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무장세력인 탈레반에 의해 피랍된 한국인 인질 가운데 한 명이 살해됐다는 소식을 정부가 공식 확인한 26일 오전 분당 샘물교회는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인 가운데 교회측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 아프간 무장세력에 의해 피랍된 배형규 목사가 피살됐다는 소식을 확인한 분당 샘물교회 사무처장 권혁수 장로가 침통한 분위기에 휩인 가운데 교회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덕원 | |
26일 오전 분당 샘물교회에서 사무처장 권혁수 장로는 배형규 목사의 피살 소식을 정부가 공식 발표함에 따라 “교회 비상대책위 차원에서 배 목사의 장례절차를 논의하고 있다”며 “정부로부터 시신 운구 일정을 확인한 후 구체적인 장례절차를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권 장로는 “배 목사가 희생되었다는 정부발표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비통한 마음 뿐이다”며 “배 목사의 유족께 심심한 애도의 뜻을 표한다”는 교회측 입장을 밝혔다.
권 장로는 “큰 슬픔을 애도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긴박한 상황에서 남은 22명의 피랍자에 대한 염려가 가슴을 더욱 아프게 한다”며 “말할 수 없는 고통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피랍자와 가족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자 브리핑중에 침통한 표정을 하고 있는 권혁수 장로. © 조덕원 | |
교회측은 배 목사의 평소 건강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일상 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였다”며 구체적인 설명을 피하고 “배 목사의 부인 등 가족은 성남 시내 모처에서 조용히 슬픔을 이기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밤 인질 8명이 석방된다는 소식에 이어 곧바로 1명이 살해됐다는 뉴스가 전해지면서 일대 혼란에 빠졌던 샘물교회는 외신 등을 통해 살해 소식에 무게가 실리자 700∼800여명의 신도들이 모여 밤새 눈물로 지새웠고, 새벽에 진행된 기도회에 참석한 교인들도 굳은 얼굴로 말을 아꼈으며 모임이 끝난 뒤 일부 교인은 교회에 남아 여타 아프간 봉사단원들의 안전을 기원했다.
▲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된 교회 사무실에 뒤늦게 배 목사의 피살소식을 접한 교인들이 침통한 표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 조덕원 | |
한편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무장단체에 의해 피살된 것으로 확인된 배형규(42) 목사는 우연찮게도 자신의 생일날 숨져 주변을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샘물교회측이 지난 20일 제시한 아프간 봉사단 출국자 명단에는 배 목사의 영문이름, 여권 번호와 함께 생년월일이 ‘25.JUL.65’라고 선명하게 적혀있으며 교회가 보관하고 있는 신상명세서에도 같은 날짜로 기록돼 있다.
아프간 무장단체 탈레반은 “25일 오후(현지시간) 한국인 인질 1명을 살해했다”고 밝혀 시차를 감안하더라도 배 목사는 생일날 참혹한 죽음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