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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

〔벼리의 돋보기〕주민자치협의회 회장님들!

벼리 | 기사입력 2007/03/21 [07:56]

주민자치,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라

〔벼리의 돋보기〕주민자치협의회 회장님들!

벼리 | 입력 : 2007/03/21 [07:56]
얼마 전 마을에서 통장이 ‘서명부’를 들고 다니며 주민서명을 받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서명을 받으려면 무슨 서명인지 제목이라도 있어야 하고 어떤 뜻에서 서명을 받는지 취지문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달랑 서명부만 들고 다니면서 서명을 받기 때문이다.

▲ 주민자치위원회, 그 협의회는 관변단체가 결코 아니다. 관의 로보트 노릇을 하는 관변단체가 아니다.  사진은 성남시 중원구 주민자치협의회 연석회의.     ©성남투데이

이 서명은 알고 봤더니 ‘시청사를 이전해야 하는 당위성 및 이전된 시청사 부지에 시립병원을 설립해야 하는 당위성’을 주장하는 서명이었다. 답변인즉 “이대엽 시장과 이수영 의장에게 제출하기 위한 것”이란다. “관에서 하는 일이라 하는 것”이란다.

이것이 바로 ‘중원구 주민자치협의회 회장 서종철’이란 사람을 총대표로 주민 14,248명의 서명을 받아 이대엽 시장과 이수영 의장에게 제출된 서명부의 본질이다. 이것이 바로 지난 8일 한나라당 한성심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5분자유발언을 통해 주민의 바램이라며 흔들어대던 서명부의 본질이다.

어쩜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 위기에 처한 이대엽 시장을 구명하기 위해 받은 서명과 똑같니!

무슨 서명인지, 왜 서명을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그저 숫자만 채워 제출한 서명부. 이는 아직도 관에서 하는 일을 어렵게 생각하고 관이 하는 일을 믿어주는 순박한 주민들의 순박한 마음을 관이 악용한 아주 나쁜 사례다. 화가 나는 것이 바로 이 지점이다.

주민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소중한 성남시민일 뿐 아니라 불순한 목적에서 악용되어선 안될 유일무이한 인격체다. 서명부에는, 그러나 그런 주민은 없다. 자주적인 판단을 기초로 한 주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령 거기에 중원구 은행2동 몇 번지에 사는 주민 박 아무개의 서명일지라도 특정목적 추구를 위한 단순한 숫자 기호일 뿐이다.

따라서 ‘중원구 주민자치협의회장 서종철’이란 사람을 비롯한 주민 14,248명은 숫자로만 존재한다. 그것은 박 아무개, 김 아무개, 진 아무개, …로 이어지는 주민들의 무서운 의지와 뜻의 표출이 아니라 1, 2, 3, …14,248이라는 단순누적의 숫자 기호일 뿐이다. 한 사람 한 사람 소중한 주민을 떼거리로 만들다니.

나를 중원구 은행2동 몇 번지에 사는 주민 박 아무개로 불러다오. 숫자 몇 번으로 부르지 말고!

이번 서명에 앞장서서 움직인 주민자치협의회 회장들은 가슴에 두 손을 얹어봐야 할 사람들이다. 이들이 해야 할 일은 법적으로도 당초 취지대로 주민자치역량 강화와 지역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하는데 있지 이번처럼 정치적으로 움직여야 할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이 개인 자격으로 서명을 제출했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저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행동은 ‘정치적 이용 목적 배제’라는 주민자치의 취지에 위배된다. 어떻게 서명부에 버젓이 ‘주민자치협의회 회장’이란 직함을 올려놓을 수 있단 말인가!

주민자치위원회, 그 협의회는 관변단체가 결코 아니다. 관의 로보트 노릇을 하는 관변단체가 아니다. 굳이 시 관련조례를 들먹이지 않아도 된다. 이들 주민자치협의회 회장이란 사람들은 자신들이 선 자리, 주민자치의 현장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킨 사람들일 뿐이다.

주민자치 현장을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말아다오. 서종철씨를 비롯한 주민자치협의회 회장님들!

이번 서명부 제출이 어떤 행동인지는 뒤에서 이를 펌푸질하고 앞에서 나선 주민자치협의회 회장들이 잘 알 것이다. 어쩌다가 성남의 지방자치가 이 모양이 되었을꼬! 그 원인이 어디에 있을꼬!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물을 흐린다더니……. 시청이전문제가 어떻게 봐야 하는 문제인지 새겨두시라.

‘눈으로는 만리를 보고, 마음으로는 백년을 헤아린다’(乾坤萬里眼 時序百年心, 杜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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