예산심사 당시 8일 재심사하기로 한 결정이 교섭단체간 이견으로 다시 13일로 연기한데 따른 것.

▲ 성남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성남시청사 이전 예산심의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표결을 강행하려 하자  김현경 의원이 의사봉을, 김시중 의원이 의사봉 받침대를 치운 가운데 문길만 위원장 대신 회의진행을 맡은 유근주 간사가 진퇴양난에 빠져 고심을 하고 있다.    ©조덕원

결과는 한나라당의 ‘참패’. 시청이전 관련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수적 우세에 기반한 표결처리는커녕 ‘14일 오전 11시까지 정회’라는 한나라당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자초한 것이다.

당초 표결처리를 통해 시청이전 관련예산의 경제환경위 통과를 자신하던 한나라당이 이 같은 참패를 맛본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유는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양당이 뽑아든 ‘진검’을 ‘종이칼’로 본 데 있다. 하늘의 뜬 달과 물에 비친 달을 구분하지 못한 격.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양당이 뽑아든 진검은 한나라당 박권종 의원이 시청이전에 이해관계가 있다는 이유에서 표결처리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대로 시청이전 예정부지인 여수동 국민임대주택단지 내 부동산 소유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진검을 종이칼로 완전 착각했다.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 양당의 주장을 사실상 수용했다. 박 의원이 표결처리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을 내리고 수적 우세에 기반한 표결처리에 들어가려 했던 것.

▲ 성남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성남시청사 이전 예산심의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표결을 강행하려 하자  김시중 의원이 이해관계자가 표결에 참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유권해석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성남투데이

한나라당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문길만 위원장이 한동안 자리를 뜬 사실을 이용한 것이다. 박 의원을 표결에서 빼자는 주장은 심사 과정에서 “내가 제안했다”는 발언을 통해 홍석환 의원이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문 위원장은 정회, 속개를 거듭하며 자정을 넘겨 14일로 넘어가는 심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양측으로부터 계속해서 위원장으로서 원활한 회의 진행을 요구받는 곤혹을 치르다가 사라졌다(문 위원장은 혈압에 문제가 있어 과거에도 회의 진행 중 쓰러진 사례가 있었다).

한 동안 사라진 문 위원장을 대신해 한나라당 유근주 간사 주재로 회의가 속개되자 한나라당은 4대3(유근주,홍석환,이영희,남상욱 의원 대 김시중, 김해숙, 김현경 의원)이라는 수적 우위를 이용한 표결처리에 들어가려 했다.

성남시의회사상 초유의 진풍경이 벌어졌다. 민주노동당 김현경 의원이 “표결처리에 들어가므로 문 위원장도 표결처리 사실을 알려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며, 의사봉을 집어간 것이다.

김 의원은 자신의 자리에서 의사봉을 움켜쥔 채 버티고 앉아 “문 위원장에게 표결처리 사실을 알려 표결에 참여토록 하지 않으면 절대 표결에 들어갈 수 없다”며 버텼다.

한나라당 의원들이 “의사봉 없어도 표결처리에 들어갈 수 있다”며 유근주 간사에 거듭 표결처리를 재촉했다.

이에 표결처리를 우려한 열린우리당 김시중 의원이 다시 의사봉을 두들기는 받침대를 집어들어 등 뒤로 감추고는 유 의원 옆에서 버티었다. 한나라당의 표결처리 시 유 의원의 손 방망아질을 막기 위해서다.

이 사이 상임위를 지켜보던 열린우리당 김유석 대표, 정종삼 의원 등이 문 위원장과의 전화 연락을 통해 문 위원장이 경제환경위에 나타났다.

▲ 성남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성남시청사 이전 예산심의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수적 우세를 앞세워 표결을 강행하려 하자  김현경 의원이 의사봉을 빼앗은 뒤 회으진행과정을 지켜 보고 있다.    ©조덕원

문 위원장이 나타남으로써 4대3은 4대4대로 역전되었다. 표결처리 시 4대4는 가부 동수가 되어 시청이전에 완강히 반대하는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은 시청이전 관련예산은 조정안 통과는커녕 전액삭감되는 상황을 눈앞에 두게 된 것.

문 위원장의 등장에 대해 한나라당 홍 의원의 “의도적”이라는 발언이 나오자 문 위원장은 “열린우리당 동료의원에게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달려왔다”며 오히려 홍 의원 발언을 문제 삼았다.

홍 의원이 문 위원장에게 따로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홍 의원의 기가 꺾이고 말았다.

전세가 대역전되자 이번엔 한나라당의 진풍경이 벌어졌다. 홍 의원이 가방을 싸들고 상임위를 나가 버린 것이다. 일관되게 표결처리를 주장했던 한나라당이 오히려 표결처리를 마다하는 일이 벌어진 것.

이어진 정회 중에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수영 의장실에 모여 고성이 오가는 갑론을박을 벌였다. 갑론을박의 핵심을 드러내는 이수영 의장의 말이 의장실에서 새어나왔다. “전세가 51대 49로 역전되다니 말이 되냐!”

속개된 회의에서 유근주 간사는 14일 오전 11시까지 정회를 선포했다. 수적 우세를 이용해  시청이전 관련예산의 경제환경위 통과를 자신하던 한나라당의 참패, 바로 그것이다.

이날 시청이전 관련예산을 둘러싸고 정회, 속개를 거듭하며 무려 10시간이 넘는 마라톤 예산심사가 이루어진 가운데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은 예산의 적정성 여부 및 시청이전을 둘러싼 각종 쟁점들을 전방위적으로 토론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의 이 같은 토론에 반대토론은 전혀 하지 못한 채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의 토론내용은 예산심사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주장으로 맞불을 놓고 “흠집내기, 시간끌기 작전에 불과하다”고 몰아붙였다.

▲  결국 시의회 경제환경위원회는 14일 오전 11시까지 정회를 선포 한뒤 다시 시청사 이전에 관한 에산안을 심의키로 했다.  사진은 정회를 선포하고 있는 유근주 간사.    ©조덕원

한나라당 발언의 메시지가 딱 한 가지다. “시청이전 관련 공유재산관리계획이 통과된 마당에 예산을 세워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절차적인 정당성. 표결처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민주노동당 간에 심사의 방향이 서로 어긋나는 것은 한나라당은 시청이전에 찬성을,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은 반대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상이몽, 그것이다.

꿈이 다른데 팽팽한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다. 타협은 불가능해 보인다. 열린우리당·민주노동당은 의회투쟁에서 한나라당의 수적 우세에 밀려 패배할지 모른다.

그러나 장렬하게 전사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시청이전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가겠다는 뜻이다. 사즉생의 길을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사즉생을 택한 의원들의 발언들이 생생하다.

“김현경, 김해숙, 김시중 의원만 토론한다. 발언 안 하는 의원들은 시 집행부의 종이냐!”(정회 중 문길만 위원장이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한 발언)

“시청이전문제는 구시가지 주민의 운명을 책임지는 문제다. 한나라당은 두렵지 않은가!”(민주노동당 김현경 의원)

“(한나라당이 표결처리에 들어가려고 하자)왜 가슴에 응어리를 만드냐!”(열린우리당 김해숙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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